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날 얼마 안남아"...10년간 해온 일로 '이 병' 시한부男, 무슨 사연?
석재 제조업체에서 10년 이상 절단 작업하던 남성, 규폐증 진단 후 시한부 선고
주방 조리대 제조업체에서 10년 넘게 일하던 남성이 폐질환에 걸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연이 소개됐다. 현재 그는 전 고용주를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섰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의 보도에 의하면, 런던에 사는 마렉 마르제크(48)는 폴란드 출신으로 2012년부터 런던 북부와 하트퍼드셔에 있는 여러 엔지니어드 스톤(engineered stone) 제조업체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올해 4월 규폐증 진단을 받았고, 이후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살 날이 몇 주 밖에 남지 않았다는 의사의 말에 현재 말기돌봄 치료를 받고 있다. 폐 이식을 받아야 하지만, 이식 수술을 받을 만큼 체력이 좋지 않아 그마저도 포기해야 했다.
그가 했던 일은 석영(quartz) 주방 조리대를 절단하는 일이었다. 제대로 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그 과정에서 유해한 미세 실리카 분진 입자가 공기 중으로 방출되어 흡입할 위험이 있다. 그가 규폐증에 걸리게 된 것도 이 실리카 분진 흡입 때문이었다.
숨도 쉴 수 없고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그는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마음과 어린 딸들이 경제적으로 안정되길 바라는 마음에 영국에 왔다”며 “이런 조건에서 일하도록 했다는 사실과 할 일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내 삶이 갑자기 끝나게 됐다는 사실에 얼마나 화가 나는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한 “이 치명적인 먼지로 인해 목숨이 위험에 처한 사람은 나 뿐만이 아니다”라며 “다른 석재 노동자들이 이 끔찍한 병에 걸려 죽기 전에 위험한 작업 환경을 막기 위한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르제크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률회사 또한 엔지니어드 스톤 절단과 관련된 규폐증 사례의 증가를 막기 위해 더 강력한 안전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완 탄트는 “이러한 조치가 없다면 앞으로 몇 년 동안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 사용되는 실리카, 흡입할 경우 여러 가지 건강 문제 일으켜
이산화규소라고도 하는 실리카는 콘크리트, 바위, 벽돌, 점토 등에 함유되어 있는 규소와 산소로 이루어진 화합물이다. 건설, 광업, 석유 및 가스 추출, 주방 공학, 치과, 도자기, 조각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사용된다.
실리카를 함유한 물질을 취급하는 작업을 할 때 발생하는 결정형 분진 중 입자 크기가 작은 분진은 흡입할 경우 건강 상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사연 속 남성이 진단 받은 규폐증이다. 규폐증은 규사 등의 먼지가 폐에 쌓여 흉터가 생기는 질환이다. 이러한 먼지는 다른 먼지 입자와 달리 폐 조직 내에 강한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흉터가 두터워져 나중에는 흉터로 변해 산소 공급에 이상을 초래한다.
규폐증은 모래, 화강암, 슬레이트, 석탄을 다루거나 주물 공장, 도공, 모래를 이용한 세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만약 실리카 누출 우려가 있거나, 실리카 분진으로 오염되었거나, 실리카 분진을 건식 세척하거나, 작업 시 공기 중에 실리카 분진이 남아 있는 작업장에서 일할 경우 이를 흡입할 위험이 있다.
지난 8월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진이 의학 저널 ‘Thorax’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건설, 광업, 치과 등 산업 분야에서 실리카 분진 노출 한도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출 경우 전 세계적으로 약 1만 3000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 발표된 8개의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광업 분야에서 40년 근무 기간 동안의 평균 누적 실리카 노출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출 경우 규폐증 발병률을 77%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작업장에서 실리카 분진 노출을 줄이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목표라며 물 분사 등을 이용한 분진 억제 방법, 환기 시스템 개선, 개인 보호 장비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