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기간 확 줄이는 수술후 회복 프로그램 ‘ERAS’를 아시나요

표준화된 프로토콜로 합병증 줄이고 회복 촉진...금식기간도 단축

수술 후 회복향상 프로그램을 전체 대학병원에 확산하기 위해서는 국가 시범사업 시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서울대병원과 서울성모병원 등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수술 후 회복향상 프로그램(Enhanced Recovery After Surgery, ERAS)을 도입한 이 후 입원시간 단축 등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ERAS는 주술기(수술 전, 수술 중, 수술 후 기간을 모두 통칭하는 것) 동안 근거 기반의 표준화된 프로토콜을 수행해 수술 후 합병증을 줄이며 회복을 촉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표준화된 프로토콜로 수술 환자 회복 효율 높여

학문적, 임상적 발전으로 수술 관련 사망률과 합병증은 크게 감소했지만 수술 후 회복 과정은 환자에게 큰 부담이다. 수술 전 후 장기간 금식, 불필요한 침상 안정, 마약성 진통제 위주 통증관리, 카테터의 불필요한 장기 거치 등이 그 대표적 예시다.

이에 1990년대 후반 덴마크의 외과 의사 헨릭 케흘렛(Henrik Kehlet)을 중심으로 결성된 ERAS 그룹이 불필요한 의료 행위를 줄이고 근거에 입각한 주술기 환자 관리를 최적화하는 프로토콜을 개발했다. 2010년대에는 '에라스 소사이어티(ERAS Society)'라는 학회도 결성돼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마취, 흉부, 위장관, 췌장 등을 포함한 다양한 수술 분야에서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권고하고 있다.

이를 테면 장 수술 전 준비에서 하제를 통해 장을 비우던 관행에서 벗어나, 불필요한 장 처치를 하지 않는 것이다. 수술 중에는 혈전증 위험성이 높지만 질환 자체는 심하지 않은 암이 있거나 비만인 환자는 미리 항응고제 헤파린을 쓰는 것도 ERAS에서는 권고하고 있다.

ERAS는 외과의사, 마취통증의학과 의사, 간호사, 영양사, 물리치료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력하는 다학제적 접근법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수술 전 상담부터 수술 후 재활까지 환자 관리를 최적화해 치료의 효율성을 높이고 합병증을 줄인다.

이와 함께 환자 교육을 통해 수술 전후 관리의 중요성을 환자 스스로 인지하도록 돕고, 각 환자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치료 계획을 수립한다. 또한, 환자의 심리적 지원을 강화해 수술로 인한 신체적, 심리적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에도 초점을 맞춘다.

국내는 개별 병원이 선도적 도입...입원기간 단축

국내에서 ERAS를 선도적으로 도입한 대표적 의료기관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대장암 수술팀) 과 서울대병원(병원 차원)이다.

이인규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사진=이재원 기자]
이인규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과거엔 무조건 수술 전에도 쉬고, 수술 후에도 쉬는 것을 중시했다면, 요즘은 어떻게든 많은 활동을 바탕으로 회복하는 패러다임으로 바뀌었다”며 “ERAS는 염증 반응이나 스트레스 반응을 줄이고, 운동을 병행해 환자 회복을 증진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수술 전, 수술 중, 수술 후 25가지 요소를 가지고 시행하고 있다. 이런 가이드라인을 70% 정도 따라야 빠른 회복과 입원기간 단축 등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서울성모병원이 ERAS를 도입(2016년 경)한 이후 대장암은 2017년 재원 기간 11.2일에서 5.9일 수준으로, 직장암은 2018년 12.23일에서 2019년 5일로 단축됐다.

서울대병원은 병원 차원에서 ERAS학회와 협력해 지난해 9월터 공식적으로 도입했다. ERAS학회의 지원 프로그램(엔케어)을 활용해 대장과 직장 수술에 적용 중이다. 박도중 서울대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원위부 위절제술(위 아래 부분 3분의 2 절제) 환자를 대상으로 ERAS 관련 임상시험 연구를 수행한 결과, 금식기간이 확연히 줄었다”며 “구토가 많이 발생하는 리스크가 있어서 진토제를 도입하고 구역을 예방하는 노력을 했다. 여기에 물먹는 시기도 하루 당기고 하니, 수술 후 가스가 나오는 시간이 ERAS 적용 환자군에서 훨씬 빨랐다”고 말했다.

환자 교육 등 부담...국가 시범사업화 필요

그러나 시행을 위한 초기 도입(준비) 비용과 시행 때 환자 교육 부담이 문제다. 이인규 교수는 “처음에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고, 관련 지식을 다학제팀을 비롯한 모든 관련된 사람에 가르쳐야 한다”며 “과거 수술 후 회복 및 치료 방식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허들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ERAS는 환자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요즘 환자들은 무조건 하라고 해서 따라하지 않는다”며 “반복적으로 설명을 해야 하고, 그런 교육에 대한 부담이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시스템적으로 접근해야 하고, 궁극적으론 국가 지원 등 더 거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연준흠 마취통증의학회 회장(인제대 의대)과 대한외과학회 등을 중심으로 시범사업 도입을 촉구하는 중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27일 개최한 ERAS회의에서도 전문가들은 한국형 가이드라인 개발과 시범사업 도입 등을 통해 모든 수술 환자에 ERAS를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우리와 보험제도가 유사한 대만은 직장암과 대장암, 무릎관절과 고관절 치환술 환자 등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며, 환자당 총 80만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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