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은 줄 알았는데”…‘몸은 기억한다’는 말 맞았다
반복학습하면 비뇌세포의 기억유전자 더 잘 발현돼
‘몸이 기억한다’는 말이 일리가 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억 저장을 담당하는 뇌세포 이외의 세포도 기억 능력이 있으며 반복적 자극에 반응해 기억유전자가 작동한다는 것.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된 미국 뉴욕대(NYU)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의학전문매체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8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논문의 주저자인 니콜라이 쿠쿠슈킨 교수(생명과학)는 “학습과 기억은 일반적으로 뇌와 뇌세포에만 관련되어 있지만, 우리 연구는 신체의 다른 세포도 학습하고 기억을 형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라고 밝혔다. 그는 또 “기억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는 데 새로운 문을 열어주고 학습을 강화하고 기억 문제를 치료하는 더 나은 방법으로 안내하는 발견”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시험을 앞두고 집중적으로 학습하는 ‘벼락치기’보다 휴지기간을 두고 반복적으로 학습할 때 정보를 더 잘 기억하는 현상에 대한 신경학적 용어인 ‘집중-분산효과(massed-spaced effect)’를 차용했다. 뇌세포는 신경전달물질에 노출됨으로써 새로운 기억을 형성한다. 이때 서로 다른 신경전달물질에 번갈아 노출되는 것은 휴지기간을 두고 반복학습이 이뤄지는 분산효과를 낳게 된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뇌세포가 아닌 두 가지 유형의 인간세포(신경조직과 신장조직)을 서로 다른 패턴의 화학신호에 노출시킴으로써 ‘분산효과’가 발생하도록 했다. 이들 세포에 대해선 기억을 형성하기 위해 연결을 재구성할 때 켜지는 ‘기억 유전자’가 켜져 있을 때와 꺼져 있을 때를 구별할 수 있게 관련 단백질이 빛을 발하도록 조작을 가했다.
그 결과, 뇌세포가 정보에서 패턴을 감지하면 ‘기억 유전자’가 발현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뇌세포의 기억유전자도 빛을 발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특히 화학물질을 집중적으로 전달하는 것보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화학물질을 전달했을 때 기억 유전자가 더 강력하게, 더 오랫동안 빛을 발했다.
쿠쿠슈킨 교수는 “집중-분산 효과가 실제로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라고 밝혔다. 집중학습보다 간격학습이 기억력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간격을 두고 반복 학습하는 능력이 뇌세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세포의 기본 속성일 수 있음을 보여 준 연구 결과”이기도 하다. 쿠쿠슈킨 교수는 “이는 또한 미래에 우리 몸을 뇌처럼 대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예를 들어 건강한 혈당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췌장이 과거 식사 패턴을 기억하는 것이나 암세포가 화학요법 패턴을 기억해 이를 회피하는 것을 떠올려 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