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많이 복용하는 노인들의 입마름 어찌할까

[김현정의 입속 탐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 6명 중 1명이 노인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구 통계 변화는 단순히 숫자에 그치지 않습니다. 노인 인구의 증가와 함께 여러 만성질환, 합병증, 그리고 다제복용(polypharmacy)에 따른 약물 부작용 등 다양한 건강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노인의 약 60%가 입마름을 호소하며, 이는 약물 다제복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노인들이 복용하는 약물에는 항콜린제, 이뇨제, 항우울제, 고혈압제제, 마약성 진통제, 진정제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타액 분비를 억제하거나 감소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약물의 부작용으로 타액 분비량이 줄어들면서 입마름증이 생깁니다.

특히 노인에게 흔한 입마름 문제는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 심각한 신체적, 심리적 영향을 미치며, 삶의 질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2005년부터 2019년 사이 발표된 6852건의 문헌 중, 3만7459명의 노인(평균 연령 68.5~85.0세)을 대상으로 진행한 9개의 연구(단면적 8건, 종단적 1건)를 메타분석한 논문에서 약물 다제복용이 노인의 구강건조증, 구강병, 그리고 심리적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연구했습니다.

복용하는 약물의 수가 증가할수록 자연치 개수는 감소하고 구강병 빈도는 증가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약물을 전혀 복용하지 않는 노인은 평균적으로 16개의 자연 치아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다섯 가지 약물을 복용하는 노인의 자연 치아 수는 12개로 감소합니다. 구강병의 경우, 약물 복용이 1개에서 3개 이상으로 증가할 때 구강병이 2배로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약물 다제복용이 단순히 입마름을 넘어 구강병, 근감소증 등 전신질환과도 연결되어 건강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입마름은 구강의 마이크로바이옴을 변화시켜 타액에 의한 항균 효과를 감소시키고, 치아 탈회를 가속화해 치아를 약하게 만듭니다. 구강건조증과 치아 상실은 단순히 구강 불편감을 넘어 자의식 저하와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구강건조증은 단순한 신체적 증상이 아니라 심리적 웰빙과 사회적 활동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인 문제입니다. 구강건조증으로 인한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심리적 스트레스는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삶의 질 전반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구강건조증이 있는 노인은 우울증 유병률이 최대 64%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는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약물로 인한 타액 분비 감소는 구강 건강과 전반적인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침이 마르면 충치와 잇몸병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고 음식물 씹고 삼키기, 말하기에도 어려움이 생깁니다. 이는 단순히 불편함에 그치지 않고 영양 결핍으로 이어져 신체 건강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구강건조증이 있는 노인의 약 67%가 영양실조 위험에 처해 있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그 비율이 94%에 달합니다.

입마름 완화를 위해 현재 사용되는 방법으로는 무설탕 껌, 인공 타액, 타액분비 촉진제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일시적인 해결책입니다. 증상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거나 장기적인 효과를 제공하지 못합니다. 특히 타액분비 촉진제는 어지럼증 부작용 때문에 낙상으로 연결될 수 있어 사용이 극히 제한적입니다. 이런 이유로 입마름증은 예방관리가 중요합니다. 약물로 인해 타액 분비가 줄어드는 것을 막고, 구강 건조증으로 인한 합병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입마름 예방 관리의 핵심은 약물 처방과 사용에 대한 철저한 관리입니다. 이를 위해 특정 약물이 구강건조증을 유발할 가능성을 평가하고, 고위험 약물을 대체하거나 복용을 조정할 수 있는 임상진료지침이 필요합니다. 그중에서도 '비어즈(Beers) 기준'은 미국노인의학회(American Geriatrics Society, AGS)에서 널리 사용되는 노인들의 약물 처방과 관련된 안전 가이드라인입니다. 1991년 미국의 의사 마크 H. 비어스(Mark H. Beers)가 처음 제시한 가이드라인으로, 노인에게 부적합하거나 위험할 수 있는 약물 목록을 제시하며, 약물 부작용의 위험을 줄이고 적절한 대체 약물을 권장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주요 내용은 크게 다섯 가지 범주로 나뉩니다.

  1. 모든 노인에게 위험할 수 있는 약물(예: 항콜린제, 항우울제, 진정제 등)
  2. 특정 질환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약물
  3. 과다 복용 시 위험한 약물
  4. 약물 간 상호작용 가능성이 높은 조합
  5. 신장 기능 저하 환자에서 조정이 필요한 약물 등

이 기준은 다제복용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용합니다. 약물의 수가 증가할수록 부작용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비어즈 기준을 통해 고위험 약물을 식별하고 조정함으로써 부작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항콜린제는 구강건조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대체 약물로 바꾸거나 타액분비 촉진 방법을 병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노인의 개별적 상황을 모두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모든 노인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환자의 병력, 생활환경 등을 고려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합니다.

구강건조증은 단순히 입마름증을 넘어 노인의 신체적, 심리적, 그리고 사회적 건강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약물 처방과 관리, 정기적인 구강건강검진, 일상에서의 효과적인 예방관리 등 지역사회 통합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참고문헌>

Cannon, I., Robinson-Barella, A., McLellan, G. et al. From Drugs to Dry Mouth: A Systematic Review Exploring Oral and Psychological Health Conditions Associated with Dry Mouth in Older Adults with Polypharmacy. Drugs Aging 40, 307–316 (2023). https://doi.org/10.1007/s40266-023-01017-5

    김현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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