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 피부 벗겨지고 유두에선 진물"...30년 사용 '이 약' 끊고 무슨 일?
약 30년간 사용한 스테로이드 연고 중단 후 심각한 부작용 겪은 여성의 사연
30년동안 사용해온 스테로이드 크림을 끊으면서 상상을 초월한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리는 30대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몸의 털이 다 빠져나가고 유두에서는 진물이 흐르며, 벗겨진 피부 탓에 샤워마저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그의 망가진 일상을 영국 일간 더선이 소개했다.
영국 버크셔주 샌드허스트에 사는 31세 레베카 애비지는 아기 때 부터 앓았던 습진 치료를 위해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용해왔다. 거의 30년간 몸에 발라온 이 연고를 중단한 때는 2022년. 스테로이드 처방을 갱신해야 했지만 그 갱신 시기를 놓치면서 더 이상 연고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레베카의 몸에서는 끔찍한 일들이 벌어졌다. 거의 2년간 피부가 벗겨지고 가려움과 진물이 나는 증상을 겪었다. 그는 하루에도 방 한가득 피부 각질을 청소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다. 가슴 유두에서는 노란 진물이 흘렀다. 림프절이 골프공 크기만큼 부풀어 올랐고, 머리카락과 체모가 모두 빠졌다. 물이 피부에 닿으면 산(acid)에 피부가 녹는 것처럼 느껴져 샤워조차 할 수 없었다.
스테로이드 중단으로 인해 이러한 상상치도 못했던 심각한 부작용이 일어나면서 공공장소를 가는 것도 눈치 보였다. 주변 사람들이 마치 자신이 전염병에 걸린 것 처럼 피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연인과의 관계에서도 친밀감이 사라져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고 교육해야 하는 것에도 지쳐갔다. 레베카는 "내가 무슨 전염병이나 화상 환자가 된 기분이다. 몸 전체에 심각한 피부 문제로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 내 삶을 앗아갔고, 더 이상 예전의 나를 알아볼 수 없다"고 토로했다.
국소 스테로이드 중단 증후군 알게 됐지만...의존성 더 심해질까봐 재사용 않기로 결정
이 과정에서 의료진은 증상 완화를 위해 다시 스테로이드를 처방하고 그 용량을 늘릴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레베카는 다시 스테로이드를 처방받지 않았다. 틱톡에서 '국소 스테로이드 중단 증후군(이하 TSW)에 대한 정보를 접한 후 자신이 해당 증후군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TSW는 습진이나 건선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국소 스테로이드 크림을 중단한 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으로, 피부에 심한 가려움증과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이때 레베카는 만약 다시 스테로이드를 사용한다면 의존성이 더 심해질 것으로 판단하고, 다시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스테로이드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일상의 모든 것에 민감해졌다. 술 한 잔도 피부를 가렵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일상적인 활동조차 어려워졌다. 그는 "레깅스를 벗을 때마다 하얀 각질이 떨어져 바닥이 뒤덮인다. 매일 밤 침대와 바닥을 청소해야 했다"고 말했다.
레베카는 현재 '콜드 대기압 플라즈마 요법(Cold Atmospheric Plasma Therapy, CAP) 요법'이라는 새로운 치료법을 받기 위해 기금을 모으고 있다. 이는 대기압 플라즈마 기술을 이용한 치료법으로, 플라즈마를 활용하여 다양한 피부 질환 및 감염 치료에 사용된다. 플라즈마는 물질의 네 번째 상태로, 고체, 액체, 기체에 이어 물질이 매우 높은 에너지 상태에서 변형된 상태를 의미한다. 원자들이 전자를 잃거나 얻어 이온화되어 전기적으로 중성이 아닌 상태가 된 입자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진 물질 상태다.
CAP 요법은 이 플라즈마를 차가운 대기압 환경에서 생성하여 치료에 활용하는 기술이다. 플라즈마가 생성하는 활성 산소와 질소 종(ROS, RNS)은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 병원체를 효과적으로 제거한다는 이론에 기반한다. 플라즈마의 반응성이 염증 매개체를 억제하고, 조직의 염증 반응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습진, 건선, 피부염 등 치료가 어려운 피부질환에서 증상을 완화하는 데 사용되며, 당뇨병성 궤양, 화상, 수술 후 상처 등 만성 상처의 감염 예방과 치유 촉진에도 효과적으로 보고된다.
그는 자신의 예전 모습을 보며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면 이 상태를 받아들여야 할까"라는 질문을 반복하며 절망적인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레베카는 자신의 고통을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펀드미를 통해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스테로이드 연고, 습진 진정 시키는데 효과적이지만 의존성 심해
습진은 만성 염증성 피부 질환으로, 피부 장벽이 약화되고 염증과 가려움증, 발적, 부종 같은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습진 증상을 관리하기 위해 스테로이드는 염증을 억제하고 가려움증과 발적을 완화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약물로 사용된다. 스테로이드는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의 분비를 줄이고, 혈관 확장을 억제하여 습진 증상을 빠르게 진정시킨다. 특히 급성 악화가 발생했을 때 효과적으로 증상을 완화하며, 단기간 내 증상 개선이 필요한 경우에 널리 사용된다.
스테로이드는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지만, 장기간 사용하거나 잘못된 방식으로 사용할 경우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피부가 얇아지거나 혈관이 확장되는 피부 위축(Atrophy), 스테로이드 의존성, TSW 등이 있다. 특히 TSW는 레베카 사연처럼 장기적으로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다가 갑작스럽게 중단했을 때 발생하는 증상으로 심한 염증, 피부 갈라짐, 진물, 가려움증이 나타난다. 습진과 구분되는 2차적 문제로, 환자들에게 큰 고통을 일으킨다.
스테로이드 치료를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증상의 심각도에 맞는 적절한 제제를 선택하고, 단기간 사용한 후 점진적으로 용량을 줄여야 한다. 장기 사용은 피하며, 증상이 완화된 이후에는 보습제를 사용해 피부 장벽을 강화하고 유지 요법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레르기, 자극성 물질, 스트레스 등을 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생활습관 개선도 필요하다.
스테로이드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치료법도 점차 개발되고 있다. 국소 칼시뉴린 억제제(TCIs)나 바이올로직스 같은 약물은 스테로이드 사용을 줄이거나 대체할 수 있는 옵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레베카가 시도한다는 CAP 요법은 감염과 염증을 관리하기 위한 최신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