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 물건 쌓아놓는…‘이 장애’ 이렇게나 많다고?
저장장애, 인구 2~6%에 영향, 특히 독신남녀에게 많아…서두르지 말고 차근히 ‘치료’해야
집안에 온갖 물건을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채 사는 사람이 주변에 꽤 많다.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쌓아두는 이런 강박적인 증상을 저장장애(Hoarding disorder, 축적장애)라고 한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가 운영하는 매체 ‘하버드 헬스 퍼블리싱(Harvard Health Publishing)’에 따르면 저장장애는 성인 인구의 약 2~6%에 영향을 미친다. 성별로는 큰 차이가 없다. 저장장애는 혼자 사는 사람에게 많이 나타난다. 특히 노인이 저장장애를 보일 확률은 일반인의 약 3배나 된다. 저장장애는 가족 중에 이 장애를 앓는 사람이 있을 때 더 흔히 나타난다.
저장장애의 첫 증상은 통상 청소년기에 시작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상이 더 나빠진다. 부모 교육의 영향을 많이 받는 어린이에게는 저장 장애가 훨씬 덜 나타난다. 집안에 온갖 물건을 쌓아두면 노인이 넘어지거나 약이나 안경 같은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릴 수 있어 큰 문제다.
종전 연구 결과를 보면 저장장애가 심각한 사람의 60% 이상은 다른 정신과적 장애도 함께 갖고 있다. 가장 흔히 공존하는 정신과 질환은 우울증, 불안증, 사회공포증 등 세 가지다. 치매나 뇌졸중이 저장장애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노인, 젊은이에 비해 저장장애 위험 3배…환자의 약 60%, 다른 정신과적 병도 있어
미국정신의학회(APA)는 2013년 저장 장애를 강박 스펙트럼 장애의 범주에 속하는 장애로 인정했다. 저장장애 환자는 실제 가치와 상관없이 자신이 갖고 있는 물건(소유물)을 버리는 데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물건을 쌓아두려는 저장 충동과 물건을 내버리는 데 대한 괴로움이 저장장애를 부른다. 그 결과 각종 소지품과 생활 필수품이 생활 공안에 쌓여 정상적인 사용을 가로막는다.
가족, 친구나 전문 청소업체가 개입하면 일시적으로 공간이 깨끗해질 수 있다. 물건을 잔뜩 쌓아두면 일상 생활에서 고통이나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다. 저장장애는 인간관계, 업무, 안전한 생활 환경의 유지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저장장애 환자는 왜 물건을 버리지 않고 쌓아두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낄까? 종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저장장애는 계획, 문제해결, 기억, 학습, 주의력, 조직화 등 정보처리 능력의 어려움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장장애는 20년 넘게 연구돼 왔으나 아직도 저장장애의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저장장애 환자는 저장강박증이 자신과 주변 사람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거의 인식하지 못한다. 그래서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일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저장장애 환자는 가족에 비해 자신의 증상을 훨씬 덜 심각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장장애의 치료는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가장 성공적인 저장장애 치료법으로 인지행동 치료(CBT)가 꼽힌다. 이는 환자가 문제되는 행위와 관련된 감정, 생각, 행동을 오랜 시간에 걸쳐 훈련된 치료사와 함께 다뤄나가는 대화요법이다. 환자는 이를 통해 의사결정, 분류 및 폐기, 정리 등에 대해 훈련하고 자신이 물건을 쌓아두려는 이유를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이완기법도 치료에 포함될 수 있다. CBT에는 집안 대청소가 포함되지 않는다.
저장장애 치료약으로 미국식품의약국(FDA) 시판 승인을 받은 약물은 아직 없다. 다만 담당 의사는 통상 불안이나 우울증을 동반한 저장장애 환자에게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계열의 약을 처방한다. 저장장애로 본인이나 지인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정신건강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게 바람직하다. 자신을 지지해주는 친구나 가족과 함께하는 것도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차근히 치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