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 불타듯 빨갛게 태어난 아기, 흔한 '이 바이러스' 때문?

온몸 화상 입은 듯 태어난 아기, 피부질환인 줄 알았는데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이었던 사연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온몸에 화상을 입은 듯한 모습으로 태어난 아기의 사연이 소개됐다. [사진='더선' 보도내용 캡처]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온몸에 화상을 입은 듯한 모습으로 태어난 아기의 사연이 소개됐다.

영국 일간 더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브리스톨에 사는 루카(1)는 출산예정일보다 12주 일찍 태어났다. 태어났을 당시 온 몸은 화상을 입은 듯 했기에 의료진은 피부질환을 의심했지만 검사 결과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5세와 3세의 두 딸을 둔 브룩 헤일(28)은 2023년 5월 셋째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 아이를 만날 날을 고대하고 있었다. 임신 10주와 20주 무렵에 실시한 두 번의 스캔에서도 태아는 별 문제 없이 건강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12월 8일 4D 초음파 검사를 받으러 갔을 때, 의사는 뿌연 액체가 많아 아이를 선명하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날 저녁부터 통증이 시작됐다. 하지만 의사는 가진통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며칠 후 저녁 무언가 쏟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보니 피였고, 급히 병원으로 달려간 브룩은 이미 진통이 시작됐다는 말을 들었다. 이 때가 임신 28주였다.

의료진은 처음엔 출산을 늦추기 위해 약물을 투여했지만, 브룩의 심박수는 계속해서 높아졌다. 혈액 검사 결과 감염이 의심되는 소견도 나왔다. 의료진은 결국 약을 중단하고 분만을 진행했다.

2.5파운드(약 1.13kg)로 태어난 루카의 피부는 온통 화상을 입은 것처럼 빨갰다. 아이는 곧장 신생아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의료진은 처음 루카가 희귀 피부질환을 가지고 있다고 의심했지만 태반을 검사해 본 결과 아이는 헤르페스 바이러스 HSV1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브룩은 “나와 남편 모두 구순포진을 앓고 있다”며 “그런 질환이 자궁 안에서 전염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행히 루카는 12주 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퇴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각막이 감염되는 바람에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고 말았다. 지금도 루카는 종종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에 브룩은 한시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바이러스가 뇌로 퍼질 경우 뇌수막염까지도 일으킬 수 있다. 루카는 올해 10월 각막 이식을 받았고, 정맥주사 약물을 투여하기 위해 팔에 PICC라인(말초삽입중심정맥관)을 삽입하는 시술도 받았다. 루카는 이 관을 통해 24시간 약물을 투여 받고 있다.

한 번 걸리면 사라지지 않는 헤르페스 바이러스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은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단순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발생한다. 단순포진 바이러스라고도 하며, 1형(HSV1)과 2형(HSV2)이 있다. 단순포진 1형 바이러스 감염은 주로 감기에 걸리거나 몸이 피곤한 경우 입가에 물집이 생기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단순포진 2형 바이러스 감염의 경우 주로 성기 부위에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50세 미만 전 세계 인구의 약 37억 명(67%)이 헤르페스바이러스 1형(HSV-1)에 감염됐다.

단순포진 바이러스는 한번 감염되면 평생 몸속에 남아 평소에는 잠복 상태로 있다가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이 떨어지는 등 자극을 받아 바이러스가 활성화되면 증상이 재발할 수 있다. 성인의 경우 대부분 증상이 없고 일부에서 국소 피부 병변을 보이지만, 면역체계가 아직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신생아나 면역저하자 등에서는 심한 전신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신생아도 출생 시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될 수 있어…극히 드물게 자궁내 감염도 가능

임산부에게도 헤르페스 증상이 나타난다. 미국 메디컬뉴스투데이에 따르면, 단순포진 바이러스를 가진 여성의 약 75%가 임신 중 증상 발현을 경험한다. 임신 중 처음 단순포진 바이러스에 걸릴 경우에는 태아에게 미치는 위험이 더 크다.

드물지만 출산 중 아기가 모체로부터 단순포진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도 있다. WHO는 전 세계 출생 10만 명 중 10명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자연분만 중 아이가 자궁경부와 질관을 통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감염된다. 신생아가 헤르페스에 감염되는 경우 뇌 손상이나 안과적 문제, 사망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극히 드물긴 하지만, 자궁내에서도 단순포진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 2014년 소아감염학회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자궁내에서 단순포진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 출생 시 피부 증상(활성 병변, 흉터, 피부무형성증, 과색소침착 또는 저색소침착), 신경학적 증상(소두증, 두개내석회화, 무뇌수두증), 안과적 증상(맥락망막염, 소안구증, 시신경 위축) 등 세 가지 임상적 특징이 나타난다. 이 외에 더 미묘한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자궁내 단순포진 바이러스 감염 또한 임신 중 처음 증상이 나타난 산모에게서 태아에게 감염 위험이 더 높다.

    지해미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