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못보고 인생 망쳤다"...유명 의사 오진 탓에 460명 환자 피해, 무슨 일?

영국 유명 골반 외과의 앤서니 딕슨 박사의 오진과 수술로 인해 피해자 속출...하지만 의사에게 단 6개월 정직 처분 내려진 것이 적합했다는 최종 판결 나와 공분

영국에서 한 때 저명한 골반 외과의로 알려진 의사에게 수술을 받은 후 심각한 합병증을 겪게 된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사진=영국 일간 더선 보도 갈무리]
영국에서 한때 저명한 골반 외과의로 알려진 의사에게 수술을 받은 후 심각한 합병증을 겪게 된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문제는 이 유명 의사의 과실로 인해 2015년부터 400명이 넘는 환자 피해 사실이 드러난 것.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피해자들의 소송이 시작됐고, 2017년 당시 의사에게 정직 6개월 처분이 내려지자 피해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이에 최근 의료행위 법정 심판이 재검토한 결과, 6개월 처분이 적절했다는 최종 판결이 나오면서 다시 영국 사회에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언론에서 보도한 이 사건은 폴라라는 여성에게서 자궁 섬유종이 발견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국 일간 더선 등 여러 외신에 따르면 2014년, 영국 브리스톨에 거주하는 폴라 고스(54)는 골반 내 장기 탈출증을 치료하기 위해 메쉬 삽입 수술을 받았다. 당시 영국의 저명한 골반 외과의로 알려진 앤서니 딕슨 박사가 집도한 수술이었다. 결과는 비참했다. 폴라는 수술 이후 극심한 통증과 변비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졌고, 결국 우리돈 7500만 원(4만 7천 파운드)의 사비를 들여 메쉬 제거와 복부 재건 수술을 받아야 했다.

자궁 섬유종 수술 후 장 기능에 문제...직장류였던 상태를 장기 전부 탈출증으로 오진 

폴라의 문제는 2009년 자궁에 수박 크기의 섬유종이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자궁 적출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이후 장 기능 문제가 발생했다. 2011년부터 딕슨 박사를 만나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2013년에는 장과 방광이 모두 탈출된 상태인 것으로 진단 받았다. 딕슨 박사는 '골반 장기 탈출증(전부 탈출증)'으로 오진하고, 메쉬 삽입술인 '복강경 복측 메쉬 직장고정술(LVMR)' 을 추천했다.

메쉬 삽입 수술은 신체 조직이나 기관이 약화되거나 손상되었을 때 이를 지지하고 기능을 복원하기 위해 인공 재료(메쉬)를 사용하는 외과적 치료법이다. 메쉬는 주로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과 같은 합성 물질로 만들어지며, 섬유 조직처럼 엮인 구조로 신체 내부에 삽입되어 약해진 조직을 보강한다. 탈장, 골반 장기 탈출증, 요실금과 같은 상태를 치료하는 데 널리 사용되며 특히 골반 장기 탈출증 치료에서 메쉬는 장기(방광, 자궁, 직장 등)를 제 위치로 되돌리고 이를 고정하는 데 사용된다.

하지만 당시 폴라가 겪고 있던 문제는 직장과 질 사이 벽이 약해진 직장류였을 뿐, 사실상 매쉬 수술이 필요치 않았다. 폴라는 직장류 치료로 메쉬 삽입이 필수적인 사안이 아니었고, 덜 침습적인 수술법으로 해결이 가능했다. 딕슨 박사의 명백한 오진이었던 것이 나중에 밝혀진 것이다. 폴라는 “딕슨은 다른 치료 옵션이나 절차도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고, 대안 치료법도 제시하지 않았다. 당시 고통 속에서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2014년 8월 26일, 폴라는 NHS를 통해 메쉬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6개월 후 심각한 변비와 극심한 복부 통증에 시달렸다. 메쉬 삽입 수술은 합병증 위험이 높다. 적절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되면 오히려 환자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폴라는 이 메쉬 수술로 인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게 됐다. 이후 수년간 NHS에서 추가 치료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결국 사설 병원을 찾아야 했다.

2019년, 그는 런던에서 사비로 치료를 시작하며 약 3200만 원(2만 파운드)를 들여 메쉬 제거 및 복부 재건 수술을 받았다. 같은 해, 메쉬로 인한 탈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로 4,300만 원(2만 7천 파운드)를 지출했다. 폴라는 “남편의 생명보험금이 없었다면 이런 치료를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메쉬 때문에 내 삶은 완전히 망가졌다”고 호소했다.

딕슨 박사의 과실로 인해 460명에 달하는 피해자 나왔지만 고작 정직 6개월 처분
사실상 폴라는 그의 치료를 맡은 딕슨 박사의 치료 피해자였다. 2015년 딕슨 박사의 의료 과실이 처음 보고됐고, 2017년 그는 6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 당시 의료행위 법정 심판(MPTS)은 "딕슨 박사의 행동에 대한 추가 통찰과 개선을 위해 6개월 정직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 처분 이후에도 그는 여전히 의료 행위를 이어갔으며, 이후 추가적인 환자 피해 사례가 계속해서 보고됐다.

2019년, 딕슨 박사의 노스 브리스톨 NHS와 사설 병원(스파이어 브리스톨 병원)에서 해고됐다. 추가 조사 결과, 이미 NHS를 통해 치료를 받은 환자 203명과 사설병원 환자 259명, 총 461명에 달하는 환자들이 그로 인해 불필요한 수술과 합병증을 겪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시점에 딕슨 박사는 의사 면허를 상실했다.

피해자들은 딕슨 박사의 과실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더 무거운 처벌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2024년 7월 MPTS는 딕슨의 의료 과실을 다시 검토했지만 이미 의사 면허를 상실한 상태였음에도, 또다시 "6개월 정직 처분이 적절하다"고 판결했다. 사실상 추가 처벌이 없는 판결로 간주돼 피해자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피해자들은 딕슨의 행위가 수백 명의 환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음에도, MPTS가 의사 면허 박탈 외에 추가적인 처벌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 분노했다. 이미 의료계에서 퇴출된 딕슨에게 정직 처분은 효과가 없고 실질적 처벌이 되지 않는 결정이라는 것이다.

폴라는 “그 의사가 내 인생을 망쳤다. 내가 받은 고통은 밤낮으로 이어지고 있고 이번 판결은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줬다”고 분노했다. 그는 같은 고통을 겪는 피해자들과 소통하면서 이들의 증언을 기반으로 약 400명의 집단 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는 “우리는 딕슨처럼 환자들을 배신한 사람들을 법적 책임에 직면하게 하고 싶다. 무엇보다 이러한 고통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폴라는 끝으로 “아직도 많은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비슷한 문제를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딕슨 오진한 골반장기탈출증은 신체의 '밑이 빠지는 병'이라고 불리는 질환이다. 자궁, 방광, 직장 등의 장기를 지지하는 근육이 약해져 발생한다. 복부에 압력이 가해져 근육이 약해지고 이로 인해 장기가 아래로 흘러내려 질을 통해 밑으로 처지거나 질 밖으로 빠져나온다. 탈출하는 장기에 따라 명칭이 다르다. 장이 빠져 나오면 직장류, 자궁이 빠져 나오면 자궁탈출증, 방광이 빠져 나오며 방광류라 부른다. 두 가지 이상이 복합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딕슨 박사는 폴라의 장이 빠져나오는 직장류를 골반장기의 전부가 빠져나온 걸로 오진한 탓에 매쉬 수술을 강행했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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