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cm에 85kg은 비만 맞다" 비만학회, 기존 진단 기준 고수

"비만에 따른 합병증 예방 위해서도 BMI25가 타당"

허리 둘레를 재고 있는 여성
비만학회는 기존 BMI 25 비만 진단 기준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만 진단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견에 대해 대한비만학회가 기존 기준을 고수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비만학회는 14일 "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이 비만 진단 기준을 체질량지수(BMI) 25kg/m² 이상에서 최소 BMI 27kg/m² 이상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발표한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이 제안은 전문가 단체인 대한비만학회 및 유관단체와 논의된 바 없이 보도자료를 배포해 비만 진단 기준에 혼동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국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이 비만 진단 기준 상향을 주장한 근거는 BMI와 총사망 간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였다. 이에 따르면 BMI 25kg/m²에서 사망위험이 가장 낮았고, 그 이상의 BMI에서 지속적으로 사망위험이 증가했다. 이어 비만 진단 기준을 BMI 27kg/m²로 상향할 것을 제안했다. 공단이 제안한 기준을 따르면 키 183cm ,몸무게 85kg 남성도 BMI 25.4로 비만이 아니게 된다.

이에 대해 비만학회는 "이런 연구결과는 처음 밝혀진 것은 아니고 이전의 2006년 국내 공단 자료를 이용한 추적 연구에서 제시된 바 있다"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인 대상 연구에서 BMI 25kg/m² 이상에서부터 사망위험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보고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학회는 비만 진단을 위한 BMI 기준점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연구결과들을 함께 고려해 왔으며, 비만 관련 만성질환 위험이 증가되는 BMI 25kg/㎡ 이상이 비만 진단 기준으로 타당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학회는 "비만 진단 기준을 설정함에 있어 사망률이 아닌 비만 동반 질환을 고려한 것은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을 예방하려는 목적"이라며 "체질량지수가 증가함에 따라 비만 동반 질환의 발생률은 비교적 일정하게 증가하는 반면, 사망률은 연령과 건강상태, 흡연, 사망 원인 등 집단 특성과 추적 기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대한비만학회에서 발간한 2024 비만병 팩트시트에 따르면, 2012년 공단 일반검진 수진자를 10년간 추적한 결과 BMI와 모든 사망, 암 사망, 순환계통 사망위험이 U자형 관련성을 보였으며 정상체중에 비해 비만 전 단계(과체중) 및 1단계 비만(BMI 25-29.9kg/m²)에서는 사망위험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2형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심뇌혈관질환 등 만성질환 발생 위험은 BMI가 증가할수록 높아졌고, 정상체중에 비해 비만 전 단계부터 발생 위험이 증가했다.

갑상선암, 대장암, 유방암, 간암, 췌장암, 담낭 및 기타 담도암, 신장암의 발생 또한 비만도에 따라 증가했다. 이 중에서 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은 정상체중에 비해 비만 전 단계에서 1.55배, 1단계 비만에서는 2.4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구권과 중국의 비만 진단 기준이 BMI 30kg/m², 28kg/m² 이상인 것도 2형당뇨병 발생 위험이 증가하기 시작하는 기준으로 정립됐다.

학회는 세계적 진단 추세에도 어긋난다는 주장도 펼쳤다. 비만학회는 "최근 유럽비만학회는 BMI 25kg/㎡ 이상에서도 허리둘레-신장 비율이 0.5를 초과하거나 동반 질환이 있을 경우 비만으로 진단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변경했다"며 "이는 해당 BMI 기준을 27kg/㎡로 제시한 것보다 더 낮춤으로써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적시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이러한 추세를 고려할 때 비만 진단 기준을 상향하는 것은 비만 관련 동반질환 및 합병증 예방을 통한 국민 건강 증진 목표에 역행하는 제안이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학회는 "BMI는 비만을 진단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편리한 도구이지만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BMI 기준을 사망률과의 연관성만을 근거로 설정하는 경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비만 관련 질환 위험을 과소평가할 우려가 있다"며 "대한비만학회는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 동반 위험을 선별하기 위해 비만 진단 기준을 반드시 현재의 BMI 25kg/㎡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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