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은 대형병원 입원치료 어렵다?...중증도 문제 어쩌나
일반질병군으로 분류...유연한 중증도 분류 개선 필요
정부가 중증진료 비중을 높이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심부전 등 일반질병진료군으로 분류된 질환들의 입원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일반진료군 질병 중 일부 중증 환자만이라도 입원치료가 가능하도록 전문진료군으로 분류하고, 전체 중증도 분류체계를 유연하게 변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대한심부전학회 이해영 정책이사(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부전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심부전의 중증도 분류를 놓고 이같은 전문가 의견을 밝혔다.
우리나라는 통계청의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기반해 한국형 입원환자분류체계인 KDRG를 사용한다. 여기서 전문진료질병군(DRG-A), 일반진료질병군, 단순진료질병군 등으로 나뉘는데 전문진료질병군은 주로 대형병원에서만 진행 가능한 수술이나 시술 위주가 해당된다. 심부전증은 중증도 구분 없이 일괄 일반진료 질병군으로 분류돼 있다.
이 이사는 “심부전증은 정의 자체가 모든 심장질환의 마지막 합병증으로, 심질환 중 가장 사망률이 높다”며 “그러나 심부전이 속한 I50 질병분류 코드가 1차의료기관에서 심초음파, 피검사 등에 많이 연관되어 일반진료 질병군으로 속해 있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현재 상급종합병원의 90%는 구조전환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사업의 주요 내용은 중증 진료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올리는 것이다. 때문에 일반진료질병군으로 분류된 심부전 환자들은 증세가 위중하다고 해도 입원치료에 차질을 겪을 수 있다.
이 이사는 폐부종을 동반해 입원치료가 필요한 중증 심부전 환자, 희귀 난치성 질환으로 상급병원의 집중 관리가 필요한 심근증, 심근염 환자(질병 코드 I50.1, I41, I42)를 전문질병군으로 지정할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질병군 분류 코드를 개편하는 것이 어렵다면, 심부전 환자의 입원기간에 따라 전문환자군으로 분류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전체 심부전 환자 중 중증 심부전이 차지하는 비율을 2.87%로 건강보험 재정부담이 크지 않다”며 “이들 환자는 치료 수준에 따라 사망률 60% 감소가 가능하다”며 중증 심부전의 전문질병군 분류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일반질료군에 속한 다른 질병들도 문제..."중증도 분류 개선해야"
올해 초까지 뇌졸중도 심부전과 마찬가지로 일반질병진료군으로 분류됐기에 전문가들의 고민이 깊었다. 뇌졸중학회는 “필수중증응급질환인 급성 뇌졸중 환자 80%가 초급성기 정맥혈전용해술이나 뇌졸중집중치료실 치료를 받는 상황에서 상급종합병원 중환자 진료 비율을 50%까지 늘린다면 현재 일반진료질병군에 속한 뇌졸중 환자는 진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자 뇌졸중의 중증도 분류 일부가 개선됐다. 김태정 대한뇌졸중학회 홍보이사(서울대병원 신경과)는 “올해 하반기로 넘어오면서, 24시간 이내 뇌졸중 점수 5점 이상인 사람들은 내년 5월부터 진문질병진료군으로 분류되는 방향으로 개선됐다”며 “1차적인 문제는 일단 넘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뇌졸중처럼 중증도 분류가 개선된 사례는 극소수로, 여전히 일반질병군으로 분류된 질환들은 상급종합병원 입원치료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 시범사업에 제시된 상급종합병원 적합질환자(중증진료 인정)는 ▲전문진료 질병군 환자 ▲2차병원 전문의뢰 입원환자 ▲KTAS(응급환자 분류기준) 1~2등급 응급실 입원환자 ▲소아 중증질환 ▲권역외상센터 입원환자 ▲희귀질환자 등이다.
익명을 요구한 상급종합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질환에 대한 유연한 분류가 필요하다”며 “주상병이 일반진료군이라도 여러 합병증을 달고 있는 환자는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 같은 수술을 하는 환자라도 상태가 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최근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 관련 브리핑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중증환자 분류체계를 상병기준이 아닌 연령, 기저질환 등 환자의 상태를 반영하는 기준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조속한 시일 내에 가칭 중증 분류체계 혁신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