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중입자치료기, 내년 두경부암까지 확대

전립선암 378명 포함 437명 치료...내년 상반기 회전형 치료기 추가 가동

세브란스병원 중입자치료센터의 고정형 중입자 치료실 전경. [사진=연세대의료원]
세브란스병원이 지난해부터 가동하고 있는 중입자 치료기의 영역을 넓혀 내년에는 두경부암에도 도전한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19일 중입자 치료기를 통한 암 치료 현황을 처음으로 공개하면서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이날 열린 연세의료원 기자간담회에서 금기창 의료원장은 "세브란스병원은 국내 최초로 중입자치료기를 도입해 성공적인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입자치료는 탄소입자를 이용한 방사선치료의 하나로, 양성자치료에 사용되는 수소입자보다 12배 무거운 탄소입자를 가속시켜 종양(암세포)만을 조준해 파괴하는 치료기법이다. 기존 방사선치료에 비해 2~3배 높은 치료효과(생물학적 효과, 세포 살상능력)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기에 난치암을 극복하기 위한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리고 있다.

의료원은 현재 고정형 치료기(고정빔) 1대와 회전형 치료기(회전형 갠트리) 2대를 보유하고 있다. 의료원에 따르면, 고정형 치료기로 올해까지 전립선암 378명이 치료를 받았으며, 회전형 치료기로 췌장암과 간암, 폐암 등 59명이 치료를 받았다.

환자 개별 치료 결과도 우수하다고 언급했다. 병원에 따르면, 전립선암 2기 진단을 받고 지난해 4월 중입자 치료를 받은 환자는 전립선특이항원(PSA) 수치가 7.9ng/mL에서 0.01ng/mL 미만으로 떨어졌고,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결과 암 조직은 발견되지 않았다.

회전형은 올해 5월부터 가동됐다. 회전형치료기는 치료기 안에 환자가 누우면 가장 적합한 각도로 치료기가 돌면서 설계된 치료계획에 따라 암세포를 타격한다. 360도 어느 각도에서도 조사가 가능해짐에 따라 해부학적 위치에 맞게 정상 장기에 대한 보호와 종양에 대한 치료 정확도를 최대화할 수 있다.

특히 간암은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해 발견이 늦어 애초 병기가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받는 데다 간경화 등으로 간 기능이 저하돼 방사선으로 인한 간독성 위험이 크다.

반면 중입자치료는 정상세포는 피하고 암세포에만 고선량 방사선을 집중 타깃 하는 특성으로 부작용은 줄이되 치료 효과는 높일 수 있다. 중입자선은 몸의 표면에서는 방사량이 적고, 몸속 암 조직에서는 방사량이 최대가 되는 ‘브래그 피크(Bragg Peak)’ 특성을 갖고 있다. 여기에 가속기를 이용해 에너지를 조절하고 암세포가 있는 부분에서 입자가 멈추도록 조정하면, 정상 세포에는 큰 영향이 없어 부작용이 현저히 적어진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금 의료원장은 "치료가 끝나거나 치료 중인 환자들에서 부작용 발생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병원은 치료 확대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금 의료원장은 "내년 상반기에 회전형 치료기가 추가 가동되면, 두경부암을 시작으로 더 많은 암종으로 치료 대상을 확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국내 다른 대학병원들도 중입자치료기 도입을 진행중이거나, 목표로 내걸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부산시에 기장 중입자치료센터를 세우고 2027년 하반기에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도 박승일 병원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실무지원팀을 구성하고, 중입자치료기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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