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 누가 뇌졸중 의사 하나?”... 고된 밤샘 근무에 현실은?

[김용의 헬스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가 있는 사람이 두통과 함께 어지럼을 느낀다면 뇌졸중을 의심하는 것이 좋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내 가족이 한밤에 갑자기 한쪽 몸이 마비되고 말도 어눌해진다. 평소 혈관이 좋지 않았으니 뇌혈관이 막힌 것 같다. 119에 도움을 요청한다. 그런데 새벽 3시에 뇌혈관을 살피는 의사가 있을까? 급성 뇌졸중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 몸의 마비 등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의사는 누구일까? 바로 신경과 전문의다.

응급실에 뇌졸중 의심 환자가 도착하면 응급의학과 의사는 응급처치를 한 후 신경과 당직 의사에게 긴급 호출(On Call)을 한다. 신경과 의사는 이때부터 초비상이다. 뇌졸중(뇌경색-뇌출혈) 여부를 빨리 진단하고, 막힌 뇌혈관을 개통하는 시술도 결정해야 한다. 새벽 3시부터 이른 아침까지 꼼짝없이 이 환자를 돌봐야 한다. 이마에 흐르는 땀 닦을 시간조차 없다.

필수의료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 “한 사람의 일생이 달려 있다

신경과 의사의 당직은 긴장의 연속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뇌졸중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 한쪽 몸의 마비, 언어 장애, 시력 저하 등 후유증을 최소화하려면 신경과 의사의 빠른 판단과 대처가 중요하다. 필수의료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이 바로 신경과, 신경외과 의사들이다. 이런 생활에 적응 못하는 의사들도 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평생 터질듯한 긴장감 속에 살아야 하나?... 흔히 얘기하는 삶의 질은 나에게 있나?... 20~30년 전만 해도 의대 우등생이 앞다투어 지원하던 신경과의 위상이 떨어진 것은 이런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가... 이것이 밤샘 치료 보상?

그렇다고 다른 의사들에 비해 대우가 좋은 것이 아니다. 밤을 꼬박 새우며 환자의 생명을 살려도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가(건강보험에서 받는 돈)를 감당해야 한다. 신경과의 2022년 원가 보전율은 94%에 불과하다(국민건강보험공단-김윤 국회의원 자료). 100% 받아도 밤샘 치료 보상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그런데 오히려 ‘마이너스’를 감수해야 한다. 전문과목별 균형이 무너진 건강보험 수가 체계의 영향이 20년 동안 누적된 결과다. 신경과 뿐만 아니라 산부인과, 소아과 등 특정 과목에 대한 기피 현상이 더욱 심화된 이유다. 하루 빨리 건강보험 수가 체계를 바로 잡는 것이 필수의료 살리기의 출발점이다.

뇌졸중은 갈수록 늘고, 의사는 줄고...

더욱 큰 문제는 뇌졸중은 갈수록 늘고 있는데, 전문 의사는 줄고 있다는 점이다. 식습관의 변화 등으로 인해 원인 질환인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이상지질혈증)이 급속히 늘고 있다. 담배를 끊지 않고 이런 기저질환을 예방-관리하지 못하면 심장-뇌혈관이 나빠질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뇌경색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이 2022년에만 52만1011명이나 됐다. 국내 사망 원인 4위 뇌졸중은 뇌혈관이 갑자기 혈전 등으로 막히는 뇌경색이 80% 정도다. 생명을 구해도 장애가 남아 50~60대 나이에도 요양병원에 입원한 사람이 적지 않다. 뇌졸중은 혈관성 치매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치매는 알츠하이머병이 70% 정도이지만, 최근 혈관성이 크게 늘고 있다.

뇌졸중 치료의 핵심은 시간 싸움(골든타임)이다. 증상 발생 4.5시간 이내에 혈관(정맥) 속에 혈전을 녹이는 용해제를 투여해야 한다. 큰 뇌혈관이 막힌 경우 동맥 속의 혈전을 빨리 제거해야 장애를 최소화할 수 있다. 뇌경색 발병 후 1시간 30분 안에 혈전 용해제를 투여할 경우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장애가 남지 않을 가능성이 3배 가량 높다. 반면에 3시간을 넘기면 그 가능성은 절반 이하로 낮아진다. 그러나 뇌졸중 증상 발생 후 3.5 시간 안에 병원을 찾은 환자는 전체의 26.2% 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병원에 늦게 도착하면 아무리 유능한 의사라도 대처하기 매우 어렵다. 뇌졸중 증상은 한쪽 몸의 마비, 말이 어눌해짐, 시야 불편, 심한 두통 등이다. 특히 기저질환이 있다면 강하게 의심해야 한다.

급성 뇌졸중 인증의 505명 배출... “생명을 살리는 사람들

지난달 29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대한뇌졸중학회가 ‘급성 뇌졸중 인증의’ 심사를 처음으로 시행하여 505명을 배출했다. 모두 신경과 전문의들이다. 이들은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쳐 뇌졸중을 1년 365일 24시간 진료할 수 있는 전문인력으로 공인받았다. 급성 뇌졸중 인증의 심사 절차는 까다롭다. 의사 혼자서 매우 위급한 상황의 뇌졸중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이 검증되어야 한다. 서울 이외 지역응급센터에서 급성기 뇌졸중 치료가 불가능해 재이송을 하는 경우가 있다. 자칫하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이는 급성 뇌졸중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전문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인증의 제도는 수많은 사람을 살리고 장애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생명 구하는 의사가 더 크게 대우 받는 날은 언제?

이제 ‘필수의료’는 일반 국민들도 이해하는 ‘필수용어’가 됐다. 의사 중에서도 어렵고 힘든 업무를 하지만 다른 과목의 의사들에 비해 대우가 떨어진다는 것도 거의 알고 있다. 대중들은 필수의료 의사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응원을 보낸다. 필수의료가 살아나야 내 가족의 생명을 구하고 끔찍한 장애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낮에만 일하는 피부미용 의사가 밤샘 근무가 일상인 의사보다 돈 많이 벌고 삶의 여유를 더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절망감을 느낀다. 이는 의료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 등 다른 직종도 3D 업무는 사람을 구할 수 없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삶의 가치’가 달라진 탓이다. 필수의료 분야도 진작에 보상을 강화해야 했다.

정부가 뒤늦게 필수의료 과목에 건강보험 수가를 올리겠다고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너무 늦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건강보험 재정 걱정만 하다가 인상 시기를 놓친 것 같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한방, 외국인들에게도 할애하고 사무장병원까지 재정을 갉아먹고 있다. 지금의 필수의료 상황은 암담하다. 젊은 의사들은 의대 졸업 후 곧바로 일반의로 나서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전문의를 꿈꾸던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는 것일까?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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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ik*** 2024-12-04 10:50:12

      알차고 유익한 정보 입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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