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면역질환 신약인데, 류마티스관절염 임상한다고?
한올바이오파마 계획에 일각서 “발병 원인 다양해 효력 입증 어렵다” '
한올바이오파마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HL161’이 난치성 류마티스관절염(RA) 대상 임상 시험 진입을 앞둔 가운데 증권업계 일각에서 임상 성공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HL161(성분명 바토클리맙)은 지난 2017년 한올바이오파마가 미국 파트너사 이뮤노반트에 기술 이전한 'FcRn' 억제제다. FcRn은 면역글로불린G(IgG)의 분해를 막고 재활용하는 수용체다. 면역글로불린G는 100개가 넘는 자가면역질환의 매개체로 알려졌기 때문에, 이를 표적으로 삼는 FcRn 억제제 계열 후보물질은 향후 다양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기대를 받는다.
이뮤노반트는 바토클리맙을 중증근무력증과 다발성 신경병증 치료제로 개발 중이며, 각각 임상 3상과 임상2b상 초기 데이터를 내년 1분기 발표할 예정이다. 이어 내년 하반기에는 갑상선안병증 임상 3상의 탑라인(주요 결과) 데이터 발표도 예정돼 있다.
또한 지난 7일(현지 시간) 이뮤노반트는 해당 후보물질의 적응증을 그레이브스병, 류마티스 관절염 등 최대 5개까지 추가 확장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레이브스병 대상 임상은 연내 환자 등록을 시작할 예정이며, 류마티스관절염 임상 역시 내년 1분기에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난치성 류마티스관절염은 손, 손목, 발, 발목 등 다양한 관절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기존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아 새로운 치료제를 필요로 하는 환자가 많아지면서 신약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 한올바이오파마 측 설명이다.
실제로 바토클리맙과 같은 계열 약물인 존슨앤드존슨의 ‘니포칼리맙’ 임상에서 FcRn 수용체를 제거하면 관절의 염증반응을 낮출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승원 한올바이오파마 대표는 “환자들의 필요가 큰 류마티스 영역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게 돼 기쁘다”며 “이뮤노반트와의 지속적 협력을 통해 효과적인 치료제를 빠른 시일 내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에 진입하는 임상 시험의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장민환 iM증권 애널리스트는 “난치성 류마티스관절염은 치료 수요가 큰 시장이지만, 임상 성공은 확실하지 않다”고 전망했다.
류마티스관절염의 발병 이유가 너무 다양하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자가면역 이상 때문에 류마티스관절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병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 이유나 세균·바이러스 감염 등으로 발병하는 환자가 있으며, 심지어 흡연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따라 임상에서 유효성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FcRn 저해제가 류마티스관절염 치료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존슨앤드존슨 측 선행 임상 연구의 설계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해당 임상은 한올바이오파마와 이뮤노반트가 적응증 확장을 결정하는 주요 근거로 활용되었는데, 단일 용량으로만 진행돼 약물의 효능과 환자들 간 상관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물론 바토클리맙은 최소 10가지의 적응증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높은 연구개발 가치를 가지고 있다. 장 애널리스트는 “개발 전략이 구체화되고 다수의 임상 결과 공개가 이어질 예정이기에, 한올바이오파마에 대한 긍정적인 투자 의견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