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임의로 '비아그라' 대신 '팔팔' 조제?...성분명처방 이슈화 조짐
국회 법안발의와 약사회장 선거에서 부각...의사단체는 강력 반대
의약품 품절 발생과 맞물려 의약품의 성분명처방과 대체조제의 동일성분조제 명칭 변경이 다시 이슈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국회에서 성분명처방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현재의 대체조제 명칭을 ‘동일성분조제’로 변경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여기에 대한약사회 회장 선거에서 각 후보들이 성분명처방을 공약으로 들고 나오고 있고, 의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비아그라’ 대신 ‘실데나필’로...성분명처방 대체 뭐길래
약에는 학술적으로 약의 성분을 알 수 있도록 한 성분명이 있고, 약을 제조하는 제약회사가 판매를 위해 만들어낸 상품명이 있다. 가령 현재 화이자의 발기부전치료제인 비아그라의 성분명은 '실데나필'이고 상품명은 '비아그라'다. 실데나필 성분을 지닌 복제약(제네릭)으로는 한미약품의 '팔팔'(상품명)이 대표적이다.
지금은 환자가 비뇨기과에 방문해 진료를 받으면 의사는 비아그라를 기재한 처방전을 발행한다. 환자가 처방전을 갖고 약국으로 가면 약사의 복약지도를 받은 후 처방전대로 비아그라를 받게 된다.
그러나 약국에 비아그라 재고가 없거나 구비하지 않았을 때에는 ‘대체조제’를 통해 환자가 약을 받을 수 있다. 약사가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을 통과한 제네릭 약제 중 하나로 대체조제하면서 관련 사실을 환자에 설명하고, 의사에는 사후 통보하는 방식이다. 약사법 27조에 따라 처방전에 명시된 약품과 성분이나 제형은 같으나 함량이 다른 의약품으로 같은 처방용량을 대체조제할 수도 있다. 100mg 1정을 처방받았지만, 50mg을 2정 주는 식이다
그러나 절차가 복잡하고, 대체조제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면 약사가 책임질 위험도 있다.
성분명처방이 실시되면 처방전부터 상품명이 아닌 성분명이 적혀 나오기에, 해당 성분이 포함된 약제 중에 약사가 고르거나, 환자에게 선택권을 줘서 선택하게 하면 된다.
의사단체, 성분명처방 반대 이유는?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약사 출신 국회의원들과 대한약사회는 성분명처방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성분명처방을 통해 처방된 성분에 맞춰 약을 조제하면 과거 타이레놀 품절이나 감기약 품절 등 의약품 품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성분명처방으로 가기 위한 과정으로 ▲사후통보 간소화, 동일성분조제 명칭 변경 등을 포함한 대체조제 활성화 ▲국제일반명칭(INN) 도입 등을 언급한다.
국제일반명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약물의 유효성분에 대해 부여하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명칭으로 업체명과 성분명으로 표기한다. 가령 타이레놀은 ‘얀센아세트아미노펜’으로 표기하는 방식이다.
반면 의사단체는 성분명처방 이슈가 나올 때마다 강력 반발한다. 대한의사협회는 성분명처방이 도입되면 환자를 직접 진료하고 의약품을 처방하는 임상적 경험이 전혀 없는 약사가 경제적 판단 아래 약을 판매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약국이 구비한 일부 복제약 중에서 환자에게 특정 의약품을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한 의약품의 효능과 상관없이 약국에 쌓여있는 재고의약품 처분에 악용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복제의약품과 오리지널의약품 간 약효 동등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환자가 어떤 의약품을 복용하고 부작용이 발생했는지 담당 의사도 모르게 될 수도 있다. 결국 예기치 않은 약화사고가 발생해 그 피해가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통과한 제네릭들과 오리지널약이 과연 같은 약인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생물학적 동등성은 오리지널약의 100% 효과를 기준으로 80~125% 범위에서 유사성을 인정하고 있는데, 의협은 실제 환자가 느끼는 약효가 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 21대 국회 당시 의사 출신인 신현영 민주당 의원도 “만약에 오리지널약 대비 80%와 120%에 있는 제네릭약이라면 생물학적 동등성에 40%가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2대 국회 법안발의로 이슈 재점화...대한약사회 선거도 겹쳐
이 같은 대체조제 활성화와 성분명처방 이슈는 22대 국회에서 다시 재점화됐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과 간호사 출신인 이수진 의원은 각각 약사의 대체조제 사후통보 대상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바꾸는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수진 의원 발의안은 대체조제를 ‘동일성분조제’로 명칭을 변경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사실상 성분명처방으로 가기 위한 밑거름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올해 국정감사에서 의약품 수급과 관련, 성분명처방이 해결되지 않은 과제라며 대체조제를 활성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12월 실시되는 대한약사회 선거도 불쏘시개가 되고 있다. 후보로 나선 최광훈, 권영희, 박영달 후보 모두 성분명처방 실시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성분명처방을 둘러싼 의사단체와 약사회의 싸움을 두고 일부에서는 처방권을 둘러싼 이권다툼으로 본다. 권영희 후보가 회장으로 있는 서울시약사회는 성분명처방 실시를 통해 의사들의 리베이트를 근절할 수 있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들은 “제약사들이 리베이트를 통해 의사들의 (상품) 처방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받은 만큼 처방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언급했다.
반대로 의사단체는 의사의 약품 선택권을 무시하는 것은 의약분업의 원칙을 파기하는 것이라고 일갈한다. 또한 성분명처방을 도입하면, 선택분업도 함께 도입해야 한다고 맞선다. 의협은 “환자 편의성, 의료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고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기 위해 의약분업 재평가를 통한 국민선택분업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환자가 약 조제 장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대체조제 활성화 반대 의견을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