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 보이려고 남의 지방까지 탐낸 억만장자? 실상 알고 보니…

[박준규의 성형의 원리]

최근 "한 억만장자가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얼굴에 타인의 지방을 이식했다가 큰 부작용을 겪었다"라는 기사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기사에는 의학적 오해와 과장이 섞여 있어, 그의 실험을 정확히 이해하고 평가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사진=브라이언 존슨 인스타그램]
이 기사의 주인공은 미국의 사업가 브라이언 존슨(Bryan Johnson)입니다. 그는 젊음을 유지하려는 다양한 실험과 프로젝트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2013년, 그는 온라인 결제 플랫폼 '브레인트리(Braintree)'를 이베이에 약 8억 달러에 매각하며 약 3억 달러(한화 약 4천억 원)를 개인 자산으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순자산 10억 달러 이상을 기준으로 하는 ‘억만장자’는 아니지만, 그가 재정적으로 매우 여유로운 상태임은 분명합니다.

그가 유명세를 얻은 것은 돈이 아니라, 젊음을 유지하고 노화 과정을 역행하려는 실험과 프로젝트로 주목받으면서 입니다.

[사진=브라이언 존슨 인스타그램]
여러 기사에서 그가 동안을 갖기 위해 타인의 지방을 이식했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의학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시술입니다. 타인의 지방을 이식하면 거부 반응으로 인해 지방 전체가 괴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브라이언 존슨이 타인의 지방을 이식받았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얼굴의 노화는 아래로 처지거나 연조직의 볼륨이 줄어드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자가 지방이식이 널리 시행되며 그 효과도 검증되어 있습니다. 브라이언 존슨은 하루 2천 칼로리 이하로 섭취하는 식사제한과 운동으로, 온몸의 살이 빠져 ‘피골이 상접한’ 얼굴이 되었고, 신체 나이에 비해 얼굴이 너무 늙어 보이는 상태였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가 지방이식을 계획했으나 같은 이유로 몸에도 여분의 지방이 없었다고 합니다.

브라이언 존슨은 자가 지방이식을 계획했으나 몸에 여분의 지방이 없었다.

브라이언 존슨이 실제로 받은 시술은 지방 세포 외 기질(Decellularized Adipose Matrices)을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타인의 지방을 이식한 것이 아니라, 기증된 지방 조직에서 추출된 세포 외 기질을 주입하는 것으로, 살아 있는 지방 조직이 아닙니다. 세포를 제거하고 남은 콜라겐, 단백질, 성장 인자를 포함한 구조체가 마치 벌집처럼 자신의 지방 세포가 점진적으로 채워질 수 있도록 돕는 구조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필러처럼 간단하게 주입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으로, 면역원이 제거되어 면역 거부반응 또한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면역원이 제거된 HCT/P(인간 조직 기반 제품) 시술은 미국 FDA의 규제에 따라 개별 승인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브라이언 존슨은 시술 직후 얼굴에 부기가 생겼고, 이는 본인이 SNS에서 알러지 반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알러지는 주사에 사용된 마취제 같은 다른 요소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며, 단순한 부기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의 실험이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새로운 치료법이 소규모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어, 장기적인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지방유래 세포 외 기질 제품은 이미 미국에서 상용화되어 있으며 일선 의원에서 시술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발표된 연구 논문을 그리 많지 않지만, 시술 후 안정성과 효과 지속 면에서 현재까지는 비교적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만약 국내에 이 제품이 도입된다면 바로 시술을 추천할지' 저에게 묻는다면 ‘아직은 그렇지 않다’ 말할 것 같습니다. 새로운 방법이 충분히 검증되기 전까지는 임상의사는 보수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신체를 실험대에 올리는 한 부호의 대담하며, 때론 괴짜처럼 보이는 도전에 한편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번 논란에서 개인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국내 언론이 브라이언 존슨을 다루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는 단순히 "젊어지기 위해 아들의 피를 뽑는 철없는 어른"으로 묘사되며, 그의 실험은 미용 시술 수준으로 격하되었습니다.

그러나 브라이언 존슨의 회춘 프로젝트, 일명 '프로젝트 블루프린트(Project Blueprint)'는 단순한 미용 시술이 아니라, 인간의 장수와 건강한 노화를 위한 과학적 탐구입니다. 그는 매년 약 200만 달러(한화 약 27억 원)를 투자해, 30명의 의료 전문가와 함께 70개 이상의 장기를 모니터링하며 젊음을 유지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브라이언 존슨은 자신의 연구를 바탕으로 블루 프린트라는 이름의 보충제를 판매하는 사업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몸을 화젯거리로 삼아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마케팅에 불과할지, 건강한 장수의 비결을 알아내는 선발대가 될지 우리는 아직은 알지 못합니다. 어느 쪽이든, 성형 중독으로 조롱당할 만한 대상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언론의 행태는 마치 성형 실패로 조롱받는 연예인을 다루던 그것과 다를 바 없어 씁쓸함을 남깁니다.

무모해 보이는 도전에서 과학은 시작됩니다. 18세기 종두법의 창시자인 에드워드 제너는 백신을 맞으면 소가 될지도 모른다는 세간의 조롱을 견뎌야 했습니다.

[사진=James Gillray, 1802]
로버트 고다드는 로켓을 통해 달에 갈 수 있다는 주장을 했지만, 뉴욕타임스는 이를 비웃으며 "공기가 없는 곳에서는 작용 반작용이 불가능하다"라는 사설을 실었습니다. 이 사설은 50여 년 후, 인간이 실제로 달로 출발한 뒤에야 정정되었습니다.

뉴욕타임즈의 정정기사.

브라이언 존슨의 도전이 실패로 끝날지, 아니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가 과학의 선발대로 나아가는 모습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의 도전 속에서 우리는 노화 연구와 장수 과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시간이 지나 그의 시도가 큰 진전을 이루기를 기대해 봅니다.

    박준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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