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호흡기 감염병 막는 RSV 예방주사..."감염률 70% 넘게 감소"
첫 번째 유행계절 모든 신생아 및 영아 투여 가능...내년 본격 상용화
2세 이하 영유아를 겨냥한 호흡기 감염병 예방약이 국내 도입됐다. 해당 연령대에 속하는 영유아의 90%가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에 감염되는 가운데, 그동안 개인 위생 수준에 머물렀던 예방 차원에서 약물을 활용한 적극적인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3일 윤기욱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사진)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사노피의 RSV 예방 항체주사 '베이포투스(성분명 니르세비맙)'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호흡기 감염증의 국내 상황과 예방 옵션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RSV는 모든 영유아에서 폐렴과 모세기관지염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으로 꼽힌다. 영유아 입원의 가장 주된 원인으로 발병률이 높고, 전 세계 영유아의 90%는 2세가 지나기 전 RSV에 감염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매년 11월과 3월 사이에 발생하는 영아 모세기관지염 입원의 50~80%, 소아 폐렴에서는 30~60%가 RSV 감염이 원인이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한 의료기관에서 하기도 감염으로 입원한 1520명 영유아 환자들의 의무기록을 분석한 결과, 전체 검체 중 RSV가 35.5% 검출돼 가장 많은 환자 수를 기록했다. 이는 호흡기 바이러스 가운데 감염률이 높은 리노 바이러스(25.6%), 아데노 바이러스(12.8%)에 비해 더 높은 수치였다.
베이포투스는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은 영유아 대상 RSV 예방 항체주사로, 생후 첫 번째 RSV 유행계절을 맞은 모든 신생아 및 영아에게 투여 가능하다. 또한 두 번째 유행계절 동안 중증 RSV 질환에 대한 위험이 높은 생후 24개월 이하의 소아를 대상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 주사제는 내년 초 본격적으로 국내에서 상용화될 예정이다.
윤기욱 교수는 “RSV는 모든 연령대가 감염될 수 있으나, 2세 이하 영유아 90%가 감염되며 감염 시 경미한 감기 증상에서 폐 감염으로 입원까지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특히 기관지가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영유아가 감염되면 증상이 더욱 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첫 번째 RSV 유행계절에 관련 하기도 질환으로 병원에 방문한 영아 중 78%가 기저질환이 없는 만삭아였다는 사실에 비춰봤을 때, 모든 영아를 RSV 예방 대상으로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건강하게 태어난 만삭아에서 활용할 수 있었던 RSV 예방법은 개인 위생 수칙 준수에 그쳤는데, 적극적인 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베이포투스 허가 임상인 'MELODY 3상 연구'와 해외 실사용근거(RWE) 자료들에서도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됐다. 먼저 MELODY 3상 연구는 35주 이후 출생한 영아 중 첫 번째 RSV 시즌을 맞은 영유아 3012명을 대상으로, 베이포투스 투여 후 150일까지 유효성을 평가했다. 그 결과 베이포투스 투여군에서 의학적 관리가 필요한 RSV 하기도 감염은 74.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안전성 프로파일도 확인됐다.
실제 약물 사용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스페인 갈리시아는 세계 최초로 베이포투스를 국가예방접종프로그램에 도입해, 지난해 9월부터 약물을 투여 받은 영유아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의학 저널 란셋(The Lancet)에 발표된 중간 분석 결과에 따르면, 베이포투스를 투여 받은 6개월 미만 영아에서 RSV로 인한 입원이 미투여 영아에 비해 82% 감소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 외에 미국 연구에서도 2023-2024 RSV 계절 동안 급성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한 영유아 699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실시한 결과, 베이포투스는 RSV 관련 입원에 90%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희경 사노피 백신사업부 대표는 “RSV는 미숙아 뿐만 아니라 건강하게 태어난 만삭아에게도 건강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적극적인 예방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감염증"이라며 "베이포투스는 모든 영유아에 투여가 가능하고, 다양한 국가에서 일관적인 실사용증거들이 확인되고 있어 국내에서도 RSV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