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하고나 잤다, 성병, 유산, 낙태 다 겪어"...23세女 '이 중독' 고백, 그녀는 왜?
10대 때 부터 무작위 남성들과의 관계...섹스 중독으로 인한 끔찍한 악몽, "빨리 벗어나길"
성관계 중독, 즉 섹스 중독이라는 단어는 우리나라에서 금기시 되는 단어처럼 들리지만, 알려지지 않은 채 섹스 중독에 빠진 사람들은 많다. 한국 사회에서 성문제는 사회적 낙인을 수반하기 때문에, 성적 중독 문제를 겪어도 도움을 청하는 일이 어려운 현실이다.
특히 섹스 중독은 강박적 행동이 반복되고 성적 충동을 조절할 수 없다는 점에서 다른 중독과 유사한 특성을 보이지만, 아직까지 음성화된 주제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치료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전문적인 치료 방법 개발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
자신도 모르게 빠져드는 여느 중독처럼 섹스 중독도 당사자에게 심각한 고통을 안긴다. 최근 한 23세 여성이 미국 커뮤니티 레딧( Reddit)에 자신의 섹스 중독 경험담을 고백했다. 섹스 중독이 얼마나 끔찍할 수 있는지 '살아있는 악몽'이라 표현하며, 누군가 자신과 같은 중독을 앓고 있다면 가능한 빨리 치료를 받을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영국 더선이 레딧에 올라온 이 여성의 사연을 보도한 내용을 보면, 그는 십 대 시절부터 성적 욕구를 통제하지 못해 낯선 남성, 직장 상사, 교수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왔다. 문제는 단순히 여러 파트너와의 관계에 머무르지 않았다는 것. 그는 "욕구를 억제할 수 없어 공공장소에서 자위행위를 하기도 했다"며 "매일같이 스스로가 혐오스럽고 부끄럽다"는 감정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그의 중독은 단순히 자존감과 정서적 건강에 그치지 않았다. 무작위 남성들과의 관계로 인해 성병에 여러 번 걸렸고, 두 차례 임신하기도 했고, 한 번은 유산, 한 번은 낙태를 했다. 학교나 직장에서 주의가 산만해지고, 삶의 중요한 부분에 집중하지 못하는 문제도 겪고 있다. 그 결과, 자신의 삶을 조종할 수 없다는 무력감과 고립감에 시달리고 있다.
주변 사람들은 그의 중독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들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기회로 악용했다. 여러 파트너에게 고백했지지만 섹스 중독을 '선물'처럼 여기며 요구를 쉽게 받아들이는 여성으로 대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스스로가 '저주받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갔다.
이 여성은 자신이 겪고 있는 중독을 털어놓자, 많은 사람들로부터 전문적인 치료의 필요성을 권유받았다. 다수의 사용자들은 성 전문 치료사와의 상담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하며, 건강한 삶으로 돌아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했다. 이 여성 또한 자신과 같은 '악몽'을 꾸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더이상 숨기지 말고 조언과 도움을 받을 것을 당부했다.
섹스 중독, 정신질환인가?
섹스 중독은 단순한 성적 취향이나 자유로운 연애와는 다르다. 섹스 중독자들은 자신이 원치 않는 방식으로 삶이 통제되는 느낌을 받으며, 우울증, 불안, 심리적 스트레스 등을 악화시킨다. 많은 섹스 중독자들이 자존감 문제를 겪고 있으며, 사회적 고립감으로 인해 정신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
섹스 중독은 병일까? 섹스중독을 질병으로 간주하느냐의 문제는 오랜 기간 이슈이기도 하다. 세계보건기구(WHO)의 ICD-11(국제질병분류)에서는 강박적인 성행동장애(compulsive sexual behavior disorder, CSBD)를 정신질환으로 포함시키고 있지만, 이를 섹스 중독 자체로 정의하지는 않는다.
2012년 미국 UCLA 심리학과의 로리 리드 교수가 ‘성의학저널(Journal of Sexual Medicine)’에 발표한 논문에서 섹스중독 진단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①성생활이 지나치게 활발하고 ②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 섹스를 하는 일이 잦으며③이것이 일상생활에 대처하는 당사자의 능력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이 대표적 기준이었다.
당시 로리 교수가 내놓은 주요 증상으로는 △강도 높은 성적 환상, 성충동, 성적 행태가 되풀이되며 이것이 6개월 이상 지속된다. △섹스 횟수가 지나치게 많으며 스트레스 해소가 목적인 경우가 흔하다. △일상 생활을 제대로 관리하는 능력에 지장을 준다. 예컨대 직장이나 사회관계를 위태롭게 한다. △성적 욕구를 참을 수가 없다고 느끼며 실제로 그에 따라 행동한다. 심지어 직장을 잃거나 인간 관계에 문제가 생기고 재정적 어려움이 닥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그렇게 한다. △문제의 성적 환상이나 충동, 성적 행태는 약물이나 알코올, 기타 다른 정신장애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다.
로리 교수는 당시 무엇보다 섹스 중독에 놓여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성욕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며 심지어 그 같은 선택이 중대한 문제나 해악을 일으킬 위험한 상황에서도 섹스를 선택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꼽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섹스 중독을 정신과에서 다루는 경우가 있으나, 정식으로 '정신질환'으로 분류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의 정신과 진료에서도 섹스 중독 자체보다는 강박적 성행동 장애나 충동 조절 장애의 일종으로 다루는 경향이 있다. 대규모 연구나 통계도 부족해 섹스 중독의 정확한 유병률도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더욱이 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민감성으로 인해 개인들이 자신의 문제를 공개하거나 도움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섹스 중독이 알코올 중독이나 약물 중독과 유사하게 보상 회로와 충동 조절 문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치료로는 인지 행동 치료(CBT)와 정신역동적 치료가 활용되고 있다. 일부 성중독 전문 클리닉에서는 심리상담 및 집단 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성중독 문제를 다루기도 한다. 반론도 있다. 어떤 연구에서는 섹스 중독을 정신장애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섹스 중독자들의 뇌 신경이 마약 중독자들의 뇌 반응과는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혹시 나도? 자가 진단 질문
자신이 섹스 중독인지 간단히 알아보는 자가 진단 질문 (SAST: Sexual Addiction Screening Test)도 있다. 미국 심리학자 패트릭 카니즈(Patrick Carnes)가 만든 SAST는 자가 진단 형식의 질문지로, 섹스 중독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는 몇 가지 주요 질문을 포함하고 있다.
△성적 활동에 대한 충동이나 집착이 강하게 들고, 이를 조절하기 어렵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
△자신의 성적 행동을 다른 사람에게 숨겨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성적 행동으로 인해 죄책감, 수치심, 후회 등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성적 활동 때문에 일상 생활, 직장,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긴 적이 있는가?
△특정 상황에서 위험하다고 느끼면서도 성적 활동을 한 적이 있는가?
△성적 활동이나 판타지를 피하기 위해, 약물이나 알코올을 사용한 적이 있는가?
△계속해서 성적 욕구가 강해지거나, 기존 활동으로 만족을 느끼지 못해 더 과격한 성적 행동을 원하게 되는가?
위 질문들에 대해 '예'가 많을수록 섹스 중독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자가 진단 도구는 단지 참고 자료일 뿐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정신건강 전문가(심리학자,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추가적인 검사와 평가를 통해 성중독의 유무를 판별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섹스 중독은 자신과 주변을 상처 입히고, 삶의 중요한 부분들을 잃어버리게 할 수 있다. 만약 성적 욕구가 통제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이를 극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전문 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단지 욕구의 문제가 아니라, 삶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기 때문이다.