母에 신장 기증했던 女...'돼지신장'이식, 전세계 세 번째
어머니에게 신장 기증했던 54세 미국 여성 이식수술 후 한 달째 건강
유전자 편집 돼지 신장(콩팥)을 이식받은 세 번째 사람이 이식 후 한 달 째 건강하게 생존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식수술을 맡은 뉴욕대(NYU) 랭곤 헬스 의료진의 17일(현지시간) 발표를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보도한 내용이다.
주인공은 미국 앨라배마주 출신의 53세 여성 토와나 루니다. 그는 1999년에 자신의 신장 중 하나를 병든 어머니에게 기증했다. 이후 임신 합병증으로 혈압이 급상승하면서 남은 신장 하나에 신부전이 발생했다.
2016년 말부터는 신장 투석이 필요했고 몇 달 후 신장 이식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면역 체계가 기증자의 장기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적합한 신장을 찾기 어려웠다. 그렇게 8년을 기다리며 투석을 계속하다보니 투석에 중요한 혈관을 계속 상실하는 고통을 겪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그런 그에게 아직은 실험 상태인 돼지 신장 이식을 허용했다.
그에게 이식된 돼지 신장은 인간에게 이식하기에 적합하도록 10번의 유전자 편집을 거친 돼지의 것이었다. 이종 이식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종 간 이식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이식 한 달 후 루니의 건강 상태는 양호하다고 밝혔다. 랭곤 헬스 의료진은 루니가 “내게 또 다른 삶의 기회가 주어진 축복을 받았다”며 “다시 여행하고 가족 및 손자들과 더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소감을 전했다고 소개했다.
루니는 유전자 편집 돼지 신장을 이식한 전 세계 세 번째 사람이다. 최초의 인물은 올해 3월 미국 보스턴에 있는 브리검종합병원(MGB)에서 이식수술을 받은 62세의 미국 남성 리차드 슬레이먼이었는데 두 달을 못 채우고 숨졌다. 4월 NYU 랭곤 헬스에서 이식수술을 받은 54세의 여성인 리사 피사노가 두 번째 사례였다. 심부전과 신부전을 동시에 앓고 있던 피사노는 기계식 심장펌프를 이식하고 8일 뒤 돼지 신장을 이식했다. 하지만 심장펌프 이상으로 인한 불충분한 혈류로 47일 만에 돼지 신장을 제거하고 신장 투석을 다시 받다가 7월에 숨졌다.
루니는 현재 모든 종류의 돼지 장기 이식을 받은 사람들 중 유일한 생존자이기도 하다. 피사노와 루니의 이식수술을 모두 집도한 NYU 랭곤 이식연구소의 로버트 몽고메리 소장은 “토와나는 2021년 첫 수술(두 명의 뇌사자에게 돼지 신장 이식)을 시행한 이래 이종 이식 분야에서 이룬 진전의 정점”이라며 “그는 신부전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등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랭곤 헬스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전역에서 약 10만4000명이 장기 이식 대기자 명단에 올라와 있으며 그 중 9만400명 이상이 신장 이식 대기자다. 또 현재 말기 신장질환으로 고생하는 미국인은 80만8000명 이상이지만 2023년 한 해 새 신장을 이식받을 수 있었던 사람은 2만7000명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