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택한 공포체험, 염증 누그러뜨린다?

'유령의 집' 체험자 중 염증 있는 사람의 82%, 염증 완화 효과 보여...염증 수치 35% '뚝'

공포는 나의 힘? 스스로 좋아서 하는 공포체험이 염증 수치를 낮춰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영국 유령의집 '런던 던젼' 홍보물]
염증이 있는 사람이 ‘유령의 집’ 등에서 공포체험을 하면 염증 수치가 상당히 많이 낮아진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덴마크 오르후스대 연구팀은 덴마크 바일레에 있는 오싹한 공포의 명소 ‘유령의 집’ 방문객 113명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의 교신 저자인 마크 M. 앤더슨 박사(레크리에이션 공포연구소, 문화인지계산학과)는 “레크리에이션 공포체험은 면역반응을 감소시킬 수 있음을 이번 결과는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급성 스트레스가 염증세포를 동원하고 외상이나 감염 가능성에 대비해 면역체계를 준비시킬 수 있다는 종전 동물실험 결과와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각종 공포 영화와 ‘런던 던젼’ 같은 유령이 나오는 명소를 일부러 찾아, 오락 목적의 공포를 기꺼이 체험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자발적인 공포체험이 짜릿한 스릴을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면역반응을 조절해 건강 상 이점을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에 의하면 공포와 급성 스트레스 반응은 아드레날린계를 활성화해 중요한 ‘투쟁-도피 반응’을 촉발하는 기본적인 생존 메커니즘이다. 만성 스트레스는 건강에 해로운 '낮은 수준의 염증'과 관련이 있지만, 스스로 택한 공포체험으로 겪는 짧은 스트레스는 면역체계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연구팀은 참가자 113명(여성 69명, 평균 나이 29.7세)을 대상으로 평균 약 51분 동안 공포체험 이벤트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진행 중 이들의 심박수를 모니터링하고, 리커트 척도(1~9)를 이용해 참가자가 스스로 느끼는 공포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공포체험 이벤트 직전, 직후, 3일 후에 혈액 검체를 채취해 염증신호 표지자(마커) 두 가지를 측정했다. 표지자 2종에는 ‘고감도 C반응성 단백질(hs-CRP)’ 수치와 면역세포 수가 포함됐다.

연구팀은 ‘고감도 C반응성 단백질’ 수치가 3 mg/L 이상인 경우를 ‘낮은 수준의 염증’으로 정의했다. 참가자 가운데 22명이 이벤트 전 혈액검사에서 여기에 속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낮은 수준의 염증이 있는 이들 중 약 82%(18명)가 공포체험 3일 뒤 혈액검사 결과 ‘고감도 C반응성 단백질’ 수치가 평균 약 35%(5.7 mg/L에서 3.7 mg/L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면역과 관련 있는 총 백혈구 수와 림프구 수는 공포체험 후 전체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면역세포 수는 평균적으로 정상 범위에 속했다.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 연구 결과를 보면 ‘고감도 C반응성 단백질' 수치가 3㎎/L 이상인 사람은 1㎎/L 이하인 사람에 비해 암 발생 위험이 남성에서 38%, 여성에서 29%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은 남성에서 61%, 여성에서 24% 더 높았다.

이 연구 결과(Unraveling the effect of recreational fear on inflammation: A prospective cohort field study)는 ≪뇌, 행동 및 면역(Brain, Behavior, and Immunity)≫ 저널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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