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건강하다고 믿었는데..." 생우유, 냉장 보관해도 독감 바이러스 최대 5일 생존
"대장균이나 살모넬라균 등 포함돼 면역력 약한 사람에게 치명적"
저온 살균 우유의 대안으로 사랑받는 생우유에 숨겨진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냉장 보관한 생우유에서 독감 바이러스가 최대 5일간 감염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환경 과학 및 기술 서한(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Letters)》에 이같은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젖소 우유에서 시작된 조류독감 바이러스 유행으로 올해 미국에서만 감염자가 60명 이상 발생한 상황에서 나온 연구 결과다.
연구책임자인 스탠퍼드대의 알렉산드리아 보엠 교수(환경공학)는 “이 연구는 생우유 섭취를 통한 조류 인플루엔자 전파의 잠재적 위험과 우유 저온 살균의 중요성을 뒷받침해 준다”고 밝혔다.
매년 140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생우유를 마신다. 저온 살균 우유와 달리 생우유는 잠재적으로 해로운 병원균을 죽이기 위한 가열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생우유에 유익한 영양소, 효소, 프로바이오틱스가 더 많아 면역력과 위장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생우유가 200건 이상의 질병 발생과 연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생우유에 포함된 대장균과 살모넬라균이 특히 어린이, 노인, 임산부,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게 심각한 건강 위험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일반적 냉장 온도에서 생우유에 있는 인간 독감 바이러스 균주의 지속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독감바이러스 중 하나인 H1N1 PR8이 최대 5일간 우유에서 생존하여 감염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의 공동 주저자인 스탠퍼드대 멍양 장 박사후 연구원(환경공학)은 “생우유에 감염성 독감 바이러스가 며칠 동안 지속된다는 것은 잠재적인 전염 경로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그는 “독감 바이러스가 유제품 시설 내의 표면과 기타 환경 물질을 오염시켜 동물과 인간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감 바이러스는 미국에서만 매년 4000만 명 이상을 감염시키고 5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다. 지난 2009~2010년에 전 세계적으로 14억 명의 인간 감염을 초래한 신종플루(돼지독감)의 경우처럼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파되기도 한다.
조류독감은 사람들에게 직접적 위험이 된다고 아직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젖소에서 조류독감이 대거 발병하면서 우유 및 기타 유제품을 통한 전염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가축들 사이에서 조류독감이 계속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감시 시스템 개선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자료라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pubs.acs.org/doi/10.1021/acs.estlett.4c00971)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