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수술, 결국 대세 된다...문제는 건강보험 미적용”
로봇수술 장점 많아 선호도 상승...비용이 환자들 발목 잡아
국내 로봇수술 전문가들은 로봇수술이 개복수술과 복강경수술을 넘어 수술 전체의 과반을 차지하는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점이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메드트로닉 코리아는 지난 3일 오송 메드트로닉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로봇수술 연구·교육 센터 개관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이강영 대한외과학회 이사장(세브란스병원장, 대장항문외과 교수), 형우진 대한내시경복강경로봇학회 이사장(세브란스병원 위장관외과 교수), 김대연 대한산부인과로봇수술학회 회장(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 등 국내 외과 및 로봇수술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우용 대한외과학회 회장(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 세계대장항문학회 회장), 조치흠 계명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동산의료원장(산부인과) 등도 동석했다.
조치흠 의료원장은 “예상하건데 앞으로 50% 이상의 수술은 로봇수술로 진행되며, 로봇수술이 수술의 패러다임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대연 회장도 “산부인과는 로봇수술이 급격히 발전하고 수요가 느는 진료과 중 하나”라며 “자궁근종 수술과 부인암 수술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아무래도 산부인과 특성상 상처 크기가 중요하다 보니 상처가 적은 로봇수술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로봇수술은 비용이 1000만원이 넘고, 복강경은 500만원 이하의 비용이 든다. 때문에 과거에는 왜 더 비싼 수술을 권하냐고 항의했는데, 로봇수술 장점에 대한 환자들의 이해도가 높아져 선호도가 향상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회장은 “최근에는 산부인과 개원가도 로봇수술을 시작했다. 환자들 수술 건수가 계속 늘어나고 그에 맞춘 교육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며 “결국 로봇 수술이 우선되고, 로봇 수술이 어려운 경우 차선책으로 복강경 수술이나 개복수술을 하는 쪽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들어 국내 로봇수술 증가세가 조금 정체된 상황을 보이는 데 대해선 건강보험 미적용 등을 이유로 꼽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보장성 강화(문재인 케어) 정책에 로봇수술이 들어가 있어 건강보험 보장(급여화) 논의가 잠시 진행된 바 있으나, 정부가 바뀌면서 다시 뜸해진 상황이다. 최근 로봇수술 급여화 목소리가 높아졌으나, 정부는 일부 질환에 유효성이 있는 경우라도 기존 복강경 수술에 비해 비용효과성에 대한 근거가 필요하다고 못박고 있다.
형우진 이사장은 “로봇수술 증가가 정체된 가장 큰 이유는 결국 건강보험 미보장이다. 일본이나 대만은 보험 보장이 되는 것과 대조적”이라며 “특히 암 수술이 로봇수술로 많이 이뤄지는데, 한국은 정체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환자들에게 의학적인 이득이 있다 없다를 논하기 이전에, 비용적인 접근성에서 장애물이 높다 보니 선택을 가로막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수술의 난이도 구분 없이 무분별하게 건보 급여를 적용하는 데에는 반대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대연 회장은 “우리 학회에서는 로봇수술 건보 급여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라며 “최고의 진료를 위해서는 그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환자 안전을 위한 충분한 시간의 수술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1, 2차 병원의 간단한 로봇수술과 대학병원의 큰 수술이 건강보험 급여 적용으로 보상이 비슷해지면 박리다매식 수술을 유도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강영 이사장은 로봇수술에서 우리가 산업적, 정책적 트렌드를 선도하는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점 마련과 전향적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이사장은 “그동안 대장항문외과 등은 대장암 로봇수술에서 더 나은 적응증을 찾아가고 해외 트렌드에 맞춰 기기 사용을 연구하며 환자에 도움이 되는 수술이 되도록 노력했다”며 “이제는 빠르게 따라가는데 그치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에서 선도하는 퍼스트무버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인정해 나갈 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