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안되면 성적으로 안끌려"...육체적 매력보다 중요하다는데, 뭐?

강한 감정적 유대감을 형성한 후에만 성적 끌림을 느끼는 성적 지향, 데미섹슈얼...영국의 한 가수가 데미섹슈얼임을 공개하자 많은 사람들 관심

힙합 그룹 N-Dubz 멤버인 툴리사(36)가 방송 프로그램 '아임어셀레브리티(I'm A Celebrity)'에 출연해 자신이 데미섹슈얼(demisexual)임을 공개하자, 이 용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왼쪽 사진= 힙합 그룹 N-Dubz 멤버인 툴리사 / 오른쪽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성을 만날 때 감정적 유대감이 먼저인지 외모와 육체적 끌림이 먼저인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요즘엔 많은 사람들이 육체적 끌림을 중요시하지만 정서적 연결 없이 성적 관계를 맺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를 성적지향 용어로 '데미섹슈얼(demisexual)'이라 한다. 최근 영국의 한 유명인이 자신이 데미섹슈얼이라고 밝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영국 일간 미러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힙합 그룹 N-Dubz 멤버인 툴리사(36)가 방송 프로그램 '아임어셀레브리티(I'm A Celebrity)'에 출연해 자신이 데미섹슈얼(demisexual)임을 공개했다. 데미섹슈얼은 강한 감정적 유대감을 형성한 후에만 성적 끌림을 느끼는 성적 지향을 뜻한다. 단순히 외모나 첫인상으로 매력을 느끼는 경우가 드물며, 관계의 깊이가 성적인 욕구와 연결되는 특징을 가진다.

툴리사는 캠프 동료들에게 자신이 연애와 성적인 관계에 대해 느끼는 점을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나는 과도하게 성적인 사람이 아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누군가와의 연결과 감정이며, 먼저 이런 교류 후에 성적으로 표현하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진정한 감정 연결 없이 데이트하거나 잠자리를 가지는 것에 대해 '신체적으로 불편함'을 느낀다고도 했다. 툴리사는 "내 몸은 나의 성전이다. 아무나 들어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툴리사는 자신을 연애에서 '천천히 타오르는 사람(slow burner)'으로 표현하며, 지난 3년간 독신 생활을 이어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유명 데이트 앱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실제로 만남을 가진 적은 없다며 "나는 감정적으로 방어적이다. 깊은 유대감 없이는 누구와도 데이트를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번도 원나잇 스탠드 한 적 없다"...외모보다 내면에 의해 성적 욕구 나타나 

영국 작가인 토티 톤도 한 팟캐스트에 나와 자신이 데미섹슈얼로 살아가는 경험을 나누기도 했다. 그는 "잘생긴 남성을 보고 그들의 매력을 인정할 수는 있지만, 그들에 대해 어떤 성적 욕구나 흥분도 느끼지 못한다"며 성적인 끌림이 오직 상대방의 성격과 가치관에 기반한 감정적 연결 후에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토니는 한 번도 원나잇 스탠드를 해본 적이 없으며, 클럽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난 적도 없고, 낯선 사람과 키스를 한 적도 없다고 고백했다. 그에게 성적인 욕구는 단순한 외모보다는 상대방의 내면에 의해 결정된다고.

관계 치료사 파울 브런슨은 "데미섹슈얼은 깊은 감정적 유대감을 형성한 이후에만 성적 끌림을 느끼는 사람을 뜻한다"며 "데미섹슈얼인 사람은 상대방의 성격과 가치관에 뿌리를 둔 연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데미섹슈얼임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자신의 성적 지향을 이해하는 것은 개인의 필요와 경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단계"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감정적 연결 없이는 연애와 성적인 관계를 시작할 수 없다고 밝힌 툴리사의 이야기는 단순한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성적 지향과 정체성을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단순한 첫인상이나 외모가 아닌, 깊은 유대감과 신뢰가 관계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메시지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았다.

외모와 육체로 성적 끌림 느끼는 것과는 다른 정서적 유대감 중요 
데미섹슈얼(Demisexual)은 심리학 및 성학(Sexology)에서 사용하는 공식 명칭 중 하나다.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의 스펙트럼에서 정의되는 개념이다. 주로 성적 매력을 느끼는 방식과 감정적 연결의 관계에 초점을 둔 정체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첫인상이나 외모로 성적 끌림을 느끼는 이성애자나 동성애자와 달리, 데미섹슈얼은 상대방의 성격, 가치관, 신뢰를 기반으로 유대감이 형성된 이후에 성적 매력이 발생한다.

데미섹슈얼은 무성애(Asexual) 스펙트럼의 일부로 분류된다. 여기서 무성애 스펙트럼은 성적 매력의 빈도와 강도를 기준으로 정의되는데, 데미섹슈얼은 성적 매력을 드물게 느끼지만 특정 조건(감정적 연결)이 충족되면 느낀다고 보는 무성애 스펙트럼의 중간 위치에 있다.

사실상 인간의 성적 욕구는 뇌의 보상 시스템과 관련이 깊다. 데미섹슈얼의 경우, 도파민과 옥시토신과 같은 감정적 유대와 관련된 신경 전달 물질의 역할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일반적인 성적 자극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데미섹슈얼은 심리적 유대가 형성된 후에야 성적 욕구가 촉진되는 것이다. 이러한 데미섹슈얼의 성향은 유전적, 생리적 요인뿐 아니라 개인의 사회적 경험과 문화적 배경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유년기의 대인관계 경험, 가족 관계, 그리고 감정적 연결에 대한 개인의 인식이 데미섹슈얼 성향 형성에 기여하는 것이다.

개념적으로 성적 매력을 느끼는 방식에는 데미섹슈얼과외에 올로섹슈얼(Allosexual)과 하이퍼섹슈얼(Hypersexual)도 있다. 데미섹슈얼이 감정적 유대가 먼저 필요로 한다면, 올로섹슈얼은 성적 매력을 느끼는 데 특별한 조건을 요구하지 않는다. 데미섹슈얼을 구분하는 무성애(Asexual) 스펙트럼의 반대 개념이기도 하나 올로섹슈얼은 감정적 유대 없이도 성적 매력을 느끼는 사람을 포괄적으로 지칭한다. 이성애자, 동성애자, 양성애자 등 다양한 성적 지향을 가진 사람들이 포함된다.

하이퍼섹슈얼은 성적 욕구나 성적 활동의 빈도가 높은 사람을 뜻한다. 데미섹슈얼과는 성적 욕구를 느끼는 방식과 조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만 하이퍼섹슈얼은 심리학적으로 성적 충동의 과도함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데미섹슈얼의 직접적인 반대말은 아니다.

안정형 애착을 가진 사람들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데미섹슈얼 

일상에서는 많은 경우 감정적 유대감과 육체적 끌림은 분리되지 않고 상호작용한다. 육체적 끌림이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고, 감정적 유대가 육체적 끌림으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이다.

진화 심리학에서는 육체적 매력이 건강, 생식 능력 등 생물학적 신호로 작용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신체적인 매력은 건강한 유전자를 전달할 가능성을 암시하며, 이는 본능적으로 끌림을 유발할 수 있다. 뇌의 도파민 시스템도 외모와 같은 시각적 자극, 물리적 매력에 의해 즉각적으로 활성화되고, 이러한 반응은 바로 성적 끌림을 유도할 수 있다.

신뢰와 친밀감을 기반으로 하는 데미섹슈얼은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안전하다고 느낄 때 성적 욕구가 뒤따라오는 것을 볼 때, 특히 애착 이론(Attachment Theory)에서 안정형 애착을 가진 사람들에게 더 흔하게 나타난다. 성격적으로 내성적이거나 감정 중심적인 사람들은 육체적 매력보다는 정신적 연결에 더 높은 가치를 두기도 한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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