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 노출되면 남녀 모두 불임 위험 증가"
유기탄소 같은 대기오염 물질이 난자, 정자 및 배아 발달에 해로워
대기오염에 노출되면 남녀 불문하고 불임 위험이 높아진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대기오염 물질이 난자는 물론 정자와 배아 발달에 해로운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 최근 《국제 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에 발표된 미국 에모리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영국 가디언이 4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대기 오염 노출이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종전 연구에서도 밝혀졌다. 하지만 부모 모두 비슷한 노출에 직면하기 때문에 독소가 남성 또는 여성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는 불분명했다. 또한 임신 과정에서 언제 손상이 발생했는지 확인하기도 어려웠다.
새로운 연구는 체외수정을 통해 아이를 가지려고 시도하는 약 1400명의 남성과 여성을 조사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난자로 변하는 기증 난모세포와 물리적으로 다른 영역에서 발달하는 정자를 살펴볼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대기 오염은 여성에게 더 큰 피해를 준다고 여겨졌다. 새로운 연구는 아버지의 노출도 문제라는 것을 발견했다. 논문의 주저자인 에모리대의 오드리 개스킨스 교수(환경역학)는 “우리는 일반적으로 임신 초기 남성 파트너의 노출을 고려하지 않지만 남성 노출이 생식 능력과 잠재적으로 나중에 아동 건강 결과 측면에서 중요하다는 증거가 쌓이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연구 참가자들의 주소지와 산부인과의 우편변호로 대기질 데이터를 조사해 예비 아빠 엄마가 다양한 대기오염 물질에 얼마나 노출됐는지를 확인했다. 그 결과, 난자와 정자의 발달 주기 동안 유기 탄소와 미세먼지 노출이 난자의 생존, 수정 및 배아의 질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미세먼지는 디젤 차량, 발전소 및 기타 산업 시설, 산불 연기 등에서 발생하는 일반적인 대기 오염 물질이다. 개스킨스 교수는 대기 오염 수준이 높은 인도에서 교통 경찰관 아내의 임신 성공률이 낮다는 사실을 발견한 종전 연구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배란을 의학적으로 유도하는 체외 수정 기간을 뜻하는 난소 자극 기간 동안 미세먼지 중 하나인 유기탄소에 노출되면 난자가 생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오염 물질은 난자와 정자 발달의 중요한 단계인 난포 형성과 정자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스킨스 교수는 “임신의 성패를 가르는 시기에 단기간 노출도 위험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결과”라고 설명했다. 특히 산불 연기에는 유기 탄소가 풍부하기 때문에 산불의 영향을 받은 지역에 살 경우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병원 내부의 공기 질도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난모세포 해동 당일의 유기탄소 수치가 높을수록 난자 생존율이 낮고, 오존 수치가 높을수록 수정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관관계는 일반적으로 공기 여과 시스템이 설치된 병원이 많음에도 발견됐다.
임신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고효율미립자공기(HEPA) 필터가 장착된 실내 여과시스템을 사용하거나 미립자 처리 등급인 MERV(최소효율 보고값)가 높은 퍼니스 필터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 개스킨스 교수는 또한 교통량이 많은 지역을 피하고 대기 오염 수준이 특히 높은 날에는 실내에 머물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160412024007335?via%3Dihub#s0050)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