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젖은 개가 몸 털어대는 이유는?

인간에겐 기분 좋게 느껴지는 촉각 관련 신경경로가 작동한 결과

‘젖은 개 털기 동작’을 유발하는 특정 종류의 촉감 수용체와 척수와 뇌로 이어지는 신경회로를 발견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털이 물에 젖은 개는 요란하게 몸을 흔들어 물방울을 털어낸다. 왜 그런 행동을 하는 걸까? 털북숭이 포유류 동물의 독특한 신경회로에 비밀이 숨어 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7일(현지시간) 《사이언스》에 발표된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네이처》가 보도한 내용이다.

이 본능적 반사행동은 생쥐, 고양이, 다람쥐, 사자, 호랑이, 곰을 포함한 많은 털북숭이 포유류가 공유하는 행동이다. 이러한 행동은 동물이 손이 닿기 어려운 곳에서 물, 곤충 또는 기타 자극 물질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신경학적 메커니즘이 작용하는가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하버드대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의 다웨이 장 연구원(신경과학)이 이끄는 연구진은 생쥐 연구를 통해 ‘젖은 개 털기 동작’을 유발하는 특정 종류의 촉감 수용체와 척수와 뇌로 이어지는 신경회로를 발견했다. 논문을 검토한 미국 베일러 의대의 카라 마샬 교수(신경과학)는 “촉감 시스템은 물방울과 기어 다니는 곤충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드러운 손길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복잡하다”면서 “매우 특정한 촉감 수용체 하위 집단을 이렇게 친숙하고 이해 가능한 동작과 연결해 풀어낸 놀라운 연구”라고 평가했다.

포유류의 털이 많은 피부에는 12가지 이상의 감각 신경세포가 촘촘히 있다. 각각 다양한 감각을 감지하고 해석하는 고유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연구진은 모낭을 감싸는 ‘C군 신경섬유 저임계 기계수용체(C-LTMR)’라고 불리는 초민감 촉각 수용체에 초점을 맞췄다.

인간의 경우 이러한 수용체는 부드러운 포옹이나 쓰다듬기 같은 기분 좋은 촉각을 감지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쥐와 다른 동물에서는 피부에 물, 먼지, 기생충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보호 역할을 한다. 이러한 자극으로 인해 피부의 털이 구부러지면 C-LTMR이 활성화된다고 마샬 교수는 설명했다.

연구진은 실험용 쥐가 젖은 개처럼 털을 흔들도록 하기 위해 해바라기유를 쥐의 목 뒤쪽에 방울방울 뿌렸다. 거의 모든 생쥐가 10초 이내에 그 기름방울을 털어냈다. 연구진은 그 다음 유전자조작을 통해 일부 쥐의 C-LTMR을 제거했다. 이 동물들은 기름방울이 떨어졌을 때 유전자조작이 가해지지 않은 대조군 쥐에 비해 5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또한 젖은 개 털기 동작을 조율하는 신경회로도 밝혀냈다. C-LTMR의 신호는 척수의 신경세포들을 거쳐 통증, 온도, 촉각 정보 처리에 관여하는 중뇌의 팔곁핵 또는 부완핵(Parabrachial nuclei)에 연결된다.

연구진은 빛에 반응해 신경세포를 켜고 끌 수 있도록 신경세포를 조작하는 기술인 광유전학을 사용해 척수 신경세포의 활동을 차단했다. 그러자 해당 쥐들은 대조군 쥐에 비해 털기 동작이 5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완핵의 활동을 차단한 결과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그럼에도 이들은 쥐들은 털을 긁고, 손질하고, 움직이는 정상적 행동을 보였다는 점에서 C-LTMR을 거쳐 척수와 부완핵으로 이어지는 신경회로가 ‘젖은 개 털기 동작’ 유도와 특정 됐음을 보여줬다.

이러한 발견은 기분 좋은 촉각 반응을 유발하는 메커니즘 및 여러 피부 민감성에 대한 미래 연구에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침례대의 토마스 쾨펠 교수(신경과학)는 “젖은 개 털기 동작은 매우 조화로운 운동 반응”이라며 “이번 연구는 뇌가 움직임을 제어하도록 명령을 보내는 방법 연구의 좋은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쾨펠 교수는 “많은 동물에서 젖은 개 털기 동작은 확각제에 의해 유발된다”며 “환각제에 대한 반응은 세로토닌 수용체와 관련이 있으며, 이는 기분 좋은 접촉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연구가 “이러한 여러 점들을 연결하는데 많은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장 연구원은 과도한 활성 C-LTMR이 갑작스러운 피부 잔물결 및 과도한 경련을 일으키는 고양이의 경련성 피부 증후군 같은 질환이나 인간의 다른 종류의 피부 과민증에도 기여하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q8834)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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