트럼프 찬사 끌어낸 코로나19 관련 논문 공식 철회돼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퀸의 코로나19 치료 효과 물거품 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기 대통령 시절 ‘기적의 치료제’라고 했던 말리라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퀸(HCQ)이 코로나19 치료 약효가 있다고 했던 논문이 공식 철회됐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기 대통령 시절 ‘기적의 치료제’라고 했던 말리라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퀸(HCQ)이 코로나19 치료 약효가 있다고 했던 논문이 공식 철회됐다. 이 논문을 게재했던 《국제 항균제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Antimicrobial Agents)》을 발행하는 네덜란드 출판사 엘스비어의 발표를 토대로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18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2020년 3월 16일 프랑스 마르세유 지중해 감염 병원-대학 연구소(IHU)의 디디에 라울 당시 소장(현재는 은퇴)이 이끄는 연구진은 HCQ와 항생제인 아지트로마이신을 함께 복용한 20명의 코로나19 환자의 바이러스 부하가 줄었다는 연구결과를 사전인쇄 논문으로 발표했다. 미국의 TV방송국들은 이를 크게 보도했다. 그리고 나흘 후 이 논문은 저자 중 한 명으로 이름이 올라가 있던 장 마크 롤랭이 편집장으로 있던 《국제 항균제 저널》에 게재됐다.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논문을 인용하며 이 약을 ‘기적의 치료제’라는 찬사를 보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코로나19 입원 환자에 대한 HCQ 긴급 사용 승인을 바로 발표했다.

‘웹 오브 사이언스’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이 논문은 거의 3400회나 인용됐다. 게재 철회된 논문 중에서 코로나 19 관련으로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이자 또 전체 게재 철회논문 중 두 번째로 많이 인용된 논문이다.

하지만 이 논문은 결국 4년 9개월 만에 공식 철회됐다. 엘스비어는 《국제 항균제 저널》에 직접 개재한 장문의 철회 공지에서 이 학술지를 공동 발행하는 국제항균화학요법협회(ISAC)와 함께 조사한 결과, 참가자들의 사전 동의를 받았는지가 불분명하고, 데이터의 신뢰도도 떨어진다고 밝혔다.

공지문은 또 이 연구의 공동 저자 중 3명이 논문의 방법론과 결론에 문제가 있다며 논문에서 이름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5명은 철회에 동의하지 않았고 그 근거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철회에 동의하지 않은 5명 중 한 명인 마르세이유 지중해 감염 IHU의 필립 브루키 연구원은 “윤리적 또는 규제적 문제가 없으며 과학적 진실성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며 자신들은 “사이버 괴롭힘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라울 전 소장은 아예 이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유명해진 라울 전 소장의 논문 철회는 이번이 28번째다. 프랑스의 조사 결과, 그와 마르세이유 지중해 감염 IHU는 수많은 연구에서 윤리 승인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논문은 발표 직후부터 수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미국의 이미지 포렌식 전문가이자 과학적 무결성 컨설턴트인 엘리자베스 빅 박사는 윤리 승인 일정에 대한 명확성 부족과 치료군과 대조군 참가자의 특성 간의 잠재적 혼란스러운 차이 등의 우려를 제기했다. HCQ로 치료받은 6명이 연구 도중 배제됐는데 이 중 1명은 사망하고 3명은 중환자실로 이송됐다.

2020년 4월 ISAC는 이 논문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7월에는 《국제 항균제 저널》에 이 연구에 대한 비판적 리뷰가 여려 편 게재됐다. 그 중에는 네덜란드 라이덴대학병원의 프릿 로젠달 교수(역학)가 “주요 방법론적 결함”을 지적한 리뷰도 있었다. 그럼에도 ISAC는 “팬데믹이 한창일 때 관찰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했으며 이 논문의 발견에 대한 공개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활발한 공개 과학적 토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유로 이 논문을 철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한 연구결과 발표가 쌓여갔다. 2021년《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은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HCQ가 처방된 사람의 사망률이 11%나 더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올해 1월 《생물의학과 약물치료(Biomedicine & Pharmacotherapy)》에 발표된 논문은 HCQ 처방으로 인해 숨진 코로나19 환자 추정치가 1만7000명에 육박한다고 지적했다.

급기야 올해 6월에는 앞서 언급한 3명의 저자가 논문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빼 달라고 요청함에 따라 엘스비어는 다시 공식 철회에 대한 심사에 착수하게 됐다. 철회 통지서에 적시된 3명의 저자는 엑상마르세유대의 종양약리학자 스테파네 오노레 및 니스대학병원의 감염병연구원 조안 쿠르종과 바이러스학자 발레리 조르다넨고다.

게재 철회가 발표되자 초창기부터 문제를 지적해온 빅 박사는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가 코로나19 감염 치료제로 HCQ를 승인했음을 지적하며 “절대 출판돼서는 안 되는 논문이었으며 출판 직후라도 바로 철회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프랑스 약리학 및 치료 학회(SFPT)도 해당 연구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효과적이라고 거짓으로 제시하려는 데이터 조작과 결과 해석의 편향으로 특징지어지는 명백한 과학적 위법 행위 사례”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건필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