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샘까지 이식"...스스로 총겨눠 얼굴 사라졌던 男, 다시 태어났다

10년전 총으로 자신의 얼굴 쐈던 남성...메이요클리닉이 안면이식수술에 성공, 얼굴의 85% 기증자의 조직으로 대체, 새로운 얼굴 갖게 돼

기증자의 조직으로 얼굴 85%를 이식해 성공적으로 새 얼굴을 갖게 된 데릭 파프. 왼쪽이 58회의 재건수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얼굴 기능할 수 없었던 데릭의 모습. 오른쪽=기증자의 얼굴 조직 85%를 이식해 새 얼굴을 갖게된 모습. 하단 중앙=극단적 선택 전 데릭의 모습 [사진=메이요클리닉]
10년 전 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했다가 심각한 얼굴 손상을 입은 남성. 58회의 안면재건 수술에도 불구하고 정상적 기능을 할 수 없었던 얼굴을, 세계적으로 드문 안면이식수술을 통해 새 삶을 살게 된 사연이 전해졌다.

기증자의 조직으로 얼굴 85%를 이식해 성공적으로 새 얼굴을 갖게 된 데릭 파프(30)의 여정을 미국 뉴스방송 CNN, CBS뉴스 등 여러 외신이 최근 보도했다.

2014년 美미시간주 하버 비치 출신, 당시 대학생이었던 데릭 파프는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봄방학을 맞아 집으로 돌아왔던 그해 3월의 어느 밤, 그는 자신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충격적인 일을 겪었다. 총을 들고 자신의 머리 쪽을 향해 방아쇠를 겨눈 것이다.

새벽 1시 30분경, 데릭의 아버지 제리 파프는 집의 총기 캐비닛이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집 주변을 살피던 중 차고 옆 눈더미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아들을 발견했다. 데릭은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고, 위중한 상태에서 치료를 받았다. 의식을 되찾았을 때, 그는 자신이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믿었다. 데릭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총을 들고 나갔던 일도, 스스로를 쐈던 일도, 그 후 몇 주간의 일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행히 살았지만 얼굴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데릭은 코, 입술, 치아, 이마 일부를 잃었고, 숨쉬기, 씹기, 웃기, 심지어 눈을 감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이후 몇 년 동안 그는 58회의 안면 재건 수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턱, 치아, 눈꺼풀, 그리고 이마뼈 일부가 없어 정상적으로 말하거나 음식을 씹는 것이 불가능했다. 데릭에게 남은 유일한 선택지는 안면 이식이었다.

2024년 메이요 클리닉에서 진행된 세계적 안면이식 수술...눈물 배출시스템까지 이식
2024년 2월, 데릭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안면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았다.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에 위치한 메이요 클리닉에서 진행된 그의 수술은 80명 이상의 의료진이 참여한 가운데 약 50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번 수술에서는 데릭 얼굴의 약 85%가 기증자의 조직으로 대체됐다. 이식 부위는 이마 일부, 코, 광대뼈, 상·하악(치아 포함), 눈꺼풀, 입, 얼굴 근육, 그리고 얼굴과 목의 피부를 포함했다. 의료진은 미세수술 기술을 이용해 기증자의 눈물 배출 시스템까지 이식해 데릭이 눈물이 정상적으로 배출되도록 했다.

성공적 수술을 위해 의료진은 3D 프린팅 기술과 가상 수술 계획을 활용했다. CT 스캔을 통해 기증자와 데릭의 얼굴 구조를 분석한 뒤, 디지털로 수술을 미리 진행하면서 모든 절단 위치와 각도를 정확히 계획했다. 기증자와 데릭의 얼굴 신경을 정밀하게 연결해 데릭이 웃음을 지을 때 그 신경이 자연스럽게 작동하도록 했다.

이 수술을 집도한 사미르 마디니 박사는 “안면 이식은 생명을 구하는 수술은 아니지만, 삶을 주는 수술이다.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개인의 정체성을 되찾아준다"고 말했다.

왼쪽=수술을 집도한 사미르 마디니 박사 / 수술 후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처음 본 데릭 [사진=메이요클리닉]
데릭은 이식 후 약 한 달 동안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병원에서는 그가 카메라나 휴대폰, 아이패드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화장실의 거울도 가려져 있었다. 그 기간 동안 그는 정신과 의사와 만나 앞으로의 큰 변화에 대비했다.

2024년 3월 5일, 정확히 10년 전 자신의 얼굴에 총을 겨눈 그 날과 같은 날, 데릭은 처음으로 자신의 얼굴을 봤다. 거울을 본 데릭은 “다시 사람처럼 보였다. 두 번째 기회를 받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제 데릭은 얼굴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됐다. 기쁨, 웃음, 슬픔, 실망을 드러낼 수 있으며, 말을 훨씬 더 명확하고 쉽게 할 수 있다. 데릭은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정신 건강과 자살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며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그는 “내일은 반드시 해가 뜬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긍정적인 태도로 버텨야 한다. 어둠 너머를 바라보라”고 말했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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