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고양이가 옮길 수 있다고?"

야생동물 및 사람과 자주 어울려 감염 및 진화 이뤄질 위험 커

고양이가 조류독감 바이러스(H5N1)을 전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바이러스의 진화와 전파에 예상치 못한 역할을 해 공중보건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새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양이가 조류독감 바이러스(H5N1)을 전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바이러스의 진화와 전파에 예상치 못한 역할을 함으로써 공중보건상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신종미생물과 감염(Emerging Microbes & Infections)》에 발표된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12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올해 초부터 미국 내 젖소들 사이에서 유행한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감염된 젖소농장에 살던 많은 고양이의 목숨을 앗아갔다. 또한 최소 60명이 병에 걸렸으며, 이들 대부분은 감염된 젖소나 가금류와 직접 접촉한 사람들이었다.

H5N1은 현재 사람 사이에서는 쉽게 전파되지 않지만 한두 가지 주요 돌연변이만으로도 사람 사이에 쉽게 전염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고양이가 사람에게 H5N1을 전염시켰다는 증거는 없지만 과학자들은 반려동물이 여전히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에서 반려동물로 여겨지던 길고양이 10마리가 호흡기 및 신경학적 증상을 보인 후 사망한 사례를 조사했다. 고양이에게서 분리된 바이러스는 인근 낙농장의 젖소에서 발견된 변이와 매우 유사했다. 연구진은 이 고양이들이 농장에서 바이러스를 옮긴 야생 조류를 먹은 후 감염된 것으로 추정했다.

고양이가 H5N1과 계절성 독감 바이러스에 동시에 감염되면 조류 독감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널리 퍼지는 데 필요한 돌연변이를 획득할 수 있다. 고양이는 야생 동물과 사람 모두와 자주 어울리기 때문에 바이러스 진화의 가교가 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몇 달간 미국에서 젖소와 사람을 대상으로 한 H5N1 검사에 초점을 맞춰왔으며, 고양이와 같은 다른 동물을 추적할 책임이 있는 정부 기관은 한 곳도 없었다고 보도했다. 논문의 주저자인 피츠버그대 수레쉬 쿠치푸디 교수(미생물학)는 이번 연구는 공중보건 당국이 고양이의 조류 독감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그는 “당면한 문제-우유 관리와 인간 활동 감시 같은 문제-해결에 집중하느라 우리는 훨씬 더 크고 진화하는 이야기를 놓치고 있을 수 있다”며 “이미 눈에 보이는 곳에서 일어나고 있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조류 독감 백신을 승인할 즉각적인 계획이 없으며 그 결정을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 넘겼다고 NBC 뉴스는 보도했다. 이러한 지연은 잠재적 발병에 대처하는 정부의 준비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과거 과학자들은 두 독감(계절성 독감과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유전자를 교환할 수 있는 이상적인 ‘혼합 용기’로 돼지를 가장 우려해왔다. 그러나 미국 세인트주드 아동연구병원의 독감 전문가인 리처드 웹비 박사는 다른 많은 동물들도 조류 독감과 계절성 독감 바이러스를 동시에 숙주가 될 수 있다며 “고양이는 꽤 좋은 후보인 것 같다”고 밝혔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2022년 말 이후 미국에서 최소 53마리의 집 고양이가 H5N1에 감염됐다. 게다가 현재 H5N1 변이는 이미 90종의 조류와 20종 이상의 포유류 등 이례적으로 광범위한 종을 감염시켰다고 영국 퍼브라이트 연구소의 톰 피콕 연구원(바이러스학)은 지적했다. “이 바이러스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모든 종류의 기이한 일을 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여 말했다.

다음 링크(https://www.tandfonline.com/doi/full/10.1080/22221751.2024.2440498#abstract)에서 해당 논문을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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