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1... 오늘은 내게 정말 무슨 날?

[이성주의 건강편지]

2024년 11월 11일ㆍ1645번째 편지


오늘 11월 11일은 가히 ‘기념일의 축제’라고 할 만합니다. 유럽과 옛 영연방 국가들은 제1차 세계 대전 종전 기념일이고, 우리나라에선 “추모의 날에 6.25 참전 용사도 기리자”는 캐나다 참전용사의 건의를 받아들여 ‘유엔군 참전용사 추모 기념일’로 정했습니다. 농업인의 날이기도 합니다. 한자 11(十一)을 떼어 내 다시 붙이면 ‘흙 토(土)’가 돼 이날이 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농민을 기리는 날이 된 것이지요.

대한민국 해군창립일이기도 한데, 1945년 초대 해군참모총장 손원일 제독이 해방병단을 창단한 날이 기원입니다. 손 제독은 ‘선비 사(士)’를 쪼개 ‘十’과 ‘一’이 겹친 11월 11일로 정하며 선비정신을 이으려고 했으며, 해군에선 이날을 ‘쌍사절(雙士節)’이라고도 부른다네요. 얼마 전까진 보건의료계에서 ‘一’이 4개 누워있는 ‘눈 목(目)’을 근거로 ‘눈의 날’ 행사를 열기도 했지요.

숫자 ‘1’ 4개가 곧추선 모양은 그대로 수많은 날을 만들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오늘이 무슨 날이냐고 물으면 열이면 아홉은 ‘빼빼로 데이’라고 답할 겁니다. 과자 행사의 마케팅일지라도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있지요. ‘농업인의 날’이 빼빼로 데이에 눌리자, 농업인들이 ‘가래떡 데이’를 만들어 맛있는 우리 쌀의 장점을 알리고 있지요.

코레일은 ‘1111’이 철도 레일이 뻗은 모습이라고 ‘레일 데이’로 정했고, 대구시는 “1+1로 1+1을 낳자”는 뜻으로 출산 장려의 날로 정했습니다. 충북 청주시는 이날을 ‘젓가락의 날’로 정해 젓가락 페스티벌을 열고 있고요.

일본에서는 11명이 두 팀을 이뤄 겨룬다고 해서 ‘축구의 날’인데, 중국에선 온라인 쇼핑몰의 매출이 폭발하는 광군제((光棍節)입니다. 광군제는 ‘1’이 홀로 여러 개 있는 모습에서 유래했지요. 1993년 난징대에서 ‘솔로 축제’를 펼치차, 난징에 본거지가 있는 알리바바의 마윈이 “쇼핑으로 외로움을 극복하자”는 슬로건을 내세워 광군제 이벤트를 시작했지요. 2017년 중국 광군제 온라인 매출이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 매출을 앞질러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오늘은 정부가 정한 ‘보행자의 날’이랍니다. 2010년 ‘지속 가능 교통물류발전법’에 따라 법정 기념일이 됐고 그해부터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여러 행사가 펼쳐지고 있지요. 요즘 걷기가 운동을 넘어서 놀이, 게임과 결합하고 있어 젊은이들에게도 뜻 있는 날이 될 수 있겠네요.

여러분은 어떤 날이 가장 와닿나요? 정답은 없을지라도, 구구절절 따지기 보다는, 한두 날이라도 의미를 새기며 즐기시는 게 건강에 좋겠죠? 이 가운데 ‘보행자의 날’은 건강의 바탕이 되기도 하지만 다른 것들과 같이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네요. 오늘은 가족이나 직장 동료, 친구들과 활짝 웃으며 걸어보세요. 다른 날에 대해서 얘기도 나누시면서, 아니면 바른 걸음과 조심스런 보행에 대해서도 정보를 교환하며···.

지난주 미국의 팝음악 프로듀서 퀸시 존스가 세상을 떠났네요. 마이클 잭슨의 숱한 히트 앨범을 만들었고, 아프리카를 돕는 ‘We are the World’를 기획하기도 했지요. 많은 언론에서 그의 히트곡을 빼먹었는데, 우리나라에도 한때 그의 ‘Ai No Corrida(전속력으로)’가 크게 유행했지요. 1980년대 디스코텍마다 울려퍼졌던 아이 노 코리다, 공연실황으로 준비했습니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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