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막 손상돼 잘 안보였는데"...'이것' 이식으로 시력 찾았다?
각막 재생 안되는 4명 중 3명 크게 개선된 시력 1년 넘게 지속
각막이 손상된 중중시력장애 환자 4명에게 줄기세포를 이식한 결과 시력이 크게 개선됐으며 4명 중 3명은 1년 넘게 그 효과가 지속됐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의학전문저널 《랜싯》에 발표된 일본 오사카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8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각막의 가장 바깥층은 홍채 주위의 어두운 고리인 윤부 고리(limbal ring)에 있는 줄기세포 저장소에 의해 끊임없는 재생으로 유지된다. 그러나 윤부 줄기세포 결핍증(LSCD)이라는 질환에 걸리면 이 필수적인 회춘의 원천이 고갈돼 흉터 조직이 각막을 덮고 결국 실명에 이를 수 있다. 눈에 외상이 있거나 자가면역질환 및 유전질환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LSCD 치료는 제한적이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눈의 줄기세포에서 추출한 각막 세포를 이식하지만 결과가 불확실하다. 양쪽 눈 상태가 안 좋으면 사망한 기증자의 각막 이식을 받을 수도 있지만, 수혜자의 면역 체계가 거부 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오사카대의 니시다 고지 교수(안과)가 이끄는 연구진은 각막 이식을 위해 대체 세포 공급원인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사용했다. 이들은 건강한 기증자의 혈액 세포를 채취해 배아와 같은 상태로 조작한 다음 자갈 모양의 얇고 투명한 각막 상피 세포막으로 변형시켰다.
연구진은 2019년 6월~2020년 11월 연구팀은 양쪽 눈에 LSCD가 있는 39세~72세의 여성 2명과 남성 2명에게 소규모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한쪽 눈의 손상된 각막을 덮고 있는 흉터 조직 층을 긁어낸 다음 기증자로부터 얻은 상피 시트를 꿰매고 그 위에 부드러운 보호 콘택트렌즈를 얹었다.
이식을 받은 지 2년 후 수혜자 중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한 사람은 없었다. 이식편은 iPS 세포 성장의 위험으로 알려진 종양을 형성하지 않았고, 면역억제제를 투여 받지 않은 두 명의 환자에게서조차 수용자의 면역체계에 의해 공격을 받는 명확한 징후가 보이지 않았다. 논문을 검토한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안과연구소의 카필 바르티 연구원은 “이식편이 거부되지 않은 것이 안도감을 주지만 개입의 안전성을 확인하려면 더 많은 임상시험 결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식 후 네 명의 수혜자 모두 시력이 즉시 개선되고 LSCD의 영향을 받는 각막 면적이 감소했다. 이러한 개선은 1년간 관찰 기간 동안 약간의 반전을 보인 한 명을 제외한 모든 수혜자에서 지속됐다.
바르티 연구원은 시력 개선의 원인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식된 세포 자체가 수혜자의 각막에서 증식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시력 향상은 이식 전 흉터 조직을 제거하거나 이식을 통해 수혜자 자신의 세포가 눈의 다른 부위에서 이동해 각막을 젊게 만듦으로써 발생할 수도 있다.
니시다 교수는 3월에 치료 효과를 평가할 좀 더 큰 규모의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르티 연구원은 안과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여러 iPS 세포 기반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라며 “이러한 성공 사례는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