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온몸에 털이 덥수룩"...탈모 아빠가 '이것' 바른 탓이라고?

흔히 사용되는 미녹시딜...부모 사용시 아기들에게 다모증 일으킬 수 있어 주의 당부, 2023년 후 유럽에서만 12건 보고

탈모 치료제로 유명한 미녹시딜(minoxidil)이 '늑대 인간 증후군'을 유발해 아기의 몸 전체에 털이 나는 사례가 발생했다. [사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보도 갈무리]
국내에서도 흔히 사용하는 탈모 치료제가 아이들의 몸을 털로 덮이게 만들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최근 스페인 보건 당국은 전세계 탈모 치료제로 유명한 미녹시딜(minoxidil)이 '늑대 인간 증후군'을 유발해 아기의 몸 전체에 털이 나는 사례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례는 2023년 이후 유럽에서 약 12건이 보고됐다. 주로 두피에 도포해 미녹시딜을 사용한 부모들의 자녀 신생아에서 털로 덮이는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스페인 북부 나바라 주의 약물감시센터에 따르면, 2023년 4월, 한 남자아기에게서 두 달간 등에 털이 자라기 시작한 것이 처음 우려의 시작이었다. 당시 아기의 아버지는 탈모 치료를 위해 두피에 5% 농도의 미녹시딜을 바르고 있었고, 아기가 이 약물에 더 이상 노출되지 않자 털이 나는 증상은 사라졌다.

스페인 언론사 엘 이코노미스타(El Economista)에 따르면, 이 사례 이후 나바라 약물감시센터는 스페인 약물감시시스템과 유럽의약품청의 데이터베이스를 평가했다. 그 결과 유럽에서 미녹시딜과 관련된 아기 다모증 사례 10건을 추가로 발견됐다. 이 모든 사례에서, 부모가 미녹시딜 사용을 중단하자 증상이 호전 된 것으로 밝혀졌다.

약물감시센터 보고서는 미녹시딜이 부모로부터 아기에게 피부 또는 입을 통해 전달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약물이 피부에 직접 도포되기 때문에, 아기가 약물을 바른 부모의 머리나 손을 빨거나 물면서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스페인 보건당국은 신생아와 같은 어린 아기들이 미녹시딜 약물에 노출되면 심장과 신장에 손상을 입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늑대 인간 증후군’은 의학적으로 '다모증(hypertrichosis)'이라 불린다. 얼굴, 팔, 몸의 다른 부위에 최대 5cm 길이의 잔털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자라게 한다. 완치가 되지 않아 지속적으로 면도, 왁싱, 털을 자르는 방법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 사례들이 보고되자, 전문가들은 유럽에서 판매되는 미녹시딜은 아기에게 다모증 위험이 있음을 경고하며, 약물이 도포된 부위와 영유아의 접촉을 피하라는 내용의 경고 문구를 패키지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9년 스페인에는 위산 역류 방지 약물 병에 탈모 치료제가 잘못 담긴 채로 유통돼, 이를 복용한 아기와 어린이 17명 이상이 ‘늑대 인간 증후군’을 겪은 적이 있다. 온몸에 털이 자라기 시작한 이 아이들이 복용한 것이 위산 역류 치료제 '오메프라졸(omeprazole)'이 아니라 미녹시딜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당시 보건부 장관인 마리아 루이사 카르세도는 "잘못된 약물이 오메프라졸로 표시된 용기에 담겨 약국으로 배포된 것"이라고 밝혔다.

바르는 미디녹실 주로 사용...심장박동 뛰고 염분과 수분 저류에 문제 일으키기도 

국내 약학정보원에 따르면 미녹시딜은 고혈압 치료제이자 탈모 치료제다. 5 mg 용량의 정제는 혈관 확장 작용이 있어 고혈압 치료제로 사용되고, 2~5%의 외용제는 모발 생성을 촉진시키는 작용이 있어 탈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모낭을 자극하고 혈류를 증가시켜 발모를 촉진하므로 두피에 바르는 외용제가 탈모 치료제로 많이 사용된다.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사용한 후 모발이 성장하기까지 2개월 이상 걸린다.

약물, 영양 상태(철 결핍이나 비타민A 과량섭취), 갑상선기능 저하증, 화학요법, 모발관리 제품, 모발 손질, 지속적인 남성호르몬 등에 의한 탈모, 10년 이상의 장기 탈모, 선천적인 탈모 등에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고된다. 흔한 부작용으로는 심전도 이상, 빈맥, 심내막염과 같은 심혈관계 이상, 다모증(복용을 중단하면 원래대로 돌아가나 1~6개월 정도 걸림), 모발의 색 변화 등이 나타난다.

매우 드물게는 수포성 발진, 스티븐-존슨 증후군(Stevens-Johnson syndrome), 백혈구감소증, 혈소판감소증, 유방 압통, 위장장애, 신장기능 감소 등도 있다. 스티븐 존슨 증후군은 급성 중증 피부 점막 질환으로, 주로 약물에 의해 발생한다. 피부 병변은 대개 홍반성의 반점으로 시작하여 수포 및 피부 박리가 일어나며 심한 전신 증상이나 내부 장기 침범이 동반되기도 한다.

한편, 올해 초 소셜미디어에서 미녹시딜이 눈썹 성장에도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돌며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일주일에 두세 번만 사용하면 눈썹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녹시딜이 이런 용도로 허가된 적이 없으며, 잘못 사용할 경우 탈모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군다나 눈썹 부위에 바를 때, 눈에 들어 갈 우려도 있어 삼가야 한다. 눈이나 벗겨진 피부, 점막 등에 닿으면 즉시 깨끗한 물로 씻어내야 한다.

기존의 연구에서 미녹시딜은 성인이 두피에 하루 2회 한 티스푼만 사용해도 빠른 심장 박동이나 염분과 수분 저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는 미녹시딜이 유전적 요인으로 인한 남성과 여성의 탈모를 치료하기 위한 것이라고 조언하며, 스트레스, 질병, 철분 결핍 등 다른 요인으로 인한 탈모에는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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