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냄새만 맡아도 혈압 떨어져"...어떻게 작용하는 걸까?
집에 화분만 있어도 효과...자연 살인 세포 늘어
숲에서 걸으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바뀐다. 나무를 만지면 침착해진다. 아프리카 사바나 초원의 사진만 봐도 마음이 진정된다. 자연은 우리 몸을 건강하게 만든다. 심산유곡에서 '자연인'으로 살지 않더라도 자연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방법은 많다.
영국 옥스포드대 생물학과 캐시 윌리스 교수는 신간 ‘좋은 자연 : 보고 만지고 듣고 냄새만 맡아도 건강에 좋은 이유’(Good Nature: Why Seeing, Smelling, Hearing, and Touching Plants is Good for Our Health)에서 자연이 질병 치료법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대중 과학 매체인 ‘라이브 사이언스’는 윌리스 교수에게 그 근거를 물었다. 그는 자연이 주는 건강 혜택 뿐만 아니라 질병 치료 시 자연 환경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설명했다.
-자연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 이유는?
창밖으로 나무를 볼 수 있는 담낭 수술 환자들은 통증 치료제를 적게 쓰고 벽돌 벽을 본 환자들보다 훨씬 더 빨리 회복된다는 논문이 있다. 시력과 질병 회복 속도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자연을 보면 회복이 빨라지고 통증이 줄어드는 신체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싶었다.
-주변 식물과 자연이 심리적 및 생리적 영향도 미친다는 건가요.
감각이 특정 유형의 자연과 상호 작용할 때 우리 몸에 중요한 변화가 발생한다. 이는 자동적인 반응이다. 예를 들어 호르몬 수치가 변하고 아드레날린 호르몬이 떨어지거나 심박수 가 변한다.
-녹색을 볼 때 몸에 일어나는 메커니즘은 무엇일까요.
녹색은 세 가지 경로로 영향을 줍니다. 첫째,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심박수와 혈압이 낮아진다. 둘째, 호르몬으로 인해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는 아밀라아제 수치가 바뀝니다. 셋째, 정신적으로 훨씬 침착해지고 불안감을 덜 느끼게 된다.
-자연에 둘러싸여 있기만 해도 영향을 받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식물 냄새의 분자는 폐막을 가로질러 혈액으로 전달되는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이다. 소나무 숲을 걷는다면 혈액에 피넨(침엽수의 정유에 다량으로 분포되어 있는 탄화수소로 상쾌한 향기를 지니고 있다) 함량이 높아진다. 이는 불안 증세에 대한 처방약을 복용하는 것과 동일한 생화학적 경로와 상호 작용한다.
큐프레시과(주로 침엽수로 잎이 바늘 모양이거나 비늘 모양을 띠고 있다)와 삼나무과 속에서 숨을 들이마실 때 사람들은 VOC를 흡입하면 아드레날린 호르몬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혈액의 자연 살인 세포가 상승한다. 이 세포는 암이나 바이러스를 공격한다. 암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큐프레시과 숲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자가면역형 질환의 발생이 훨씬 적었다. 쿠프레시과 숲을 5시간 걸은 뒤 자연 살해 세포가 증가했고, 7일이 지나도 마찬가지였다.
-인공 식물을 사용해도 효과가 있을까요?
일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진짜 팬지가 심어진 화분을 10분 동안 본 뒤 혈압이 내려갔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인공 식물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시각이 아니라 후각(냄새)도 있어야 한다.
-자연의 영향을 받는 신체 시스템이 있습니까?
핀란드 보육원 어린이들이 한 곳은 콘크리트, 다른 한 곳은 매트, 세 번째 한 곳은 북방림에서 가져온 흙에서 놀았다. 연구진은 장내 미생물 군집을 측정한 다음 혈액의 염증 지표를 측정했다. 흙에서 놀던 아이들에게 28일 뒤 완전히 새로운 미생물 군집이 발견됐다. 이 아이들은 염증 지표가 유의미하게 줄었다.
-우리가 자연을 집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책상 위에 장미 꽃병이 있다고 치자. 흰색과 노란색 장미꽃을 보면 혈압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책상 위에 장미 꽃병을 놓아두는 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