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다 자신도 모르게 성행위"...자길 가둬야 한다는 50대女 '이 장애', 뭐길래?
깨어나면 기억 못하는 기면성 수면장애...수면 중 성행위 '섹스섬니아' 겪는 여성, 원래는 남성이 여성보다 3배 높아
잠결에 말을 하는 잠꼬대나 걸어다니는 몽유병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당사자는 무엇을 말했는지 걸어다녔는지 조차 기억을 못한다. 나아가 잠든 중에 성행위를 하는 것도 가능할까?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수면 장애다. 영국 일간 더선이 잠자는 중에 성행동을 하는 여성의 사연을 전했다.
영국 데번에 살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 로렌 스펜서(50)는 남들처럼 일상적인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듯 보이지만, 남편만 알고 있는 비밀이 하나 있다. 그는 수면 중 무의식적으로 성행동을 하게 되는 드문 수면 장애인 '섹스섬니아(sexsomnia)'를 진단 받았다. 자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성행동을 시도하는 일종의 수면 행동 장애로, 당사자는 이 행동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로렌의 남편 찰리는 가끔 아내가 잠든 상태에서 다가와 은밀한 터치를 하거나 자신을 껴안으려 한다고 밝혔다. 찰리는 그런 로렌의 스킨쉽을 불평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 부부는 로렌의 행동에 대해 깊이 논의한 끝에 만약 그런 수면 행동을 할 시 잠자리에 동의해 놨다. 로렌은 “이 상황이 발생할 때 괜찮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 부부에겐 완전히 합의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부간의 은밀한 관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평소 집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로렌이 외박이라도 할 때는 남모를 고충이 따른다. 외부에 머물 때는 문 손잡이에 케이블 타이를 묶어서 자신을 가둬야 한다. 수면 중 다른 방으로 무의식적으로 들어갈 위험을 방지하는 것이다. 더욱 깊은 수면에 들기 위해 수면 보조제를 복용하는 등 주의하고 있다.
그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 에피소드가 더 자주 발생하는 것 같지만, 정확한 유발 요인은 알 수 없다. 그저 예방을 위해, 나를 가두거나 분리 시키는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이런 수면 장애에 대해 사람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로렌은 자신의 상황을 쉽게 밝히지 않아 왔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미쳤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대부분 사람들은 이런 장애가 있다는 것조차 모른다”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이제 로렌은 자신의 이야기를 소셜 미디어에서 공개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장애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 있다. 그는 “내가 잠든 동안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본다면 정말 흥미로울 것 같다”며 장애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전했다.
잠든 상태에서 다양한 감각과 행동 경험하는 기면성 수면장애...깨어나면 기억 못해
‘섹스섬니아(sexsomnia)’는 수면 중 발생하는 일종의 기면성 수면 장애로, 잠든 상태에서 다양한 감각과 행동을 경험하게 된다. 섹스섬니아가 발생하면 자위 행위나 타인과의 성행위에 무의식적으로 관여하게 될 수 있다. 자주 겪는 수면 행동 장애인 몽유병, 수면 중 말하기와 비슷한 유형의 증상으로, 자는 동안 무의식적으로 성행동을 시도하며, 깨어나면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이런 행동은 본인은 물론 함께 있는 사람에게도 혼란과 불편을 줄 수 있어, 이를 조절하는 데에는 높은 주의가 필요하다.
미국 클리브랜드 클리닉 수면 전문의이자 신경과 의사인 마리 호르바트 박사는 "드물게 깊은 수면 중 일부 사람들이 성적 행동을 보이며, 본인의 평소 성적 행동과 다를 수도, 평소와 비슷할 수도 있다"며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행동이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는 이를 통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섹스섬니아는 깊은 수면과 깨어남 사이에 발생한다. 이로 인한 행위 중에는 애정 표현, 자위, 성관계, 골반 움직임, 자발적인 오르가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수면 중이지만 타인에게는 깨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며, 주변 사람들은 당사자가 눈을 뜨고 있지만 허공을 응시하는 듯한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이 같은 이상 행동은 주로 파트너나 룸메이트, 가족이 관찰해 알려주면서 비로소 당사자가 인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주변 사람이 이런 행동을 목격했다면, 관찰 내용을 기록해두도록 요청하는 것이 좋다. 부끄러울 수 있지만, 이러한 기록이 의사에게 증상을 설명하고 진단을 받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몽유병과 같은 수면장애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아...남성이 여성보다 3배 높다
섹스섬니아는 몽유병과 같은 다른 수면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서 더 자주 나타난다. 미국 수면 의학 학회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남성은 여성보다 섹스섬니아 증상을 나타낼 확률이 3배 더 높다. 남성의 경우 증상이 더 뚜렷하고 때로는 공격적일 수 있으며, 여성은 자위 행위를 보일 가능성이 더 크다.
그 외에도 심한 속쓰림, 하지불안 증후군, 수면 무호흡증 등 깊은 수면을 방해하는 질환이 있을 경우 섹스섬니아가 나타날 수 있다. 간질, 두부 손상, 편두통, 크론병, 대장염 등도 섹스섬니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호르바트 박사는 “섹스섬니아의 유발 요인은 대체로 잠에서 깨어나게 만드는 자극들이다”며 “몽유병 환자가 큰 소리나 터치, 불빛으로 인해 에피소드가 유발되는 것처럼 섹스섬니아도 이런 자극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코올이나 약물 사용도 촉진할 수 있으며, △수면 부족 △스트레스나 불안 △피로 △불규칙한 수면 패턴 등도 요인이 된다.
호르바트 박사는 섹스섬니아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수면을 방해하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섹스섬니아 치료를 위해서는 모든 외부 자극을 피해한다. 불편하게 하거나 반쯤 잠에서 깨게 만드는 요인들이 에피소드를 유발할 수 있으니 이를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