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서 119에 전화로 진료 불가능하다고 하면 진료거부인가?

[박창범 닥터To닥터]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구급대원이 구급차량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우리는 언제나 응급환자가 될 수 있다. 이런 경우 빨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현재 응급의료법 제6조에 따르면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응급의료종사자는 응급의료요청을 받거나 응급환자를 발견하면 즉시 응급의료를 하여야 하며 정당한 사유없이 이를 거부하거나 기피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도 병상이나 의료인력이 부족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문제들을 가지고 있어 종합적인 진료가 필요한 환자도 있다. 문제는 종합병원이라고 하더라도 해당 전문의가 부재하거나 다양한 문제들을 모두 해결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119 구급차는 병원응급실에 전화를 해서 환자에 대하여 대략적으로 설명을 하고 환자를 이송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관례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병원응급실이 119와 전화를 통해 환자를 이송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여 환자를 받지 못한다고 하면 현재의 응급의료법에서 금지하는 진료거부에 해당하는가? 최근 이에 대한 판결이 나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이전에 자살시도가 있었던 17세 여성이 자살로 추정되는 4층건물 높이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였고 119 구급대가 출동하였다. 당시 환자는 좌측 후두부에 부종이 있었고 우측 다리관절부위 통증이 있는 등 크게 다쳤지만 간단한 대화가 가능하였다. 이에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A대학병원으로 이송하려고 해당 병원 응급실로 전화하였는데 해당병원 응급의학과 과장은 환자를 직접 대면하거나 신체상태평가를 하지 않고 구급차에 탑승한 응급구조사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을 기초로 ‘정신과 진료가 안된다’, ‘수술환자가 많다’, ‘외상환자 3명이 대기중’, ‘해당분야의 전문의가 없다’ 등 신속하고 전문적인 처치가 곤란하다고 하면서 응급환자 수용을 거절하였다. 이렇게 시간이 지체되었고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 도중 심정지가 발생하였고 결국 사망하였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A병원에게 정당한 사유없이 응급의료를 거부하였다는 이유로 시정명령과 함께 6개월동안 응급실 보조금지원을 중단하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에 A병원은 단지 신경외과 전문의가 부재중이라는 것을 알렸을 뿐으로 외상성 뇌손상을 입지 않았다면 응급환자에 해당하지 않고 뇌손상을 입었다면 응급환자이지만 당시 신경외과전문의가 없어 치료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최선의 조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와 같은 행정처분이 위법하다고 하면서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 법원은 현재 응급의료법에서는 ‘응급의료를 요청한 자’는 물론 ‘응급환자로 의심되는 경우’도 진료를 거부할 수 없고, ‘해당 병원은 신경외과 의료진이 없어 진료수용이 안된다고 답변하였는데 이는 해당병원이 응급환자인지 판단하는 기초진료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화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진료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응급의료를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이는 응급환자에게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였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일시적 보조금지원 중단은 병원의 운영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을 초래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량권 일탈이나 남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하면서 병원의 주장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2024.11.25. 2023구합81596판결). 해당병원은 위와 같은 법원판단에 불복하고 2심법원에 항소를 제기하였다.

이와 같은 법원판결에 의료계는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앞서 119 구급차와 같이 여러 문제가 복합적인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수용할 병상과 함께 관련된 많은 전문의들이 협업이 필요하다. 만약 이 중에서 하나만 없더라도 환자의 복합적인 문제들을 모두 해결하기 어렵고 결국 환자의 예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수용한 환자를 종합적인 치료가 가능한 다른 병원에 이송하기 매우 어렵다. 다른 병원도 상황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병원으로 이송이나 치료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 책임은 오롯이 해당병원에서 지게 된다.

이와 같은 현재의 문제점에 대한 고민없이 환자에 대한 기초적인 검진을 하지 않고 단순히 119 구급차의 응급구조사의 말만 듣고 수용여부를 판단하는 현재의 관행에 문제가 있다는 판결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자의 입장에서는 구급차안에서 병원을 찾아 뺑뺑이를 도는 것보다는 비록 종합적인 치료를 받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구급차보다 사정이 나은 병원응급실에서 의료진의 전문적인 케어를 받는 것이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판결을 환영할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해야 실제 응급환자의 치료를 책임지는 의료진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응급환자들의 건강을 돌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창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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