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심장 이식받으면…성 정체성에도 변화가?

장기 이식으로 공여자의 성격과 기억까지 전해질까?

장기 이식을 받은 사람들은 종종 수술 후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고 보고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장기 이식을 받은 사람들은 종종 수술 후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고 보고한다. 이러한 현상은 심장 이식을 받은 사람에게 가장 흔하지만 신장이나 폐, 안면 이식을 받은 사람들도 좋아하는 음식이나 음악, 심지어 성적 취향에 변화가 생겼다고 말하기도 한다. 과연 장기 이식을 받을 때 공여자의 특정한 성격이나 선호까지 이식되는 걸까?

이식 수술 후 기억, 선호 음식, 성적 취향까지 달라졌다는 사례 다수 보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이에 대한 설명으로 올해 초 발표된 한 사례를 소개했다. 3세 여자 아이로부터 심장을 이식 받은 9세 남자 아이에 관한 사례로, 이 아이는 이식 수술을 받은 후부터 물을 죽도록 무서워하게 되었다. 이식 받은 아이는 심장 공여자가 어떻게 사망했는지 알지 못했지만, 사실 사망 원인은 익사였다.

유사한 사례는 또 있다. 얼굴을 총에 맞아 사망한 경찰관의 심장을 이식 받은 한 대학 교수는 수술 후 눈 앞에 ‘빛이 번쩍이는’ 증상이 생겼다고 보고했다. 그는 “얼굴이 정말 뜨거워지고, 실제로 화끈거린다”고 말했다.

일부 환자들은 특정 부분에 있어 선호의 변화를 보고하기도 했다. 2002년 발표된 한 사례 연구에서 의료진은 장기 기증자가 좋아하던 음식 취향을 갖게 된 한 여성의 사례를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여성은 건강에 관심이 많던 안무가였는데 퇴원하자마자 KFC에서 판매하는 치킨너겟을 먹고 싶은 통제할 수 없는 충동을 느꼈다. 이 음식은 그가 수술 전에는 입에도 대지 않던 음식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사망 당시 기증자의 옷에서 먹지 않은 KFC 치킨너겟이 발견됐다는 점이다. 이와 비슷하게, 19세의 채식주의자에게 심장을 이식 받은 29세 여성은 갑자기 고기를 끔찍하게 싫어하게 됐다는 보고도 있다.

성적 취향이 변했다는 사례들도 있다. 동성애자였던 여성으로부터 심장을 기증 받은 동성애자 남성은 수술 후 여성에게 더 큰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는 사례 보고가 있다. 반면, 이성애자였던 여성의 심장을 이식 받은 동성애자 여성이 이식 수술 후 남성에게 호감을 느끼며 자신의 성 정체성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는 사례도 있다.

뇌 뿐만 아니라 세포도 기억을 저장할 수 있다는 세포기억설…더 많은 연구 필요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원인은 심장과 뇌가 본질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 수 있다. 2024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심장 이식 시 공여자의 성격 특성과 기억까지 수혜자에게 전달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가 나왔다”며 “심장의 신경 네트워크와 뇌와의 양방향 소통이 기억 및 성격에 있어 심장-뇌 연결 개념을 뒷받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연구진은 이식 수술 후 나타나는 이러한 변화들은 세포 기억(cellular memory)의 전이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개별 세포가 기억을 형성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 메커니즘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그 외에 장기를 이식 받은 후 수혜자의 몸에서 유전자가 다르게 발현될 수 있다는 가설도 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례들이 너무 ‘우연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수혜자들에게서 전과 다른 변화가 나타나는 건 큰 수술을 받고 죽음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는 사실에서 회복하는 데 대한 심리적 반응일 수 있다고 말한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수혜자가 공여자의 행동이나 성격 특성을 전해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수술 전 미리 걱정하다보니 행동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생명이 달린 중대한 수술을 받는다는 스트레스 또한 환자가 삶의 특정 측면을 보는 관점을 바꿀 수 있다.

2024년 리뷰를 발표한 연구진은 심장 이식과 기억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기억 전이, 신경 가소성, 장기 통합의 복잡성을 밝혀 장기 이식과 신경과학 및 인간 정체성의 광범위한 측면에 대한 통찰을 얻기 위해 더 많은 학제 간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러한 복잡성을 이해함으로써 장기 이식에서 환자를 더 잘 치료하고 인간 경험과 존재의 근본적인 측면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지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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