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도 사람도, 사회적지위 낮으면…스트레스 많다?

사회적 위계질서·서열 강한 열대어 ‘시클리드’ 연구 결과…지위 높낮이에 따라 ‘뇌 산화스트레스 수치’ 크게 차이 나

회사 최고경영자(CEO)가 직원을 질책하고 있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은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 일부 물고기도 마찬가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부 물고기도 사람처럼 사회적 지위가 낮으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으며, 이 때문에 ‘뇌 산화스트레스 수치’가 크게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센트럴미시간대, 네브라스카대 오마하캠퍼스 공동 연구팀은 사회적 위계질서가 강한 물고기 ‘시클리드’ 수컷의 뇌를 해부해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센트럴미시간대 피터 디크스트라 박사(생물학)는 “매우 사회적이고 위계질서가 엄격한 열대어 시클리드를 연구한 결과, 사회적 스트레스는 사회적 지위가 낮은 물고기의 뇌에서 산화 스트레스를 높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수컷 시클리드는 엄격한 위계질서를 유지하고, 뚜렷한 사회적 서열을 갖고 있다. 우두머리 수컷은 서열이 낮은 수컷보다 몸집이 더 크고, 더 공격적이고, 더 화려한 색을 띠고 있다. 이들은 자기 영역을 지키며 암컷에게 구애 행동을 한다.

사회적 스트레스는 뇌에 산화 스트레스가 쌓이게 한다. 이는 정신 건강과 신경퇴행성 장애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사회적 스트레스’를 뇌의 ‘산화 스트레스’로 전환하는 메커니즘과 사회적 지위가 여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열대어 시클리드는 위계질서와 서열이 엄격하다. 우세한 수컷(왼쪽)이 열세한 수컷에 비해 몸집이 더 크고, 더 공격적이고, 색깔이 더 화려하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시클리드는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으며, 이는 뇌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사진=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알렉스 조던 박사) 제공]
연구팀은 대형 수조 15개를 설치하고, 각 구간에 암컷 6마리와 수컷 2마리를 배치했다. 이 실험에선 시클리드 수컷이 총 40마리(15~18개월, 표준 길이 57~81mm) 쓰였다. 연구팀은 각 물고기 그룹이 자유롭게 상호작용할 수 있게 했다. 또한 각 칸에 화분 반 개를 추가해 우두머리 수컷이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영역을 제공했다. 이들 시클리드는 대부분 빠르게 서열을 이뤘고, 실험이 진행되는 몇 주 동안 그 서열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연구팀은 수컷 물고기의 혈액 검체를 채취하고 뇌를 해부해 분석했다. 그 결과 사회적 지위가 낮은 물고기가 사회적 지위가 높은 물고기에 비해 뇌의 산화 스트레스 수치가 더 높고 항산화 능력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디크스트라 박사는 “사회적 지위가 낮은 시클리드 물고기 수컷의 뇌에서 산화 스트레스 수치가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회적 지위가 사람의 정신·신경 건강 악화와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에선 사회적 스트레스 요인이 뇌의 산화 스트레스와 질병을 촉진하는 메커니즘을 엿볼 수 있다.

이 연구 결과(Oxidative stress in the brain is regulated by social status in a highly social cichlid fish)는 ≪행동신경과학 프론티어(Frontiers in Behavioral Neuroscience)≫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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