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이 정도'는 안 뚱뚱해"...BMI 25→27로 높여야 하는 이유?

건보공단 847만명 관찰 토대로 제시... "중국 비만 기준은 BMI 28 이상"

비만 기준을 체질량지수(BMI) 27까지 상향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한국인 비만 기준을 체질량지수(BMI) 25에서 27로 상향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간 비만 기준 상향 의견에 대해 대한비만학회 등은 BMI 25를 비만 기준으로 잡아야 한다고 고수해왔다. 이에 따라 이번 연구가 오랫동안 지속된 국내 비만 기준에 대한 논쟁에 영향을 끼칠지 눈길을 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은 지난 8일 열린 ‘2024년 한국보건교육건강증진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우리나라 비만 기준(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의 기준을 따름)인 BMI 25 이상을 국내 상황에 맞게 최소 BMI 27 이상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BMI 기준이 바뀌면 키 대비 몸무게의 비만 기준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165cm 여성이 몸무게가 69kg이면 BMI 25.34로 현재 기준에선 비만으로 분류되지만, BMI 27에선 비만이 아니다.

이번 연구는 2002~2003년 일반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최대 847만명을 21년간 추적 관찰해, 체질량지수(BMI) 수준 별로 사망과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 정도를 분석한 결과다.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우리나라 국민에 적합한 기준을 제시한 것에 의의가 있다.

BMI와 총사망(all-cause mortality) 간의 연관성 분석 결과에서는 관찰 기간 내 사망자 제외 기준(1년, 3년, 5년)과 무관하게 공통적으로 현재의 비만 기준인 BMI 25 구간에서 사망 위험이 가장 낮은 U자 형태를 나타냈다.

관찰 시작 시점 이후 5년 내 사망자를 제외한 분석 결과, BMI 25 구간에서 사망 위험이 가장 낮고, BMI 18.5 미만과 BMI 35 이상에서 사망 위험이 가장 높았다.

특히 BMI 25 이상에서 사망 위험 증가 폭을 살펴보면, BMI 29 구간에서 이전 구간 대비 사망 위험 증가 폭이 2배 커짐을 확인했다.

질환 발생 위험 분석해보니...BMI 25 기준 근거 불명확

BMI와 심뇌혈관질환(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발생 간의 연관성 분석 결과에서는 BMI가 높아질수록 질병 발생 위험이 전반적으로 증가해 BMI 25 구간을 비만 기준으로 특정할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은 BMI 18.5 미만에서 가장 낮고, 이후 전반적으로 증가해 고혈압, 당뇨병은 BMI 34 구간(각각 2.06배, 2.88배), 이상지질혈증은 BMI 33 구간(1.24배), 심혈관 및 뇌혈관질환은 BMI 34 구간(각각 1.47배, 1.06배)에서 각 질병의 발생 위험이 가장 높았다.

BMI 25 이상에서 질병 발생 위험 증가 폭을 살펴보면,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은 BMI 27 구간, 심혈관질환은 BMI 29 구간, 뇌혈관질환은 BMI 31 구간에서 이전 구간 대비 질병 발생 위험 증가 폭이 커짐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결과와 관련해 동국대일산병원 오상우 교수는 “20년 전 분석에서는 BMI 23에서 가장 낮은 사망위험을 보였다. 그간 우리의 체형과 생활습관, 그리고 질병 양상이 서구와 닮아가는 변화를 보였기 때문에 이제는 BMI 25에서 가장 낮은 사망 위험을 보이는 결과가 나왔고, 비만과 질병의 연관성은 과거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비만 진단 기준은 질병과의 연관성을 우선시하고, 사망 자료를 보조적으로 고려해 설정해야 한다"며 "이번 연구결과를 종합해 볼 때 지금의 BMI 진단 기준을 27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연구원 이선미 건강관리연구센터장은 “이번 연구는 비만 기준과 관련한 건강보험 빅데이터 기반의 최대 규모 추적관찰 연구"라며 "우리나라 성인의 심뇌혈관질환 발생 및 사망 위험을 동시에 고려할 때 현행 비만 기준을 최소 BMI 27 이상으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으며, 중국은 이미 BMI 28 이상을 비만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공단은 만성질환 발생 및 사망 위험성이 높은 비만 인구를 중심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건강관리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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