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장악 실패한 임종훈 “주주 결정 존중”
자리 지킨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분쟁 빨리 끝내야...미래 위해 고민할 것”
19일 열린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에서 경영권 장악에 실패한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주주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그룹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리를 지킨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서둘러 분쟁을 끝내고 미래를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한미약품은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박재현 사내이사·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 해임의 건과 박준석·장영길 사내이사 선임의 건 등 2건의 의안을 상정했다. 표결 결과 박재현 사내이사 해임의 건은 출석 주식 수의 53.62%가, 신동국 이사 해임 건은 53.64%가 찬성해 각각 부결됐다. 특별안건 통과 요건인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는 데 실패한 것이다. 이들 2명이 이사 자리를 지킴에 따라 박준석·장영길 사내이사 선임의 건은 자동 폐기됐다.
주총 직후 임종훈 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주주들의 결정을 존중하며, 한미약품을 포함해 그룹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걱정하는 의견과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겠다”면서 “지주사 대표로서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으나 그룹 전체가 최선의 경영을 펼치고, 올바른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어느 누구도 더 이상 불필요한 갈등과 반목을 초래하거나 그룹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며 “그룹 경영진과 임직원 모두가 각자 역할에 집중해 혼란 국면이 기업가치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게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덧붙였다.
다만 아직 끝난 게 아니라는 뜻도 밝혔다. 해당 입장문에서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매우 아쉬운 결과이나 해임 요건에 해당하는 여러가지 사실과 상황들이 시간이 갈수록 더욱 구체화될 것”이라며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면 주주들의 판단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해임 위기에 처했던 박재현 대표는 주총이 끝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좋은 방향으로 결론이 지어져 기쁘긴 하지만, 이런 소모적인 임시주총에 착잡한 심정도 든다”며 "주총을 준비하면서 분쟁 종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빨리 분쟁을 끝내고 미래를 향한 고민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독자경영에 대한 의지도 내보였다. 다만 이를 한미사이언스와의 단절로 해석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박 대표는 “한미약품은 그간 한미사이언스에 업무를 위·수탁했는데, 그 관계를 깨겠다는 것은 아니고, 지주사와 완전히 분리시켜 경영하겠다는 것도 아니다”며 “다만 8월에 했던 인사팀이나 법무팀에 대한 부분은 최소한의 관리 기능 강화를 위한 조치며, 그것만으로 독립경영을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지난 8월 한미약품은 독자경영 체제를 본격화한다며 인사조직 신설 등 조직개편을 했다. 이에 대해 한미사이언스는 박 대표가 그룹사 전체를 혼란에 빠뜨렸고,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며 임시주총 개최를 요구했고, 고소·고발까지 이어졌다.
박 대표는 “이제 주총이 끝났으니 고소고발을 취하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하며, 지주사가 고소고발을 취하하면 나 역시 고소 건을 취하할 의향이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