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술 마셔도 거뜬했는데"...나이 들수록 숙취 심하네, 정말일까?

나이가 들면서 알코올과 그 독성 부산물을 대사하는 간의 효소 효율 저하...그렇다고 꼭 숙취가 심해진다는 뜻은 아니야

나이가 들수록 숙취가 심해진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젊을 때는 기분 좋게 한잔 마시더라도 잠에서 깨면 말짱했지만 나이가 들면 아침에 두통, 무기력으로 고생하기도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나이가 들수록 숙취가 심해진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젊을 때는 기분 좋게 한잔 마시더라도 잠에서 깨면 말짱했지만 나이가 들면 아침에 두통, 무기력으로 고생하기도 한다.

정말 나이와 숙취가 밀접한 관계가 있을까. 개인적 경험을 통해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 그렇다는 확실한 과학적 증거는 없다. 미국 과학 매체 ‘라이브 사이언스’가 숙취의 메카니즘에 대해 살펴봤다.

국립 알코올 남용 및 중독 연구소의 리더인 아론 화이트는 ”숙취가 나이가 들면서 심해지는지 아니면 일부에게만 나타나는 증상인지는 명확하지 않다"면서 몇 가지 이론을 설명했다.

나이 든 사람이 숙취가 더 심하다는 설에는 그럴듯한 이유가 있기는 하다. 숙취는 신체의 무수히 많은 변화로 인해 발생한다. 알코올은 DNA를 손상시키고 중요한 세포 과정을 방해하는 독성이 있다. 알코올이 분해되면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 물질로 변환되고 이어 아세테이트라는 독성이 덜한 화합물로 바뀌고 마지막으로 물과 이산화탄소로 바뀐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알코올과 그 독성 부산물을 대사하는 간의 효소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독성 화학 물질이 예전보다 더 오래 체내에 남아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세트알데히드가 간에 남아있으면 광범위한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염증을 유발하는 화학적 전달자인 사이토카인(면역 세포가 분비하는 폭 넓고 느슨한 단백질로 신호전달의 역할을 함)은 불쾌감, 불안, 과민성, 피로 등 일반적인 숙취 증상과 관련이 있다.

젊은이에 비해 노년층은 만성 통증과 당뇨병, 관절염 등 염증을 유발하는 질환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노년층이 과음하면 이미 높은 수치의 염증이 이중으로 발생할 수 있다. 화이트는 신체적 불편감이 악화되어서 숙취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알코올은 이뇨제로서 몸에서 수분을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탈수는 일반적인 숙취 증상인 두통과 피로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60세가 지나면 조직 손실로 인해 체내 수분의 양이 전반적으로 줄어든다. 이러한 탈수는 숙취로 인한 피로를 유발하고 혈중 알코올 농도가 더 높아지는 요인이기도 하다.

술과 나이는 수면 방해 요인이 되기도 한다. 술은 각성제여서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평소보다 일찍 잠에서 깨게 만드는 요인이다. 나이가 들면서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나이 든 사람이 술을 마시면 예전보다 수면의 질이 낮아질 개연성이 높다.

나이가 숙취 심화의 잠재적 요인일 수는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18 - 94세 5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노년층은 젊은 사람들에 비해 폭음 후 숙취 발생률이 낮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각 연령대의 일반적인 음주량이나 폭음 빈도를 고려하더라도 이러한 패턴을 설명할 수 없었다.

나이가 먹을수록 숙취  심각도가 줄어든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연구진은 젊은 참가자들이 더 많이 마신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노년층이 젊은이보다 숙취가 덜 심각하고 덜 빈번하다는 걸 발견했다. 연구진은 노년층이 삶의 고통에 덜 민감해지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노화가 숙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논쟁이 있지만 화이트는 “숙취를 피하는 유일한 보장된 방법은 애초에 과음을 피하는 것”이라며 “시간은 숙취 증상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보편적인 치료법이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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