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울 없다고 무시"...엄마와 같은 시기 유방암 걸렸지만 딸만 사망, 무슨 일?

어머니와 같은 시기 유방암 걸린 여성…멍울 잡힌 어머니는 치료 받았지만 증상 다른 딸은 뒤늦게 진단 받고 사망

어머니와 같은 시기에 유방암에 걸렸음에도 자신만 제대로 된 진단을 받지 못해 1년 만에 사망한 여성의 사연이 소개됐다. [왼쪽=게티이미지뱅크 /오른쪽 베나데트 모건의 사진='익스프레스' 보도내용 캡처]
사실상 자신의 어머니와 같은 시기에 유방암에 걸렸음에도 다르게 나타난 증상 때문에 유방염으로 치부되고 제대로 된 진단을 받지 못해 1년 만에 사망한 여성의 사연이 소개됐다.

영국 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버밍엄 어딩턴에 살던 버나데트 모건(52)은 2023년 1월 왼쪽 겨드랑이와 유방에 통증이 생겼을 때 본능적으로 뭔가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곧바로 유방클리닉을 찾았지만, 멍울도 만져지지 않았고 유방촬영술 결과에도 문제가 없었다. 클리닉에서 퇴원한 후 2월이 되자 그의 증상은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유방이 부어오르고, 염증이 생겼으며, 유방 피부가 붉어지고, 통증이 심해졌다.

버나데트는 일반의에게 세 차례 전화를 걸었고, 두 번의 전화 진료를 통해 항생제를 처방 받았다. 의사는 유방염을 의심했으며, 스캔 검사 결과가 깨끗했다고 그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계속해서 악화되는 증상으로 7월에 다시 유방클리닉에 의뢰된 후에야 새로운 의사가 문제가 있다고 보아 추가 검사를 실시했고, 염증성 유방암 4기 진단을 받게 됐다.

우연히도 버나데트와 그의 어머니인 캐슬린(78세)은 같은 시기에 유방암에 걸렸다. 하지만 혹이 발견되어 즉시 진단과 치료를 받은 캐슬린에 반해, 버나데트는 혹이 만져지는 등 쉽게 유방암을 의심할 수 있는 징후가 없어 증상이 나타나고 6개월이 지나서야 마침내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

두 아들을 생각하며 암을 이겨내기로 한 버나데트는 항암치료를 마치고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받을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직전 심한 두통과 어지럼증으로 병원에 입웠했고, 1월 초 실시한 검사에서 암세포가 뇌로 전이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그로부터 2주도 채 지나지 않아 버나데트는 사랑하는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다른 여성들이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 달라는 유언에 따라, 이후 그의 가족들은 염증성 유방암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염증성 유방암 생존자이자 이 캠페인을 지원하고 있는 영국 염증성 유방암 네트워크의 회장인 어텀 모리스는 “염증성 유방암은 희귀한 질환으로 많은 일반의가 그 징후와 증상을 완벽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수개월 또는 수년에 걸쳐 증상이 나타나는 다른 유형의 유방암에 비해 며칠 혹은 몇 주에 걸쳐 빠르게 증상이 나타나는 염증성 유방암은 진단 시 30%가 이미 4기이므로 의료전문가가 이 질환에 대해 정확한 지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멍울 잡히지 않고 조영술로도 확인 어려운 염증성 유방암…진행 빨라 예후 나쁜 편

염증성 유방암은 암세포가 피부의 림프관을 막는 희귀하고 공격적인 유형의 유방암이다. 미국암학회에 따르면, 염증성 유방암은 모든 유방암의 1~5%를 차지한다. 유방조직에 흩여져 생기기 때문에 멍울이 생기는 경우가 드물고 유방 조영술로도 거의 확인이 되지 않아 진단이 어렵다. 40세 미만 젊은 여성에서 발생하는 경향이 있으며, 과체중이나 비만 여성에서 더 흔하다. 일반적인 유방암 유형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되는 공격적인 암으로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다른 유방암에 비해 예후가 나쁜 편이다.

증상은 대개 수개월 이내로 빠르게 진행된다. 나타날 수 있는 증상으로는 △유방 피부의 부종 △유방 피부의 3분의 1 이상이 붉어짐 △유방 피부가 오렌지 껍질처럼 보이고, 움푹 들어가거나 두꺼워짐 △유두 함몰 △한쪽 가슴이 다른 쪽보다 따뜻하고 무겁게 느껴짐 △겨드랑이나 쇄골 근처 림프절 부종 등이 있다.

물론, 이러한 증상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염증성 유방암을 의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통증이나 발적, 가려움, 피부가 따뜻해지는 증상은 유방염의 일반적인 증상이기도 해 처음에는 감염을 의심하고 항생제 치료를 처방하기도 한다. 만약 항생제 치료를 하고도 7~10일 안에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추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염증성 유방암은 진행 속도가 빠르고 전이가 되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날 때 쯤이면 이미 암이 근처 림프절로 퍼진 상태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겨드랑이 아래나 쇄골 위 림프절이 붓는 증상이 나타난다.

유방 외 부위로 퍼지지 않은 염증성 유방암은 3기에 해당한다. 이 경우 대부분 종양을 줄이기 위한 화학요법을 먼저 실시한 다음 암을 제거하는 수술을 진행하고, 이후 방사선치료나 추가 화학요법 등을 시행한다. 유방 외 부위 전이나 먼 부위의 림프절로 전이가 됐다면 4기다. 4기는 화학요법, 호르몬 요법, 표적 약물로 치료한다.

이처럼 염증성 유방암은 빠르게 진행되며, 발경 당시 이미 전이 가능성이 높아 다른 유형의 유방암보다 치료 후에도 재발 가능성이 높고 생존율도 비교적 높지 않은 편이다.

    지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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