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에서 치료·모니터링까지...'의료계 세콤'으로 도약할 것"

[헬스케어 기업탐방 11] 씨어스테크놀로지

이영신 씨어스테크놀로지 대표는 "예방, 치료, 모니터링을 아우르는 '의료계의 세콤'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내보였다. 사진=장자원 기자.

“생존을 위해 게임기 부품부터 스마트폰 블루투스 모듈까지 안 만들어본 것이 없죠. 이제 성공적으로 헬스케어 시장에 안착한 만큼, 씨어스테크놀로지는 환자들의 치료 전 과정을 아우르는 기업이 되고자 합니다.”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를 한 문장으로 설명해달라는 요청에 잠시 고민하던 이영신 씨어스테크놀로지(이하 씨어스) 대표는 "'의료계의 세콤'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경비와 관련된 모든 제반 업무를 처리하는 세콤처럼, 예방-검사-치료-모니터링까지 모두 씨어스가 맡겠다는 포부다.

설립 10년간 투자 유치 전무...전자기기 부품 만들며 버텨

씨어스는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연구원이던 이영신 대표가 2009년 설립한 회사다. 웨어러블 기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바탕으로 심질환 진단 시장을 이끌고 있다. 심전도 웨어러블 패치 ‘모비케어’는 국내 웨어러블 심전도 분석 서비스 시장 점유율 1위로, 상급종합병원 42개를 포함해 전국 840여개 의료기관에 진출했다.

[자료=씨어스테크놀로지]
이같은 강점을 바탕으로 지난 6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등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이 됐지만, 의외로 씨어스는 설립 10년차인 2019년 첫 시드투자를 유치할 때까지 투자를 전혀 받지 못한 기업이다.

“설립 후 첫 10년을 돌이켜 보면 정말 치열한 시간이었습니다. 생존을 위해 당장 매출에 기여할 수 있고 우리가 개발할 수 있다고 판단한 영역은 다 시도해 봤죠.”

실제로 씨어스는 해외 기업으로부터 태블릿PC나 무선 프로젝터, 게임기 등의 용역 개발을 수주하며 수익성을 확보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블루투스 모듈, 스마트폰의 DMB와 무선통신 부품 등을 공급하기도 했다.

그러던 2018년, 이 대표는 전자기기 ODM(주문자 개발 생산) 사업을 중지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재정비하기로 결심했다.

“다른 제품을 제작하면서도 우리의 ‘본사업’은 헬스케어라는 명확한 전제가 있었어요. 더 시간을 늦추지 말고 헬스케어에 집중하자고 결정했죠. 현재 씨어스의 주력 제품인 모비케어의 개발은 이미 2010년 말부터 진행되고 있었기에 빠른 사업부문 정리가 가능했습니다.”

씨어스는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모비케어 허가를 획득한데 이어 2018년 삼성SDS에 웨어러블 심전도 패치 공급, 2019년 약 40억원의 시드 투자 유치, 2020년 약 72억원의 시리즈 A 투자 유치 등 헬스케어 기업으로 변화를 시작했다. 어느덧 직원도 102명이나 함께 하고 있다.

점유율 확대 가능했던 씨어스의 무기는?

“심장 질환은 아직도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입니다. 사전 예방과 진단이 아주 중요하지만, 수요가 많은 것에 비해 기존 장비가 너무 비싸다는 문제가 있어요. 진입장벽을 낮추고 시장을 선점하려면 장비를 무료로 공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씨어스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구독 모델이다. 의료기관에 기기와 소프트웨어 설치를 무료로 진행하고 실제 환자가 사용할 때마다 이용료를 청구하는 방식이다.

씨어스에 따르면 이러한 방식은 기존의 홀터 심전도 검사에 비해 병원의 수익성을 약 33% 높인다. 초기 비용을 과감하게 낮추고 병원의 수익성을 확보하는 일종의 ‘상생 모델’인 셈이다.

모비케어는 몸에 붙이는 패치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라는 점에서 정확도 면에서도 이점을 가진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심전도 검사용 웨어러블 패치 '모비케어'를 마네킹 모델에 부착한 모습. 사진=장자원 기자.

이 대표는 “기존 심전도 검사는 병원 방문 시에만 측정할 수 있지만, 모비케어는 환자가 계속 몸에 부착하고 있기 때문에 환자의 일상에서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며 “모비케어에 딸린 당사의 자체 AI 모델을 통해 분석한 리포트도 함께 제공하기 때문에 검사 결과가 편리하다는 점도 빠른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말했다.

씨어스는 현재 모비케어 사용 층을 건강검진센터로 확대하고 있다. 약 130만 명의 수검자를 보유한 KMI한국의학연구소에서 지난 5월부터 수검자의 부정맥 조기 스크리닝을 위해 모비케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종합병원 검진센터와 전문검진센터 등 60개 이상의 센터에서도 모비케어를 도입했다.

또한 항응고제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대웅제약과의 파트너십도 활발하다. 대웅제약은 지난 2021년 말 씨어스에 약 5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진행했다. 양사는 대웅제약의 항응고제 ‘릭시아나’와 모비케어를 동시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모비케어의 안정적인 국내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씨어스의 구상이다.

“대웅제약이 심질환 관련 치료제를 보유했기 때문에 씨어스와 협업했을 때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입장에서 새로운 솔루션을 개발했을 때 가장 좋은 전략은 기존 치료제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죠.”

목표는 원격 의료의 실현…키워드는 ‘협진’

씨어스는 심전도 검사 솔루션을 넘어 입원 환자 모니터링 솔루션도 함께 제공한다. 이미 AI 기반 입원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 ‘씽크(thynC)’가 5개 의료기관에 도입됐고, 24곳에서 추가로 시범 운영 중이다. 씽크는 의료진이 환자의 심전도, 체온, 산소포화도 등 생체 징후를 상시 모니터링 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씨어스의 입원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 '씽크(thynC)' 구동화면 예시. 사진=장자원 기자.

이 대표는 “퇴원 환자까지 씨어스의 솔루션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모비케어를 통해 병원 내원 환자를, 씽크를 통해 입원 환자를 커버할 수 있다고 보고, 원격 의료를 실현하기 위한 그 다음 지점을 바라보는 것이다.

“국내에서 원격 의료가 자리잡으려면 그 시작은 ‘원격 협진’이어야 한다고 봐요. 모비케어를 통해 응급 현장이나 요양 시설에서 언제든지 심전도를 검사하고, 그 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는 의료진에게 협진이나 자문을 요청하는 거죠. 효과적으로 필수 의료 공백을 해결하면서 진단 서비스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보고, 씨어스도 원격 의료를 협진에서 시작하려고 합니다.”

    장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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