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에 뽀뽀 위험해"…그래도 하고 싶다면 '이곳'에?
임상미생물학자의 강력한 경고 "굳이 해야 한다면 '발'이나 '뒤통수'에”…건강한 어른도 반드시 손 깨끗이 씻어야
아기의 얼굴에 키스하거나 손으로 얼굴을 만지면 안 된다는 임상미생물 학자의 강력한 경고가 나왔다. 영국 레스터대 프림로스 프리스톤 조교수(임상미생물학)는 “아기는 헤르페스 바이러스 등 각종 미생물에 쉽게 감염되므로, 얼굴에 뽀뽀하거나 얼굴을 만져선 안 된다”며 “부득이한 경우 아기의 발이나 뒤통수에 뽀뽀하면 감염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호주 비영리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기고한 글을 통해서다.
아기는 아직 면역체계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인에 비해 감염 위험이 훨씬 더 높다. 특히 태어난 지 3개월 아내인 신생아의 면역체계는 성인에 비해 호중구·단핵구 등 감염과 싸우는 면역세포가 훨씬 더 적다. 이 때문에 성인이나 어린이에게 가벼운 증상을 일으키는 데 그치는 감염도 아기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
아기는 헤르페스 바이러스, 연쇄상구균 등 감염성 박테리아, 대장균 등에 특히 취약하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성인에겐 구순포진을 일으키지만, 아기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빠르게 중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헤르페스가 아기의 눈, 입, 피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경우엔 대부분 항바이러스제로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온몸으로 퍼져 장기에 영향을 미치면 감염이 훨씬 더 심각하며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아기가 어릴수록 특히 출생 후 첫 4 주 동안엔 헤르페스 감염 위험이 높다.
또한 신생아는 성인이나 어린이에 비해 각종 감염성 박테리아에 더 잘 감염된다. 특히 B군 연쇄상구균(GBS) 등 ‘세포 내 병원균’ 감염에 약하다. 세포 내 병원균은 숙주의 세포 안으로 들어가 살 수 있는 박테리아다. 이런 박테리아는 질병을 일으키지 않고 숙주의 위장관, 생식기에 머물며 사는 게 일반적이다. 아기가 GBS에 감염되면 패혈증, 폐렴, 수막염, 혈액감염이 발생한다. 아기는 성인에겐 해롭지 않은 대장균 균주에도 쉽게 감염된다. 이 때문에 폐렴, 수막염, 패혈증 등이 걸려 목숨을 위협받을 수 있다.
영국 자선단체 ‘자장가 트러스트’는 신생아와 임산부의 54%가 심각한 감염의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가족, 친구 등이 신생아에게 뽀뽀하도록 허용한다는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그러나 아기의 부모는 다른 사람이 아기에게 뽀뽀하거나 만지지 않도록 요청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 가족, 친구도 아기의 안녕을 위해 이런 요청에 불쾌감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 부모가 과잉 반응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특별한 이유로 아기에게 뽀뽀해야 한다면, 먼저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또한 아기의 입이나 얼굴에 뽀뽀하는 대신, 발이나 뒤통수에 하면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아기를 찾는 사람에게 어떤 활동성 감염병이 있고, 아기가 생후 1개월 미만이라면 아예 방문을 하지 않는 게 좋다. 헤르페스 감염은 신생아에게 특히 심각하다. 단순포진이 있는 방문객은 그 부위를 밴드 등으로 덮고 가는 게 좋다. 몸이 좀 불편한데도 아기를 봐야 할 상황이라면,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특히 호흡기병이 있으면 신생아에게 가까이 가지 말고 멀리서 보는 게 좋다. 아기는 감염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항상 명심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한다. 아기에게 심각한 병을 일으킨다면, 뽀뽀는 ‘사랑의 표시’가 아니라 ‘재앙의 씨앗’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