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불똥에 美 변수까지…제약바이오, 유난히 추운 겨울 속으로?

환율 올라 원료약 부담 늘고 투자도 위축…美 바이오보안법 입법 지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KTV 캡처]
비상 계엄 여파로 국내 경제가 불안감에 휩싸인 가운데 제약·바이오 업계가 몸살을 앓는 분위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원료의약품 수급 부담이 커졌다. 계엄 발령 이후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원료의약품 구입 단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원료의약품은 완제의약품 제조에 핵심적인 성분인데 국내 자급도는 지난해 기준 약 11%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주로 중국, 인도, 미국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은 4일 1413원에서 11일 오후 4시 현재 1430원을 넘어섰다. 3일 비상계엄 선포·해제 이후 벌어지고 있는 탄핵 정국의 불확실성을 반영한 상승세로 분석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재 의약품 제조에 필요한 대부분의 원료의약품을 수입하고 있어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손해가 크다”며 “신약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원부자재 역시 수입에 의존하는 기업들이 많아 정국 혼란이 계속되면 비용 부담이 덩달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 업계에도 혼란이 반영됐다. 최근 코스닥 시장 상장을 발표한 방사성의약품 전문 기업 듀켐바이오는 10일 “수요 예측 결과와 시장 상황을 고려해 1주당 확정공모가액을 8000원으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기존에 듀켐바이오가 IPO(기업공개) 간담회를 통해 밝힌 희망 공모가는 주당 1만2300~1만4100원이었다. 확정가액은 이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 347억원, 영업이익 53억원을 기록하는 등 최근 상장에 도전하는 바이오 기업으로는 드물게 흑자를 기록 중이었다. 이에 지난 2~6일 진행됐던 수요 예측이 계엄 선포 시기와 맞물린 결과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알테오젠 등 체급이 큰 기업들도 주가가 크게 흔들리다 10일에야 반등을 시작했다.

이달 윤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출범할 예정이었던 국가바이오위원회 역시 운영이 불확실해졌다. 윤 대통령이 무에서 사실상 배제되면서, 윤 정부가 추진하던 ‘바이오산업 육성’ 정책에 대한 논의 자체가 제동이 걸린 것이다.

위원회는 바이오 정책 전반에 대한 심의와 인허가를 담당하고 제도·규제 방안을 수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국가 바이오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민·관·공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국제 협력을 지원하는 등 바이오 산업 전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었다. 이번 정국 혼란으로 정부 주도의 바이오 정책 혁신과 위원회의 출범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여기에 더해 미국에서 바이오보안법이 국방수권법안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연내 입법이 무산됐다.

바이오보안법은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는 기업이 특정 기업과 거래하는 것을 막는 내용의 법안이다. 중국 최대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 우시바이오로직스 등이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이들 기업의 공백을 국내 CDMO 기업들이 메울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왔다.

미국 하원은 바이오보안법을 국방수권법에 포함시키는 절차를 추진하고 있었다. 국방수권법은 미국의 안보, 국방정책, 국방 예산 지출 등을 광범위하게 다루는 법안으로, 매년 대통령 승인 후 시행된다. 국방수권법에 바이오보안법이 포함되면 사실상 연내 시행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바이오보안법은 내년 국방수권법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회 회기가 얼마 남지 않아 단독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내년 새롭게 구성되는 국토안보위원회에서 이를 재논의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보안법이 추진되면서 글로벌 고객사들로부터 수주 문의가 2배 이상 늘어나는 등 실질적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만큼, 바이오보안법 입법 연기는 아쉬운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메리츠증권은 “바이오보안법이 연내 시행됐더라도 2032년까지 유예기간이 주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만큼, 해당 법안을 통한 실질적인 수혜는 중장기적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장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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