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길 찾아 운전하는 사람, 치매 덜 걸린다?

443개 직업 분석 결과 "택시기사·구급차 운전기사, 일반인에 비해 치매로 인한 사망 위험 3분의1도 안 돼"

택시운전사, 구급차 운전사 등 가장 가깝고 빠른 길을 찾기 위해 공간처리 능력을 자주 발휘해야 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로 숨질 위험이 훨씬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대도시에서 자가용으로 출퇴근 전쟁을 치르는 사람에게도 해당될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복잡한 길을 찾아 운전하는 사람은 치매에 걸릴 위험이 낮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매사추세츠종합병원·브리검여성병원 연구팀은 사망한 사람들의 직업에 관한 국가 데이터를 이용해 443개 직업 종사자의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적절한 택시 노선이나 병원으로 가는 지름길을 찾아 운전해야 하는 기사 등 공간처리능력을 자주 발휘하는 직업 종사자는 알츠하이머병(알츠하이머성 치매)에 걸려 숨질 위험이 다른 직업 종사자에 비해 훨씬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택시 기사나 구급차 운전기사가 이런 직업에 해당한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비샬 파텔 박사(외과)는 “인지적 공간지도를 만드는 데 관여하는 뇌 부위는 우리가 주변 세계를 탐색하는 데 쓰이며, 알츠하이머병 발생과도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실시간 공간처리와 처리가 필요한 택시 운전이나 구급차 운전과 같은 직업이 다른 직업에 비해 알츠하이머병 사망률 감소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연구팀은 2020년 1월~2022년 12월 443개 직업 종사자의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평가했다. 직업과 함께 연령, 성별, 인종, 민족, 학력 등 사회인구학적 정보를 조사해 분석했다.

모든 직업에 걸쳐 연구에 포함된 약 9000만 명 가운데 3.88%(34만8328명)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사망했다. 이에 비해 택시 기사는 1.03%, 구급차 운전기사는 0.74%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요인을 감안(조정)한 뒤에도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사망률은 택시 기사 1.03%, 구급차 운전기사 0.91%에 그쳤다.

연구팀은 “알츠하어머병으로 숨질 위험은 전체 참가자에 비해 택시 기사는 약 27%, 구급차 운전기사는 약 23% 수준밖에 안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실시간 공간처리에 덜 의존하는 버스 운전사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숨질 위험은 3.11%, 미리 정해진 경로를 주로 이용하는 항공기 조종사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숨질 위험은 4.57%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의 공동 책임 저자인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아누팜 B. 예나 박사는 “택시 및 구급차 운전자의 해마나 다른 부위의 신경학적 변화가 알츠하이머병 발병률을 낮추는 원인이 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게 아니라 관찰연구이며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이 연구 결과(Alzheimer’s disease mortality among taxi and ambulance drivers: population based cross sectional study)는 ≪영국의학저널(BMJ)≫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