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성 진통제마저 '의료쇼핑'... "환자 진료 현황 실시간 확인 시스템 필요"

박정혜 심평원 심사운영실장 “2480명은 1년 365일 매일 외래진료”

박정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운영실장이 우리나라 의료 과다이용 현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민지 기자]
'의료쇼핑'을 차단하기 위해 진료단계부터 환자별 의료기관 진료 이용 사례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박정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운영실장은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무분별한 의료쇼핑, 이대로 괜찮은가?’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제안했다. 국민의힘 안상훈 의원이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서 박 실장은 우리나라 의료 과다이용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환자 1인당 연간 외래진료 횟수는 17.5회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환자 1인당 외래방문 평균 횟수의 2.8배에 달하는 규모다.

세부적으로 보면 외래진료를 연간 150회 넘게 받는 외래 환자는 18만5769명, 365회 초과 이용자는 2480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2~3일에 한 번꼴로 외래진료를 받는 사람이 18만명, 매일 외래진료를 이용하는 사람이 2500명에 달한다는 의미다.

박 실장은 “외래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중증환자가 아닌, 일반질환으로 의료기관을 내원하고 있었다”며 “그 비율은 연간 150~365회 내원 환자의 63.8%인 11만8570명, 365회 초과 이용자의 81.1%인 2012명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주로 근골격계 질환으로 인해 내원하고 있었다. 20대부터 70대 이상 모든 연령대에서 등통증으로 가장 많이 내원했다. 등통증은 허리와 목 사이의 등 부위에 발생하는 통증을 말한다.

이들은 주로 물리치료, 신경차단술, 진통제 투여를 반복적으로 받는 경향을 보였다. 외래 이용자의 90%는 물리치료를, 60%는 진통제(트라마돌주)를 투여했으며, 50%는 신경차단술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다빈도 내원 목적은 통증 완화용 치료를 받는 것이다.

일명 '통증주사'로 불리는 신경차단술은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과 주위 조직에 국소마취제와 스테로이드 등 치료약물을 주입해 통증 신호를 보내는 신경 전달 통로를 차단하는 방법이다. 통증주사로 스테로이드 사용 때 1~2주 간격으로 실시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박 실장은 “보통 신경차단술을 할 때는 리도카인과 스테로이드를 같이 주입한다”며 “하지만 통계를 보면 하루에 신경차단술을 2번씩 받은 환자들도 확인된다. 때문에 스테로이드가 무리하게 들어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열진통소염제인 트라마돌 주사 역시 과다 투여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박 실장은 “우리나라에서 트라마돌 주사는 진통주사이지만 미국에서는 마약성 진통제로 관리하고 있다. 이에 식약처는 1일 최대 400mg을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의료기관을 옮겨다니며 하루에 최대 550mg까지 투여받은 환자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자는 중독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진료 단계에서부터 환자들의 의료기관 이용 현황을 파악해서 과다 이용이라든가 오남용이 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며 “의료기관에 시술별 총횟수와 같은 적정진료 범위를 제시해서 의료 쇼핑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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