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만 마시면 싸움꾼되는 사람, 왜?"...의외로 '이런 이유' 있다
통증에 대한 감각이 둔해져 공격성이 커지기 때문
평소에 조용한 사람들도 술에 취하면 주변 사람들과 시비를 벌이거나 심지어 모르는 사람들과 싸움을 벌인다. 이런 현상은 알코올 성분이 사람을 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알코올 및 약물 연구 저널(Journal of Studies on Alcohol and Drugs)》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은 통증에 대한 내성을 증가시켜 다른 사람에 대한 공격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연구진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3~4잔의 알코올성 음료를 마신다는 870명의 참가자들에게 20분 동안 알코올 또는 위약 음료를 마시게 했다. 위약 음료는 오렌지 주스 위에 소량의 알코올을 뿌리고 잔 가장자리에 알코올을 뿌려 알코올 음료처럼 맛이 나도록 했다. 오렌지 주스 음료는 알코올과 똑같아 보여서 참가자는 자신이 어떤 음료를 마셨는지 알 수 없었다.
음료를 마신 후 각 참가자는 한 손의 두 손가락에 1초 동안 전기 충격을 받았다. 연구진은 참가자가 충격을 ‘고통스럽다’고 표현할 때까지 충격 강도를 높였다. 이는 참가자의 통증 역치로 표시됐다.
그런 다음 참가자들은 승자가 패자에게 충격을 줄 수 있는 온라인 경쟁 반응 시간 과제에 참여했다. 충격은 1(낮음)에서 참가자들이 ‘고통스럽다’고 평가한 수준인 10까지였다. 참가자는 충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선택할 수도 있었다.
연구 결과 알코올을 마신 참가자들의 경우 충격에 따른 고통스러워지는 수준이 높아졌다. 또 신체적 고통에 대한 내성이 클수록, 상대방에게 줄 의향이 있는 충격의 강도와 시간 측면에서 공격성 수준이 더 커졌다. 반면 위약 음료를 마신 사람들은 알코올을 마신 사람에 비해 공격적이지 않았고, 통증 역치도 알코올을 마신 사람들보다 낮았다.
연구진은 “술에 취한 사람들이 자신의 고통을 느낄 수 없다면, 다른 사람이 고통을 느낄 때 공감을 느낄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으며, 이는 그들을 더 공격적으로 만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연구 저자인 브래드 부시먼 교수는 “술에 취한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의도적으로 해칠 가능성이 더 높은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이 연구는 통증 내성이 한 가지 가능한 이유라고 시사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에서 술을 마신 사람들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평균 0.095%~0.11%였다. 이는 미국 대부분 주의 법적 한계인 0.08%보다 약간 높았다. 부시먼 교수는 “알코올이 통증 내성에 미치는 영향은 이 실험에서 한 것보다 술을 더 많이 마신 사람들에게 더 높을 수 있다”라며 “그것은 그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공격적으로 행동할 의지를 더 갖게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