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밑에 '빨간 약' 떨어뜨려 30kg 뺐지만"...갑자기 사망한 女, 성분 알고보니

동물 천식 폐질환에 쓰이는 클렌부테롤(Clenbuterol) 포함된 약물...인간에 사용 금지, 불법으로 구매해 부작용 겪다 사망

영국에서 한 여성이 체중을 줄이기 위해 혀 밑에 떨어뜨리는 ‘체중감량 드롭’을 사용한 후 갑작스럽게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영국에서 한 여성이 체중을 줄이기 위해 혀 밑에 떨어뜨리는 ‘체중감량 드롭’을 사용한 후 갑작스럽게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약 성분에는 동물 폐질환 치료에 쓰인 불법 약물이 들어 있었다.

영국 일간 미러 등의 다수의 외신에 따르면 웨일스 북부 코너스키에 사는 두 아이의 엄마인 사라 톰슨(34)은 16세 딸에 의해 9월 어느날 침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가족들은 사라가 여름에 구입한 빨간색 드롭 때문에 사망했다고 믿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약물의 공급을 막고 체중 감량 약물을 복용하려는 사람들에게 위험성을 당부하고 있다.

사라의 죽음이 이 체중감량 드롭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사망 원인 확인을 위한 부검이 진행 중이다. 웨일스 경찰은 9월 사라의 사망 신고를 접수했으며, 검시관에게 모든 필요한 서류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 정부 대변인은 "약물 오남용으로 인한 모든 죽음은 비극이며,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정부는 약물 오남용을 포함한 사회의 주요 사망 원인을 예방하기 위한 공중보건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 달 만에 약 30kg 감량, 효과 보더니 부작용 있음에도 계속 사용

가족에 따르면 사라는 암 투병 후 체중이 증가해 살을 빼고 싶어했다. 사라가 NHS의 체중 감량 주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자, 다른 '지방 연소 세럼'을 찾기 시작했다. 드롭의 출처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온라인에서 구매 가능한 제품인 것으로 보인다. 사라는 한 달 만에 몸무게를 약 99kg에서 70kg로 감량했고 자신감에 차있었다.

가족이 공개한 사진에서는 사라가 드롭 복용 전후로 극적인 체중 변화를 겪은 모습이 드러났다. 그는 심각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혀 밑에 드롭을 계속 떨어뜨려 왔다. 체중이 빠지기는 것에 만족한 사라는 동생 가브리엘라에게도 드롭 한 병을 건네기도 했다. 가브리엘라는 첫 번째 복용 후 몸이 떨리고 심장이 빠르게 뛰는 부작용을 경험했고 복용을 중단했지만, 사라는 계속 복용했다.

사망 며칠 전, 사라는 가브리엘라와 통화 중 심한 구토 증상을 보였고 음식이나 음료를 전혀 섭취할 수 없었다. 가브리엘라는 병원에 가라고 권유했지만, 사라는 부작용을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하지만 동생과의 우려를 나눈 지 며칠 만에 세상을 떠났다.

동물 의약품으로 개발된 콜렌부테롤...국내에선 가축 사용에도 금지, 불법 유통 시 처벌 

ITV 뉴스에 따르면 사라의 집에서 발견된 드롭 한 병을 실험실에 보내 분석한 결과, 클렌부테롤(Clenbuterol)이 포함돼 있었다. 클렌부테롤은 원래 동물 말의 천식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개발된 약물로, 근육을 이완시키는 스테로이드 유사 화학물질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동물용 의약품으로만 허가돼 있고, 인간에게 사용이 금지된 곳이 많다. 하지만 체지방 감소와 근육량 증가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불법적으로 유통 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일부 유명인과 보디빌더들이 체중 감량 및 근육량 증가를 위해 남용한 사례가 밝혀지기도 했다.

부작용은 심각하다. 심박수 증가, 구토, 저혈압, 심장마비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위험한 약물인 만큼 클렌부테롤은 영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Class C 약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소지하거나 판매하는 행위가 불법이다.

가브리엘라는 "사라는 드롭에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 몰랐을 것이다. 날씬해지고 싶어 했지만, 자기 애들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될 위험이 있는 것을 알았다면, 절대 복용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클렌부테롤 포함 불법 다이어트 약물 단속을 강화하면서 2010년 2015년, 2020년 경 적발 사례가 보고된 적이 있다. 일부 사용자가 심박수 증가, 부정맥, 고혈압 등의 부작용을 호소하며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당시, 사용자의 상당수가 해외 직구를 통해 약물을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서 클렌부테롤은 의약품 및 건강 보조제로 사용할 수 없다. 불법 약물로 간주되며,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치료나 체중 감량 목적으로 사용이 금지됐다. 더욱이 클렌부테롤이 가축 퍠질환 치료와 같이 동물 의약품으로 개발됐다 하더라도 국내에서는 식용 가축에서의 사용도 엄격히 금지돼 있다. 클렌부테롤이 동물에 남아 있을 경우, 사람이 섭취했을 때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해외 직구나 온라인으로 구매한 체중 감량 제품에서 클렌부테롤 성분이 발견될 경우 해당 제품은 수입 금지 및 회수 조치된다. 이 성분을 사용한 제품의 제조, 판매, 유통, 또는 소지가 적발될 경우 형사 처벌 대상이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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