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형제 측 "송영숙 회장, 회사 승인없이 120억 기부" 고발
"가현문화재단에 기부해 주총 의결에 영향력 행사"...한미약품 "임종윤도 100억 이상 기부"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측이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송 회장이 가현문화재단에 기부한 것은 주주총회의 의결에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라고 문제 삼았다. 가현문화재단은 사진예술 발전과 대중화를 위해 2002년 송 회장이 세운 재단법인다.
1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성준 코리그룹 대표는 지난 13일 송 회장과 박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강남경찰서에 고발했다. 코리그룹은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한 대표는 임종윤·종훈 형제 측 인사에 해당한다.
한 대표는 고발장에서 한미약품이 이사회 결의 없이 가현문화재단에 3년간 120억원 가량의 기부금을 제공해 한미약품과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박 대표가 송 회장과 공모해 가현문화재단에 재산상 이익을 취하게 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런 기부행위는 주주총회의 의결에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가현문화재단이 송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편에 선 것에는 기부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4.9%를 보유한 가현문화재단은 3월 주총에서 모녀 측에 표를 던졌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은 임종윤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기간에도 이사회 의결없이 기부가 진행됐으며, 가현문화재단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된 업무 처리는 독립적인 이사회를 통해 진행된다고 반박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고발의 실제 주체인 임종윤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10여년 간 이사회 의결 없이 100억원 이상 가현문화재단 기부가 진행됐다”며 이사회 의결 없는 기부가 주주총회를 위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어 “가현문화재단은 최근 정부의 허가에 따라 삼청동에 '뮤지엄한미'를 개관했으며, 개관에 필요한 건축비 등을 한미약품그룹 기부를 통해 마련했다”며 “이러한 공헌과 헌신을 장남인 임종윤 사장이 몰랐을 리 없는데, 분쟁이 진행되는 와중에 어머니인 송영숙 회장을 고발했다 하니,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아들의 눈 먼 욕심 앞에서 비정함도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한미약품은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송영숙 회장은 이러한 아들의 비정함을 이겨내고 남편 임성기 회장이 일궈온 한미약품그룹을 지켜내는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가현문화재단은 독립적 이사회를 통해 운영되는 공익재단으로서 이를 위협하는 어떠한 불법적 행위도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형제는 명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