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음식' 많이 먹는 사람, 치매 위험 84% 높아
염증 유발하는 식품 많이 먹는 사람 치매 발병 위험 크게 높아져
건강에 좋지 않은 식단으로 인해 몸속 염증 수치가 높은 사람은 생선이나 채소 등 항염증 효과가 있는 식품 위주의 식단을 섭취하는 사람에 비해 치매 위험이 84%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UT 헬스 샌안토니오의 글렌 빅스 알츠하이머 및 신경퇴행성 질환 연구소, 보스턴대, 프레이밍햄 심장연구소 공동 연구진은 식단의 염증지수(이하 DII)가 높으면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해 모든 원인으로 인한 치매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중해식 식단이나 지중해식 식단과 고혈압 예방 식단을 결합한 MIND 식단 등 항염증 식품 위주의 식단은 인지 저하 속도를 늦추고 치매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연구 시작 시점에 치매를 앓고 있지 않았던 60세 이상 참가자 1487명을 대상으로 약 13년 간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식이 데이터, 치매 발병률, 알츠하이머병 진단율을 분석했다.
식단에 관한 정보는 세 번의 검사 주기(1991~95, 1995~98, 1998~2001)에 걸쳐 시행된 식품섭취빈도 설문조사를 통해 수집했다. 이를 토대로 섬유질, 비타민, 오메가-3 지방산과 같은 항염증 식단 또는 포화지방, 총 에너지 섭취량, 탄수화물 등 염증을 유발하는 식품으로 분류된 36가지 식이 성분에 대해 DII 점수를 계산했다. DII는 영양소, 생리활성 화합물, 식품 성분을 분석해 섭취 시 염증이 유발되는 정도를 수치화한 것이다. 즉, 점수가 높을수록 염증을 유발하는 식품을 더 많이 섭취했다는 뜻이다.
참가자 1487명 중 187건의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해 246명이 모든 원인으로 인한 치매 진단을 받았는데, DII 점수가 높을수록 치매 위험이 유의하게 높았다.
자세히 보면, DII 점수가 1 단위 증가할 때마다 모든 원인으로 인한 치매 위험은 21%, 알츠하이머성 치매 위험은 20% 높아졌다.
DII 점수에 따라 참가자를 그룹으로 묶었을 때, 염증을 유발하는 식단을 가장 많이 섭취한 그룹은 항염증 식품 위주의 식단을 가장 많이 섭취한 그룹에 비해 모든 원인으로 인한 치매 발병 위험이 84% 더 높았다.
이러한 연관성은 연령, 성별, 교육 수준, 체질량지수, 신체활동, 흡연 여부, 총 에너지 섭취량 등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요인을 조정한 후에도 유지됐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식단으로 인한 염증이 전신 염증 경로를 통해 신경퇴행 과정에 기여한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포화지방이나 가공 탄수화물과 같은 염증 유발 성분이 높은 식단으로 인한 만성 염증은 뇌의 염증을 악화시키고 알츠하이머병의 특징인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 형성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오메가-3 지방산이나 플라보노이드와 같은 항염증성 영양소는 염증 발생에 관여하는 사이토카인 생성을 줄이고 뇌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이러한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 지중해식 식단과 같은 항염증성 식단이 전신 염증을 감소시켜 인지 기능을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이번 연구는 관찰 연구로써 구체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는 없다. 하지만 DII 점수의 최고점과 최저점 사이의 84%라는 결과의 상관관계는 여전히 매우 의미가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는 항염증성 식품 섭취를 강조하는 개입이 장기적인 전략으로써 치매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DII 유형의 평가를 식단 지침에 통합하면 위험에 처한 사람을 식별하고 개인에게 맞춘 영양 전략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알츠하이머병 및 치매(Alzheimer's & Dementia)》 저널에 ‘Association between dietary inflammatory index score and incident dementia’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