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어린이들, 말라리아 퇴치제 내성 생겼나?
우간다의 중증 말라리아 어린이 10분의 1에서 내성 징후 발견돼
동남아시아 어린이들에 이어 아프리카 어린이들 사이에서도 말라리아 퇴치제인 아르테미시닌에 대한 내성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미국 열대의학 및 위생학회(ASTMH) 연례회의와《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 동시 발표된 국제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영국 가디언과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보도한 내용이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6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기 매개 말라리아로 숨진다. 대부분의 사망은 5세 미만의 어린이들에게서 발생하는데 특히 45만 명의 어린이 사망자가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발생한다.
이들 어린이들에 대한 현재의 표준치료법은 1972년 개발된 아르테미시닌과 또다른 말라리아 치료제를 병용하는 아르테미시닌 병용요법(ACT)이다. ACT를 도입하면서 2004년에는 연간 95만 명에 달하던 말라리아 사망자 수가 2013년 58만 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어린이 사망률도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우간다에서 말라리아로 병원 치료를 받는 어린이 환자 10명 중 1명에서 아르테미시닌에 대한 내성 징후가 발견됐다고 연구진은 보고했다. 연구 대상 어린이 100명 중 11명은 치료에 부분적인 내성을 보였다. 모두 아르테미시닌 내성과 관련된 유전적 돌연변이를 가진 말라리아 기생충에 감염된 아이들이었다.
연구진의 일원인 미국 인디애나대 의대의 챈디 존 교수(소아과)는 “이번 연구는 말라리아 중증 질환의 징후가 뚜렷한 어린이가 아르테미시닌에 적어도 부분적으로 내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프리카 최초의 연구”라고 밝혔다. 감염이 완치된 것으로 여겨졌던 연구 대상 어린이 중 10명은 한 달 이내에 동일한 말라리아 균주에 의해 반복적으로 공격을 받았다. 이는 표준 치료법의 효과가 떨어졌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중증 말라리아에 걸린 아프리카 어린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모니터링 도중 일부 어린이에게서 치료에 대한 반응이 느린 것을 발견한 후 연구에 착수했다. 존 교수는 “약물 내성을 구체적으로 찾기 전에 내성의 증거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문제적 신호”라며 “특히 완치된 것으로 생각했던 환자들의 재발 사실에 더 놀랐다”고 밝혔다.
존 교수는 아르테미시닌에 대한 내성이 아프리카에서 얼마나 널리 퍼졌는지 판단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르완다와 우간다 같은 국가에서 단순 말라리아(장기에 영향을 주지 않는 가벼운 형태)에 걸린 어린이에게서 부분적 내성이 나타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함께 언급하면서 “우리의 연구대상이 된 어린이들이 ‘탄광 속의 카나리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르테미시닌에 대한 내성은 동남아에서 더 일찍 나타났다. 논문을 검토한 영국 웰컴 생어 연구소의 리처드 피어슨 박사는 2008년 캄보디아 어린이들 사례 보고로 시작돼 2013년 표준치료법이 더 이상 효과를 보이지 않게 된 동남아의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2005년 발견자인 중국과학자 투유유에게 노벨생리의학상을 안겨준 아르테미시닌은 열대열원충(P. falciparum)에 감염된 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가장 치명적인 말라리아를 치료하는데 쓰인다. 중증 말라리아가 있는 어린이의 경우 아르테미시닌 유도체 중 하나인 아르테수네이트를 정맥 주사한 후 두 번째 유도체와 또다른 항말라리아제(주로 루메판트린)를 결합한 경구용 약물을 투여한다.
아르테수네이트는 10여 년 전부터 중증 말라리아 치료제인 키니네를 대체했다. 존 교수는 “키니네로 돌아가는 것은 후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fullarticle/2826317)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