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건강은 삶의 질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김현정의 입속 탐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건강이란 "단순히 질병이나 허약함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한 안녕 상태"를 의미합니다(세계보건기구, 1948). 이러한 건강 개념은 정신건강의학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생물심리사회적 모델(biopsychosocial model of health)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우리 모두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원합니다. 삶의 질(Quality of Life)은 개인이 자신의 삶에서 느끼는 전반적인 만족도와 행복감을 의미하며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경제적 요소 등 다양한 측면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되고, 삶의 질과 관련한 여러 지표들이 개발되어 숫자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삶의 질(Quality of life, QoL)은 사람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문화와 가치 체계의 맥락에서 자신의 위치에 대한 인식과 목표, 기대, 기준, 관심사와 관련된 것"입니다(세계보건기구 QOL, 1995).

삶의 질과 관련된 요소들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신체적 건강은 질병의 유무, 신체 기능의 상태, 에너지 수준 등이 포함되며, 이는 일상생활 수행 능력과 직접적으로 연관됩니다. 정신적 건강은 정서적 안정, 스트레스 수준, 자아존중감 등이 포함됩니다. 사회적 관계의 경우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등 인간관계의 질이 사회적 지원과 소속감을 주어 삶의 만족도와 직결됩니다. 경제적 안정은 소득 수준, 직업 안정성, 주거 환경 등 물질적 안녕 및 생활의 안정성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습니다. 교육 수준과 여가 활동의 질은 개인의 성장과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의 삶의 질을 평가하기 위해 가족·공동체, 건강, 교육, 고용·임금, 소득·소비·자산, 여가, 주거, 환경, 안전, 시민참여, 주관적 만족도 등 11개 영역에 해당하는 71개 지표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표를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다각도로 평가하고, 정책 수립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100세 장수시대에 구강건강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삶의 질과 관련된 모든 영역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코헨 L.K와 제이고 J.D가 1976년 처음으로 구강건강 관련 삶의 질(Oral Health Related Quality of Life, OHRQoL) 지표를 제안하였습니다. 이는 사람들이 먹고, 자고, 사회적 상호작용에 참여할 때의 편안함, 자존감을 반영합니다. 많은 연구에서 구강건강이 자존감, 사회적 관계망, 학교 및 직장 성과 등 사회 생활에서 매우 중요함이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HIV(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에 감염된 여성이나 치과공포증이 있는 사람, 치료되지 않은 충치가 많거나 만성치주염이 있는 사람들은 구강건강 관련 삶의 질이 저하됩니다. 더 나아가 구강노쇠나 우울장애를 겪고 있는 노인들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인지장애와 함께 삶의 질 저하가 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됩니다. 최근에는 구강건강과 관련된 부정적 효과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구강건강이 스트레스나 질병으로부터 회복하는 힘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도 연구되어 있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국립치과두개안면연구소(NIDCR)는 구강건강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구강건강은 단순히 치아와 잇몸의 상태를 넘어, 개인의 전반적인 삶의 질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구강질환은 저작기능 저하를 초래해 영양 섭취에 어려움을 겪게 하고, 이는 전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만성치주염은 뇌심혈관질환 등 다른 질병의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구강문제로 인한 통증과 불편함은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가져와서 삶의 질을 저하시킵니다. 구강건강은 발음과 외모에 영향을 미쳐 사회적 상호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구강 질환에서 비롯된 발음 문제나 외모 변화는 사회적 활동을 제한하고, 이는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집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3년부터 글로벌 구강건강 프로그램을 중요하게 다루어 왔습니다. 최근에는 전 세계인의 구강건강 증진을 위해 2023~2030 글로벌 구강건강 행동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치과 질환 중 십중팔구는 예방이 가능한데도 36억명이 치과 질환을 가지고 있어 전신건강과 삶의 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충치, 만성치주염, 무치악, 구강암 등 주요 구강병에 대한 최신 자료를 분석해 전 세계적인 구강건강 상태를 비교평가하고 있습니다. 가난, 치과에 대한 접근성 등 구강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인을 규명하며, 다양한 정치구조와 보건의료 시스템을 가진 각 국가에서 행동계획을 이행함으로써 보편적 의료보장 목표를 달성하고자 합니다. 정책 계획 때 비용효과, 인력의 가용성, 구강보건인력의 역량 및 교육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필수 구강건강관리를 다시 정의하고자 전략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치과 서비스 접근성이 좋은 우리나라에서도 치주질환의 경우 50대에서 49.7%, 60대에서 55.2%, 70대 이상에서 53.2%로 나타났습니다. 2022년 국내 외래 다빈도 질병으로 '치은염 및 치주질환'이 1,800만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는 전체 외래 환자 중 35.2%를 차지합니다. 이러한 통계는 구강건강이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보건 문제임을 시사하며, 예방과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삶의 질은 개인의 주관적인 평가와 객관적인 생활 조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되므로, 전인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올바른 구강건강 관련 지식 및 건강관리 노력과 함께 사회적, 정책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참고문헌>

Sischo L, Broder HL. Oral health-related quality of life: what, why, how, and future implications. J Dent Res. 2011 Nov;90(11):1264-70.

 

    김현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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